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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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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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 제16회 경주벚꽃마라톤을 다녀와서 -
아산뜀꾼/이 승준
1. 봄의 초대
긴 겨울이 숨죽이고 있다가 만물을 꽃과 생동감으로 채워 세상은 더욱더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봄을 나는 참으로 좋아한다. 바로 꽃이 피기 때문이다.
이 꽃이 가을의 풍성한 열매로 맺어지니 꽃이 없이는 가을의 열매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에 귀를 모으고 그 소리를 들으려 한다.
2007년 4월 6일 18:20.
봄의 초대에 동호회원 및 가족은 천년의 고도의 숨결의 꽃 냄새를 따라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아이들은 연신 뛰어다니며 기분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고, 아내들에겐 ‘떠남’이 주는 아주 작은 기쁨에 아이들처럼 들떠 있다.
우리에겐 자주 떠나는 여행길이어서 미안해진다.
잠 행
삶의 질곡을
눈을 감아 지우고
꽃향기 따라 흐른다.
몸과 마음이
봄 처녀처럼 …
팔 벌리고
꽃과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들어보자.
봄 처녀처럼…
동아에서 SUB-3을 아깝게 놓친 3분의 동료들이 내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조바심과 기대 그리고 이미 내일의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듯한 어우러진 그들은 얼굴은 무슨 말을 걸어도 겉돌아 사위에 널린다.
이윽고 버스는 출발하고 하프코스와 10KM에 참가한 회원들은 뒷자리에 자리해서 연신 물을 머금은 병아리처럼 하늘을 쳐다보고(飮酒), 붉은 얼굴로 들뜬 마음을 전한다.
버스 중간에는 초등학생들이 점거하여 버스가 떠나갈 듯 떠들며 마치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처럼 마냥 들떠 있다. 어린 날을 여행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 같은 모양이다.
버스의 앞부분에는 아내들이 자리해서 남편들이 겨우내 행한 훈련과 현재의 마음가짐을 대변인이 되어 열변을 토한다. 역시 아내들이 남편들보다 배우자에 대한 사랑이 더 큰가보다.
4시간30분 정도를 달려 천년의 고도에 다다랐을 때에는 날을 넘기려 하고 있었고 한밤에도 도로며 벚꽃나무 아래엔 벌과 나비처럼 꽃을 찾아든 상춘객(賞春客)들로 즐비했다.
상춘(賞春)
천년(千年)의 고도(古都)에
들어서니
천년의 고도의 숨결
만개(滿開)된 벚꽃에서
숨쉬고
상춘객(賞春客)의 얼굴에서
천년의 색(色)은
적(赤)과 백(白)이었다.
숙소에서도 버스에서의 행동은 이어졌다.
내일을 준비하는 잠자리 類, 연신 고개 짓하는 병아리類,그리고 왁자지껄 수다 類로 나누어 새벽 3시가 다 되도록 불을 밝혔다.
2. 오만
경주대회는 2007년 나의 첫 대회 참가이다.
2003년 까지는 년 20개정도의 대회에 다녔지만, 이제는 10개 안팎의 대회 참가가 전부이다. 토요대회만 참가하는 탓이다.
대회가 주로 열리는 주일(일요일)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예수 믿고, 4년 동안 징검다리로 토요대회만 뛰어왔다.
동아마라톤도 춘전마라톤도 2003년이 마지막 해였다.
그러다보니 연습도 부족하고 기록은 뒤로 한발자국씩 겸손해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속에서는 늘 교만과 오만이 나 스스로를 고수로 인정하고 나를 합리화하며 나를 버티게 해주고 있었다.
“에이 , 천재는 썩어도 준치라고 했어!, 내가 아무리 운동하지 않아도 3시간 30분은 넘기지 않아”
사실 난 3개월만 강훈하면 언제나 Sub-3를 할 수 있다고 떠벌인다.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르고….
1월 훈련량 151.4km
2월 훈련량181.8km
3월 훈련량 181.6km 를 뛰었다.
그러나 이 훈련량도 실제 km 늘이기 위해서 많은 편법(?)을 써 기록된 것이다. 실제 훈련량으로는 월150km를 넘지 못한다.
그럼에도 나의 내심에는 3시간30분은 넘기지 않는다는 오만을 부리고 있었다. 3시간 30분을 넘김은 최악의 경우나 혹서기 마라톤에서 가능한 얘기라고 호기를 부렸다. 그렇게 오만은 나를 고통으로 아픔으로 인도하고 있었다.
3. 편견
그것은 동료회원들이 약5개월간 새벽을 친구삼고 별을 벗삼아 동계훈련을 통해 강건한 두 다리를 지녔음에도 나의 교만은 비켜가며 부리는 편견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러움.
그리고 육신의 욕심.
제인 오스틴(Jane Austen)의 ‘오만과 편견’에서 나오는
“상당한 재산이 있는 총각에게 아내가 필요한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다.” 대지주의 신분으로 다서서는 오만한 다아시.
이를 편견으로 대하는 편견의 엘리자베스처럼 나의 편견은 이렇게 그들의 오만한(?)두 다리에 편견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맨발로 지우면 맨발에
맺히는 물방울
눈 감으면 마음에
구르는 물방울
마음 기울면
흘러내리는 물방울
-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
4.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
04시30분.
알람에 일어나 동료에 앞서 샤워를 했다. 혼잡을 피해…
뒤늦게 일어난 동료들도 일어나 배번을 유니폼에 달고 어떤 이는 파스를 비복근에 붙이기 위해 무성한 다리털을 면도하고 ,또 어떤 이는 젖꼭지에 밴드를 붙이고 심지어 자기만의 노하우라며 명치부분에 파스를 붙이는 이도 있다.
