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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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0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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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전령사 그 이름으로 내게 다시 찾아온 제7회 인천국제마라톤 !
대회참가자 우편물을 서울사무실에서 받아 열어보며 레이스는 다시
시작되었다. 깔끔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마음에 쏙 들어오는 기념품도
그렇고, 무엇보다 변함없는 인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내 작은 소망이
담겨있는 대회이다.
오랫동안 육체적으로 위와 간이 심하게 병들고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
와 경쟁에 노출되며 피폐해져 있던 내 모습을 기억한다, 벌써 4년이
지나간 인고의 세월들. 막을 수 없었던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나를 삶의
절정에 가장 가깝게 복원시켜준 요인으로 산행과 달리기를 꼽고 싶다.
2003년 3월 말, 집으로 날아든 간암 검사통보서를 받아들고 그동안
10년 넘게 열정으로 지내던 소속회사에 병가원을 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무겁게 느껴지던 시기에, 행운으로 밖에는 설명할 길 없고, 감사
한 마음으로 밖에는 입을 열수 없는 자상한 배려의 손길이 내 몸에 닿았
다. 소속회사 창업주이신 회장님의 소개로 만나게 된 홍박사님을 통해
항생제 치료에 들어갔고, 곧바로 조속히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
으로 산행을 추천해 주셨다. 그 과정을 기억하고 있는 나로선 참으로
감개무량한 느낌을 영원히 간직할 수 밖에 없다.
체력적으로 줄넘기 하나조차 숨에 차고, 체중 또한 80kg에 육박하며
몸을 짓누르던 고통을 기억한다. 병가 2개월 동안, 아내는 식이요법
으로 내게 도움을 주었고, 산행과 식음관리에 들어간 그 기간동안 놀랍
게도 20kg을 감량하며 체중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위에 파고 들었던
궤양도 아물고, 간의 파괴적인 수치도 정상에 가까워졌다.
가벼워진 몸과 마음을 잘 사용하기 위하여 회사로 복귀하였으며,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2004년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였다. 줄넘기 하나에서 시작하였던
운동이 새벽과 저녁으로 계양산을 오르내리며 하루의 짧은 생활 속에
채워져갔고 드디어 달릴 수 있는 몸으로 태어난 것이다. 집 앞에 있는
계양구청 물리치료사인 변선생님을 통해 인터벌이 가장 적합하다는
운동처방전을 받았다. 3개월, 주간 3~4일의 달리기를 통하여 내 몸이
완전히 거듭나고 있었다. 2월말 소속회사가 직원들을 지원하는 계기로
신청한 제4회 인천마라톤대회에 무모하게도 풀코스를 신청한 나는
생애 첫 마라톤 참가에 건강하게 완주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리고 소속
회사와 함께 가족 축제 마라톤으로 자리매김 해가는 인천대회에 해마다
참석하게 되었다. 제6회 대회엔 아내와 세아이들도 함께 달리며 즐거움
을 나누었던 추억이다 ! .....
오늘 아침 처가 집안 일때문에 가족을 뒤로하며 홀로 쓸쓸히 들어선
문학경기장 안, 하지만 소속회사 캠프의 숨소리는 뜨겁다 못해 자뭇
그 열기로 불타오르고 있다. 여기저기서 자원봉사와 각자 맡은 소임
으로 캠프 준비에 열심인 직원분들 !
마라톤동호회가 주관하여 참가 가족들과 스트레치를 함께 한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다시 만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한 가족의 마음때문이 아닐까 .....
아직 차가운 문학벌 바람결에 실려오는 아침을 마주하며 누구 하나없이
출발선에 다가선다.
"이 자리에 서면 직급도 순위도 없는 것이지. 그래서 마라톤은 우리가
겸손해져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해주는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던 선배
님, 벌써 마라톤을 20회 이상 완주하신 당신의 말씀을 잠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바로 달리기 생활로 나를 전도하여 이끌어 주시고, 레이스
하는 자의 기쁨이 무엇인지 변함없이 몸과 마음으로 보여주고 계신
선배님 !
총성과 함께 레이스는 시작되었다.
어느새 도로는 붉은 물결로 장관이다.
인천마라톤의 상징인 붉은 상의로 도로가 물들여지는 순간이다.
