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
|
|
|
Read: 2144,
Vote: 6,
Date: 07/06/25
|
|
|
|
|
아! 북한강울트라여!
오늘아침 배달된 고도원의 아침편지 내용 중 노먼빈센트필의 “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 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라!
단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 하지 말되 그러나 완전히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어야한다 라고 되어 있었다.
내가 왜 울트라를 하는가.
반대로 왜 그 먼 거리를 뛰지? 란 질문을 주위사람들에게 가끔 받았었다.
누구는 나더러 사회에 불만이 있냐고 놀려도 댔다.
그리고 대다수 주위사람들은 건강을 위한 달리기를 그렇게까지 몸을 혹사시킬 필요가 있냐고 걱정 어린 말을 건네곤 한다.
그러나 여기서 나는 사회와 현실에 순응하며 사는 건강한 정신을 지닌 사람임을 밟혀둔다.
사실은 현재의 나 자신도 나보다 긴 거리를 뛰는 울트라맨 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들이 200킬로도 뛰고, 한반도 횡단도, 심지어는 종단과 우리나라 일주까지 한다던데, 나 역시 그들이 궁금하다. 왜 그 긴 거리를 뛸까? ㅎㅎㅎㅎㅎㅎㅎㅎ
처음에 100km를 뛰고 큰 성취감에 골인지점에서 왈칵 눈물을 쏟을 뻔하기도 했었다.
그런 후 자주(겨우 다섯번) 뛰다보니 그런 감정도 좀 무뎌진 느낌이 든다.
그러나 뛸 때 마다 느낀바 지만 항상 내 육신에 감사하고 나의 주변에 감사하고 건강한 것에 감사한 마음이 커진다는 것.
100km를 뛰며 몸에 느껴지는 고통들을 이겨내기 위하여 준비하면서 나는 항상 새롭게 변해가고 있으며, 세상을 좋게 보는 눈이 밝아지고 남의 고통도 느낄 수 있는 마음도 커지고 있다.
그러기에 울트라 마라톤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출발전 : 오랜만의 여유로움
몇 일전 나는 참가자 명단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많이 익숙한 이름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었기에 확인 차 전화를 해보니 아! 글쎄 맞다.
우리클럽의 깐돌맘님이다. 머리가 띵했다. 이거 이거~~~~대략 난감하다.
너무나도 깐돌맘님의 뜻이 단호해 다른 회원들에게는 비밀로 하고 그럼 훈련에 열중해 보라했다. 매일 깐돌맘님의 훈련일지를 확인해보지만 훈련량이 영 시원찮다.
하라는 훈련도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80km니까 힘들더라도 정신력만 뒷받침된다면 제한시간이 아니더라도 들어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깐돌맘님의 꾀임에 빠진 깐돌맘님의 오빠분과 이렇게 출발전 4시간 이전에 만나 깐돌맘님과 마눌이 준비해온 음식과 과일들을 끊임없이 먹으면서 마라톤이야기를 했다. 주로 공략법에 대해서 잊지 말 것을 당부하며 일러줬고 내가 일러준 준비물보다 더 잘 준비해온 비닐봉투를 각기하나씩 배낭에 넣었다.
2시간 전에 저녁식사까지 맛있게 마치고 배번을 배낭 뒤와 앞가슴에 달고서 깐돌맘님을 안심시키고 잘 뛰어보자 파이팅도 외쳤다.
완주! 완주! 파이팅 !!!
요때만 해도 좋았었지. ㅎㅎㅎㅎㅎ
- 출발~10km : 높은 온도와 습도에 고전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어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그런데 비는 오지 않고 햇빛이 난다.
출발신호와 함께 다시금 파이팅을 외치고 마눌만 남겨 둔체 전투에 참전하는 용사처럼 무리속에 합류했다.
출발 후 300m지점에서 깐돌맘님께 잘 뛰라고 손을 흔들어주고 나는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본 깐돌맘님의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작년에도 그랬었는데 출발 후 5km가 지나도 몸이 풀리지 않는다.
마치 몸이 솜이 물에 젖은 듯 무겁고 비 오듯 땀만 흐른다.
북한강변이라 바람도 있으련만 도통 바람이 없다.
아! 오늘도 힘들겠구나 생각한다.
10km를 지나니 1시간이 흘렀다 좀 빠른 페이스다
- 25km까지 : 무수한 반딧불이
배낭 뒤에 달린 깜박이(반딧불이)들이 길가에 일렁인다.
혼자서 “ 저 사람들은 달리며 무슨 생각들을 하고 뛸까?”
답이 없다 나처럼 뛰고 있을 그들일 테니 ......
사람들도 지쳤는지 무리지어 달리지만 말들이 없다.