그 숙연한 분위기는 참으로 정갈하다.
잡념도 없고 목표를 향한 기도의 심정(心情).
시장기를 잠재우고 행사장으로 이동을 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날이다.
봄날.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어김없이 마라톤 MC 배동성씨의 목소리가 집결지의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중요한 짐은 모두 숙소에 남겨놓고 왔기에 입고 온 겉옷만 물품보관소에 맡겼다.
약900여명의 풀코스 주자들이 출발을 하고 옆에 섰던 동료들은 조금씩 내게서 멀어지며 나의 시야를 벗어났다.
완주에 초점을 두고 달리자!
내리막길과 시원한 날씨, 그리고 눈에 가득한 벚꽃 길을 달리다보니 마치 융단 위를 달리는 듯 포근한 마음으로 행복했다.
5km 23:25.
그대로 달리기로 했다.
목요일에 트레드밀에서 벼락치기로 빠르게 달렸던 14.5km의 훈련이 근육을 당긴다. 날로 먹으려 한 나의 잔머리를 이 근육통이 부여잡나보다 하는 생각이 머리에 자리 잡는다.
10km 46:48.
예상기록보다 1분여 늦었다.
문 기숙 씨가 추월해 갔다. 하프주자로 여러 명이 함께 달리고 있었다.
15km 1:10:11.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리 근육이 뻐근해지며 페이스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했다.
16km지점에서 어제 버스 뒤에서 연신 고개운동을 한 선배가 특유의 휘젓는 폼으로 어제 먹은 술을 땀으로 쏟아내는 고행의 작업을 하고 있었다.
19km 지점에서 하프지점에서 포기하자하고 페이스를 좀 빠르게 옮기려고 할 때,
“상규아빠”하고 부른다.
아내와 동료 회원들의 부인들이다.
자전거를 대여하여 보문단지 벚꽃사냥을 나선모양이다.
일그러진 얼굴을 펴고 풀어진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달린다.
‘쳇! 포기할 수도 없고 어쩐다.’
갈림길에서 또 한번 심한 갈등을 겪는다.
하프지점을 앞두고 풀코스는 왼쪽으로 접어들도록 유도한다.
배번을 보고 자연스럽게 풀코스로 유도하는 자원봉사자 덕에 망설임 속에서 엉겁결에 다시금 긴 여정을 시작해야 했다.
21km 1:39 :09.
5. 달리면 행복합니다.
22km지점에서 동료직원이 응원을 해준다.
동료 직원들이 10분전에 지나갔다고 , 나보고 힘내란다.
이어서 나타난 긴 언덕.
훈련한 셈치고 저 언덕 만 넘고 ‘오늘은 30km 장거리 주 한 셈 치자’라고 속에서 포기를 합리화 하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마음은 ‘너의 진면목은 승부욕이야! 달려 포기 없이 완주를 해!’라고 독려하고. 언덕을 넘어서자 갑자기 페이스가 빨라지고 두 다리에 힘이 실린다.
신나게 달렸다.
1차 반환점에 다다르자 체크시간이 2;34분대이다.
30km지점에서 Sub-3 에 도전한 동료직원 둘이 고장 난 다리로 고생한 모습을 보았는데 동반 주를 위해 힘을 내었다.
그러나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난 내 자신도 같은 모습으로 달리고 있었다. 2차 반환점까지 엉기적거리며 돌았다. 기록은 2:47분대.
35km지점이 지나도 보일 듯한 동료들의 모습이 보이지를 않았다.
이상한 노릇이었다. 퍼지기 일보직전의 절뚝이던 모습의 동료들이 사라진 것이다.
따라잡기 위해 힘을 냈다.
그러나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은 40km를 넘어서서 동료 한분을 조우할 수 있었다.
나는 따라 잡으려 했고 ,긴긴 겨울 고생한 그들은 펀펀히 놀았던 나에게 지는 것은 수치라고 느꼈기에 마지막 남은 힘을 모두 짜서 달렸던 것이다.
오만과 편견
며칠을 기름 친
두 다리가
덜거덕 덜거덕 운다.
무거운 쇳덩이를 달고
나의 비참을 노래한다.
부러진 수족처럼
마음과는 다르게 놀고
나의 고갈된 오만을 달랜다.
며칠을 기름 친
나의 두 마음이
찌그덕 찌그덕 운다.
무거운 육신을 끌고
나의 초라함을
꽃 바다 속에서
끝없는 항해에
나의 고갈된 편견을 달랜다.
3시간 36분 58초
경주대회 골인기록이다.
연습없이 그저 욕심으로 달린 기록이다.
숙소에 나타난 내 얼굴을 보고 집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죽다 살아오셨네?”
“말 시키지마”
속이 울렁였다.
샤워를 하고 긴 잠을 자고 싶었으나 먼저 들어온 회원들은 관광을 나서려 준비하며 재촉한다.
어쩌랴!
힘들었지만 포기 없이 달린 대회였고, 정직을 그리고 성실을 다시금 깨닫게 한 대회였다. 땅의 원리처럼 심은 대로 거두는 진리에 끄덕이며 돌아오는 길을 조용한 회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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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만
219.249.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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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인 나에게 무척 교훈을준 글이 라고본다.
심리 감정표현을 너무도 적확해서.....
꼭 내가 뛰는것같군요. |
07/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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