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
|
|
|
Read: 1904,
Vote: 6,
Date: 08/05/15
|
|
|
|
|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 출발! 함성과 함께 최백호의 ‘영일만 친구’가 웅장하게 울려 퍼진다. 영일만울트라에, 영일만친구가 오프닝 송으로 흐르는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인데도, 이 순간, 가슴속 깊이 뭉클해지면서 짜릿한 흥분에 휩싸입니다. 전장에 나서는 투사의 기분이 이럴까? 묘한 전율마저 느끼면서 100K영일만울트라여행, 그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지난 2월, 참가신청을 받기 시작한 첫날에 일찌감치 접수해 두고는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려 온 지가 어언 석 달~! 이제, 이렇게 나의 첫 울트라여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꼭, 기필코, 반드시 열 두 시간 내에 완주하리라 다짐하면서 서서히 포항종합운동장을 빠져나갑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여행이기에 가능한 편한 속도로 달리며 10K 지점에 이르니 시계는 이제 막 57분을 지나고 있습니다. 미리 생각했던 시간보다 3분 여 빠른 속도, 그러나 내 몸이 편안하기에 일부러 페이스를 늦출 생각은 없습니다.
어느덧 어둠이 짙어지고, 사방에선 우리를 응원해주는 개구리들 합창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비가 올까봐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출발 전 그렇게도 변덕스럽던 날씨마저 이제는 화창해져 내게 힘이 되어 줍니다.
내내 평탄하던 주로에 약간의 언덕이 있다 싶더니 이내 17K 지점 제1CP인 진전지에 다다릅니다. 출발 전 곰탕 한 그릇을 먹은 후라 그다지 시장기를 느끼지 못해 물만 두 컵 마시고는 곧장 앞으로 달립니다. 코스도로 보아 이 부근 제법 오르막 내리막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의외로 지금까지는 평탄한 길의 연속입니다.
25K 지점을 지나 얼마쯤 달리자 완만한 언덕길이 나타납니다. 걷습니다! 언덕길은 무조건 걸어서 넘는 것이 오늘의 페이스 전략입니다. 울트라는 체력 안배만 해서는 안 되고 체력을 회복시켜가면서 뛰는 것이 중요하다는 고수님 말씀이 떠올라서입니다.
33K 지점 제2CP인 장금이 찻집에 도착해서 떡과 쥬스, 바나나로 시장기를 달랜 후 또다시 뛰쳐나갑니다. 울트라는 풀코스와 달리 여유롭다 들었는데 초보인 저는 오늘 몹시 긴장했나 봅니다. 주로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을 음미하는 여유를 잃어버렸거든요.
42K 지점 양포3거리에 이르니 이제부턴 해변도로, 파도소리와 벗 삼아 뛸 수 있어 좋습니다. 언제부턴가 앞선 주자도 뒤따르는 주자도, 하나 보이지 않고, 깜깜한 주로에 나 혼자 외로이 달리고 있었는데 그나마 시원한 파도소리 친구삼아 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오늘 여정의 딱 절반인 50K 지점을 4시간 55분에 통과합니다. 기분 좋은 기록으로 이미 반을 달려왔고, 아직 육신은 힘이 남아 펄펄하니 오늘 체면 구길 일은 없을 듯싶습니다.
58K 지점 제3CP인 마라톤쉼터에서 따뜻한 국밥과 콜라 두 잔으로 속을 다스리고는 또다시 내달립니다.
그리고 60K 지점, 이제 아끼고 아껴두었던 비장의 카드 MP3를 꺼냅니다. 중학1년 아들 녀석에게 빌린 것인데 듣기 거북할까봐 걱정했지만 부자간 취향이 비슷해서일까 발라드 일색입니다. 노래 자체는 모르지만 한 소절씩 흥얼흥얼 따라 부를 수 있는 편한 노래들이어서 다행입니다.
78K 지점인 제4CP 대동배산 정상에 오르니 자원봉사 분들이 나더러 8등이랍니다. 이런 가문의 영광이 있나~^^* 함께 도착한 주자에게 추월당할까봐 맛있는 죽 한 그릇에 만족하고 내리막길을 냅다 달려 나갑니다.
이제 뒷 주자도 보이지 않고, 또다시 주로에는 나 혼자 남겨졌습니다. 문뜩 조용필의 ‘고독한런너’라는 노래가 생각되어 피식 실소합니다.
또 얼마나 뛰었나? 가물가물 저만치 반딧불 마냥 깜빡이는 불빛이 시계에 들어옵니다. 선행주자죠. 안보이던 주자가 시계 안으로 들어왔다는 것은 필시 주력이 떨어졌다는 것, 내 페이스로 가다보면 머지않아 스쳐 지나게 됩니다.
쥬얼리 ‘원모어타임’을 시작으로 MP3에 저장된 37곡을 두 번 들으니 세 시간이 흘러 어느덧 90K 지점입니다. 임곡교각 밑에서 급수를 받고는 마지막 남은 10K를 위해 혼신의 힘을 끌어 모아 봅니다.
여지껏 넘칠 것 같던 체력도 이젠 등에 있는 배낭마저 벗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지쳐있습니다. 형산대교까지의 직선대로는 왜 그리도 먼 지, 뛰어가다 힘들면 걷고, 걷다가는 또다시 뛰고... 드디어 형산대교를 건너 포항종합운동장에 들어오니 여기가 감격적인 나의 첫 울트라여행 종착역입니다.
첫 울트라 완주에 아낌없는 도움을 주신 이해선님과 안동제비원마라톤클럽 전 회원님께 감사드리고 아무 불편 없이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완벽한 지원해주신 영일만울트라조직위께 무한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그리고, 내가 원했던 12시간 무사완주를 훨씬 앞서는 기록으로 달려준 내 두 다리, 다리야 니들이 젤 고맙고 욕봤데이~^^
|
제비원
210.123.108.110
|
안장수님의 첫울트라 무사완주 추카드립니다..건강한 울트라 계속하시길.. |
08/06/18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