14km지점에서 만난 언덕을 넘으며 이곳을 깐돌맘님과 오빠분이 잘 넘어야 할 텐데 걱정을 해본다. 그래 봤자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20km에 도착해서 배낭을 풀고 간식을 먹어보지만 몸이 너무 지친다.
어차피 내가 갔다 올 길이기에 더 이상 쉬고 있을 생각이 없어 또 출발하여
25km CP에 도착해서 배낭에 물 보충과 찰떡파이3개로 배를 채웠다.
혼자 있을 마눌한테 안부전화도 하고 걱정말고 푹 쉬고 있으면 아침에 도착할 것이라 안심시켰다.
- 40km까지 : 갈등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차라리 비가내리는 것이 낫다.
50km부문에 출전한 주자들이 빠져서인지 주로는 한산해졌다.
배낭 뒤에 깜박이 등불만이 캄캄한 밤길을 출렁인다.
이제 조금 있으면 더 한가해 질 텐데 주로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대회전 제법 많은 준비를 했음에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35km지점의 언덕이 이번코스의 최악의 언덕이다. 모두들 달릴 생각을 못하고 계속 걷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긴 언덕~~~~
반대로 긴 언덕을 내려가 설치된 CP 여기가 80km반환점이기도 한다
40km지점에서 간단한 식사제공이 있었다.
분명 40km인데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이거 그만 가고 되돌아가버릴까?????
나답지 않게 갈등이 된다.
내심 말도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국밥을 대충 밀어 넣었다.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
이거 준비해간 간식과 커피한잔을 타서 마시고 또 출발~~~
- 60km까지 : 열악한 여건 속에서의 고통
빗줄기가 거세진다.
아스팔트위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다리도 아프고 이제는 정신력으로 뛰고 있다.
허벅지 자유롭지 못하다 느껴졌는데 빗물에 쓸려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그래도 어두운 밤 내가 좋아하는 환경이 좋다 마치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자연 속에 내 몸과 마음을 파묻는다. 그것은 평화였다.
아마 나는 이런 기분에 울트라를 뛰는지도 모르겠다.
빗줄기가 더욱 거세진다. 또 깐돌맘님이 생각난다. 잘 달리고 있을까????
이런 여건 속에서는 별로 달려보지도 않았을텐데..........
부담이 될까봐 전화는 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내 앞의 주자도 보이지 않고, 뒤따르는 주자의 불빛도 찾을 수 없다. 이 무슨 언덕이 이리도 많단 말인가. 자꾸만 나타나는 언덕들......
허벅지가 쓸려 통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느낌 처음이다.
50km CP에 도착하여 운영진에게 바세린을 찾았으나 준비가 되지 않았다했다.
에구야!~~~~
할 수 없지뭐 마음을 고쳐먹고 비 때문에 쉴 곳도 없어 그냥 출발했다.
어둠뿐이다.
비와 나 자신뿐이다. 하늘을 보니 까맣다 쉽게 그칠 것 같지 않다.
허벅지의 고통은 점 점 심해만 간다.
청개구리 울음소리와 바람결에 부딪혀 나뭇잎 사각대는 소리,
그리고 오직 내 발자국 소리만 들리고 있다. 철저히 혼자가 된 것이다.
이 순간 내 가족과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커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두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아! 울트라마라톤의 매력이 무엇 이 길래 나는 여기 있는 것일까?
- 75km까지 : 울트라 벽을 넘어서
이제 또 큰 언덕을 다시 넘어야한다.
60km지점가게에서 콜라 한개를 사서마시고 물을 보충한다.
이 콜라 맛은 정말 환상적이다.
깐돌맘님께서 준비해준 비상식량들도 대충 마무리됐다.
걸어 걸어서 언덕을 올랐다 까먹은 시간이 아까워 또 뛰기 시작한다.
좀 무리 인 듯 싶어 보폭을 짧게 해본다.
계속해서 허벅지에서 오는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비는 주륵~주륵내리고 통증은 점점 심해져만 가고, 갈 길은 멀고.....
내심 “이것이 울트라여” 생각하며 웃는다.
동이 트기 시작하더니 날이 밝는다. 75km지점에 겨우 몸을 옮겼다.
배낭에서 비상식을 먹고 수박을 두쪽 입에 넣어보지만 단맛이 없다.
물을 두병가득 보충하고 또 출발~~~
- 90km까지 : 아무 생각 없이 달린다.
이제 남은 거리의 계산만 머리에 떠오른다.
정작 울트라는 80km시작이다.
고통의 시작은 이곳부터다. 줄어들지 않은 거리에 주저앉고 싶은 곳이 이곳이다.
차라리 언덕을 기다리며 달린다. 언덕이 나와야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달렸는지 기억이 없다.
오직 남은 거리만 머릿속에 계산된다.
