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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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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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람과의 전쟁이었다.
반환점에 이르기까지 모자가 날려갈까 걱정이 되어 고개도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의 연속이었다.(작년 대회에서도 그랬었다고 한다.)
복장도 처음에는 싱글렛을 준비해갔는데 현장에 도착하여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탓에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긴팔 / 긴 타이즈 차림을 하고 있었고 나 역시 이 번 만큼은 감히 싱글렛으로 나설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점퍼 안에 긴 팔 셔츠를 입고 간 것이 있어서 상의는 해결이 되었지만 숏 팬츠 밖에 준비해가지 않은 하의는 하는 수 없이 차가운 바람을 온 몸으로 맞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대회 참가 때마다 비상용으로 싱글렛과 반팔 상의, 긴팔상의, 긴 타이즈를 갖고 다녀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특히 11월~3월까지의 겨울철에는)
참가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주최 측에서 준비한 대구 셔틀버스가 대구 참가자의 부족으로 취소가 되어 참가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아 참가포기를 고려하였으나 다행히 부산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어 새벽에 부산으로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대구역에서 02:41에 출발하는 무궁화 열차를 타고 부산역에서 05:00에 출발하는 셔틀버스에 그나마 몸을 실을 수 있어서 겨우 참가할 수 있었다.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일요일 새벽에 뜬 눈으로 대구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새벽녘까지도 도로변의 주점(酒店)에 앉아있는 주당(酒黨)들과 그들이 도로가에서 보여주는 일탈행위(逸脫行爲)들을 볼 때마다 나의 학창시절의 한 때도 생각나면서 한편으론 그들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서울마라톤대회에서 신었다가 발에 맞지 않아 고생을 하였던 P3T(리복) 신발을 다시 신어보기로 하였다.
다른 분의 착용기에서 언급된 대로 신발 뒤축 쪽을 보니 공기를 주입할 수 있는 펌프가 있어서 달리기 전에 공기를 주입하였더니 비로소 발바닥과 신발이 서로 밀착되는 느낌이 들면서 지난주 대회 때 보다는 처음부터 훨씬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었다.
신발의 구조와 사용법을 더 자세하게 알아보지도 않고 덜컥 착용기를 작성(포커스마라톤에)한 사실과 애꿎은 신발 탓을 심하게 한 지난주의 나의 경솔함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오늘의 레이스에 관계없이 어제 오후에도 쉬지 않고 달렸고 자주 하지 않는 줄넘기까지 해서 그런지 맞바람과 겹치면서 나의 몸은 출발부터 가볍지 않았다.
오늘따라 중도에 포기하는 사태가 갑자기 발생할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면 추위와 바람에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저절로 긴장도 되었다.
힘들게 겨우 반환점을 통과하면서 되돌아갈 일을 생각하니 까마득했지만 상황이 역전되어 그때부터는 바람을 등지고 달리게 되어 염려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
나의 몸도 덩달아 충분히 워밍업(warming-up)이 되었는지 서서히 나의 페이스를 되찾아 가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앞에서 달리고 있는 주자들과의 간격이 나와 좁혀져오고 있었다.
지난주 서울마라톤대회에서와 거의 흡사한 흐름이었다.
많은 주자들을 추월하면서 반환점 통과 시간(1시간57분대)보다는 많이 단축하긴 했으나, 저조한 기록인 3시간45분5초로 힘차게 골인하였다.
아무튼 강한 바람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후반에서나마 힘 있게 달리게해주고 달린 후에도 아무런 후유증 없이 생생하게 버텨준 두 다리가 오늘따라 더욱 고맙다.
셔틀버스로 부산역으로와 무궁화 열차를 타고 다시 대구역으로, 이어서 자전거로 귀가를 하니 시간은 어느 듯 자정 가까이 이르렀다.
그 시간까지 나를 기다리며 잠자리에 들지도 않고 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다시금 ‘내가 왜 이러는가!’하는 자책감과 함께 가족들에 대한 죄책감이 밀려왔다.
엿새간의 온갖(!) 스트레스와 노동 끝에 맞이한 귀중한 일요일을 마라톤대회 참가로 다 소비하고 나니 나 스스로도 아쉬움이 크다.
마라톤 중독은 아니라고 강변하더라도 어쩌면 내가 ‘대회 중독증’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앞으로는 인근 지역이거나 셔틀버스가 처음부터 명확하게 준비된 대회에만 선별적으로 참가하여 대회 참가에 소모되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줄일 것을 다시 한 번 더 다짐을 새롭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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