깊은 심호흡으로 숨을 고르며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몸과 마음으로
달린다. 바로 1주전 동아마라톤, 그 환희에 가득찬 추억의 필름을 서울
도심 속에 깊이 새긴 채 다시 돌아온 소속회사 마라톤동호회와 회사
가족들 모두가 함께 즐기는 대회이기에 거친 숨소리는 하나도 없는
듯 하다.
오늘 10키로미터 단축코스 레이스에서 내가 목표한 것은 이븐페이스
(even pace)로 42분대를 달리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개인 최고기록(43
분)을 바꾸고도 싶었다.
어느새 다가선 반환점, 그 앞으로 반환점을 돌고있는 반가운 분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소속회사 현업에 근무하시는 두분의 마라토너들 !
하지만 그렇게 부르면 언제나 손사래를 치는 분들이시다. 그분들에게
달리기는 생활일 뿐이다. 집과 직장으로 달리며 출퇴근하는 생활을
통하여 아름다운 몸과 마음을 가꾸어 가시는 분들이다. 19분대이니
오늘 기록 또한 좋으리라 !
그 뒤로 한참 쳐진 채 아직은 많이 부족한 내가 뒤따라 반환점을 돈다.
20분 15초. 5km 랩타임으로는 달리기 생활 이후로 가장 좋은 레이스인
것 같다.
하지만 전반부의 호흡과 피치수에 미치지 못한 후반부 특히, 주로상
지하차도를 관통하는 지점에서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미리 예상도
했고, 현명하게 극복하고져 했던 생각이 그만 생각으로만 머무른 것
같아 아쉬웠다. 보다 탄탄한 준비와 훈련이 절실하다 느낀다.
정말 후회없이 달렸다. 목표기록 42분 F.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에 아랑
곳하지 않고, 아무 탈없이 피니쉬에 들어설 수 있는 기쁨을 다시 누릴
수 있음에 고맙기만 하다. 선배님의 충고와 배려로 달리기를 시작한지
도 오늘로써 겨우 세 해 지나는 내게, 오늘은 특별히 즐겁게 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앞선 주자들처럼 이젠 좀더 익어가는 과일의 맛과
향기를 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해야 하지 않을까, 아주 작은
생각 하나 가슴 깊숙히 담고 조깅 페이스를 유지하며 회사 캠프로 뛰어
들어온다.
이제부터 오늘 단체로 참여한 가족 마라톤 축제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큰 기쁨의 장면, 한 분 한 분 가족과 동료들의 격려와 칭찬을 받으
며 캠프로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들의 맑은 눈빛을 통하여 "또 하나를
해냈다"는 자신감과 "함께 뛰어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잘 읽을 수 있었
다. 한 분 한 분 기억해야겠지만, 오랜동안 나의 기억 속에 남을 분들이
있다.
아빠 따라서 처음으로 마라톤에 참가하여 씩씩하게 완주한 손정현군과
함께 나눠먹은 꿀맛 같은 김밥, 소속회사의 해외법인이었던 남미 칠레
상주 근무할때 Valdivia 발디비아에서 몇번 만났던 꼬마가 강산이 한번
바뀌어 이젠 의젓한 대학 4년생도가 되어 대한민국 연수 방문중 인천마
라톤에 참가하여 함께 뛰며 다시 만나게 된 Sebastian 세바스티안,
모두 모두 반갑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정현이 아빠와는 오는 6월에 있을 오산종주 산악울트라에 함께 참가
등록을 미리 해놓았던 터라 4월부터 시작할 산악달리기 훈련구간과
시간에 대하여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언제나 홀로 달리기 생활을
해왔던 나로선 모처럼 파트너와 함께 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에 즐거울
따름이다.
오늘 아침 회사 직원, 가족들이 함께 즐겁게 달리며 기쁨을 서로 나누도
록 준비해 주신 소속회사에 감사한 마음 뿐이다. 오는 8회 대회에는
우리 가족과 함께 다시 참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도록, 직장과 가정에
더 깊은 열정과 사랑으로 한 사람의 직원으로 그리고 아빠로 살아가는
생활인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적어 본다.
2007년 3월 25일
계산동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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