거기다 85km지점의 엄청난 언덕은 정말 걷기도 힘이 든다. 무릎에 손을 받치고 등산하듯이 올랐다.
또 내리막이란 으으으으~~~ 뛸 수가 없다.
거기서 뛰었다간 앞으로 다시는 나는 중랑천에 못 나갈 테니까.
90km지점 표시가 아무리 달려도 나오지 않는다.
누가 옮겨버린 것은 아닐까하고 말도 안 되는 생각도 든다.
이제 언덕은 없다.
곧게 뻗은 길이 나를 질리게 한다.
아무리 달려도 좁혀들지 않은 거리.......
다음에는 울트라 뛰지 말아야지 하며 속으로 생각한다.
질리도록 힘든 구간이다. 오직 정신력으로 달리는 곳이다.
그나마 나 스스로 설정한 심리적인 변곡점은 지나왔기에 짬밥(경력)으로 버티기로 하고 남은 거리는 동기유발을 하여 내 몸짓 하나 하나에 이유를 갖다 붙였다.
그래야 달릴 수 있을 것 같기에.....
내리던 비가 멈췄다. 다행히 햇빛이 나지 않았다.
허벅지의 통증만 계속 더 해 갈뿐 요놈의 거리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으니....
다행히 무릎과 다른 곳은 피로에 의한 통증 말고는 없다.
중간에 한번 신호가 왔던 장딴지의 통증은 잘 달래 보냈다.
- 100km까지 : 아! 해냈다.
드뎌 90km를 알리는 안내판을 보았다.
표지판은 옮겨지지 않았고 그 자리에 있었다.
10km를 어떻게 달리나 걱정이다.
걷기도 힘들고 달리기도 힘든 지점이다.
메고간 배낭의 비상식들도 정리가 되어 이제 물만 남아있다.
가자 가자...
시간을 계산해보니 13시간30분이 넘어설 것 같다.
당초 맘먹은 14시간이상은 고쳐진지 오래다.
까마득히 멀리 양평의 다리가 보인다.
그래 이제 됐어. 다 온거야.
마지막 힘을 쏟아 붓는다.
골인 전 1km지점에서 마눌한테 전화를했다.
“ 도착전 8분전” 오바!
보였다 끝이 보였다.
이제 몸도 추스르고 마음의 정리도 해둔다.
멋지게 골인해야지.... 다리에 힘이 생긴다.
다른 사람이 볼때 힘이 안 들고 뛴 사람처럼 보였으리라.
밤새 달리고 달려서 마침내 완주했다.
13시간25분에 마눌의 손을 잡고 골인지점을 함께 통과했다.
골인 후 마눌이 고마워 번쩍 안아주었다.
장내아나운서 하는 말이 “ 저기 멋지게 완주한 136번 김동진님께 인진지 양말하나 주십시요” 한다.
ㅋㅋㅋㅋㅋ
마눌 번쩍 안았다고 인진지 하나 얻었다
도착하자마자 깐돌맘님의 안부를 물었더니.
에구야!~~~~ 완주를 하지 못하고 먼저 집에 돌아갔다는 것이다. 마음 한켠이 허전했다. 안 쓰런 마음도 들고.......
그러나 그 용기 하나만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도 밤꽃향기는 여전했다.
누구 초여름 밤꽃향기 맡으러 갈사람 없수? ㅋㅋㅋㅋㅋ
도전하라! 도전하는 것은 아름다우니........
모든 포기의 유혹을 뿌리치고 북한강 울트라마라톤을 완주하였기에 후기 올립니다.
- 북한강 울트라 마라톤을 마치고 - |
바람처럼
203.248.117.3
|
아 저도 작녁에 첫 울트라를 북한강으로 갔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15시간대에 들어 왔습니다.
이제는 12~13시간을 왔다갔다 하지만,,, 그래도 뛸때마다 느끼는 두근 거림은 .....
빨리 달리는 분들이나,천천히 달리는 분들이나 힘든건 다 똑같은데.. 역시 이 맛에 울트라를 하는 거겠죠..
올해는 못갔으니까 내년에 다시한번 양수리로 가야 겠네요... |
07/06/25
|
|
스피드
59.5.226.192
|
그 힘들고 어렵다던 울트라를 왜 하는지...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물론 경험이 없는 제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더 많겠지만... 잠시 눈을 감아 제가 울트라맨이 되어 북한강의 밤꽃향기에 살포시 취해봅니다. ^^ |
07/06/25
|
|
지리산
222.111.56.143
|
넘넘 멋지십니다. 짝짝짝^^ |
07/06/27
|
|
이재만
58.229.213.249
|
왜 모두들 울트라에 미치는지.......
후기만 섭렵하여도 마치 내가 캄캄한밤중 주로를 달리는기분입니다
완주축하드리며 빠른 회복하십시요^^ |
07/07/01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