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3.25.13:30경 도시철도 미남역에서 구포역으로 향한다. 좌석버스307이 배차간격이 15분이나된다. 마음은 공항에 가있는데 버스가 오지 않는다. 한참 후 버스안에서 창훈형님과 조우하고 먼저 온 일행 상태형님 도희형님 차길형님 병철아우님 그리고 울산 이만식, 거제 천영기등 달림이들을 만났다. 비행기는 15:00 제주항공으로 모두 함께 마라톤여행을 떠난다.
창가 좌석지정 덕분에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새삼 감상. 제각각 자태를 자랑하는 솜털모양의 구름이며, 조각판처럼 느껴지는 바다가 얼음판 같기도 하다. 너무나 쾌청한 날씨가 아름다운 섬 제주를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갈 수가 있었다. 저 멀리 한라산은 봉우리를 숨긴 채 웅크려 있고 내일 뛸 제주의 일원이 눈 앞에 펼쳐진다.
15:45분경 착륙하여 가방을 찾아 주차장 셔틀버스에 탑승. 네이버후드호텔에 도착하니 풍물놀이로 참가자들을 환영하고 있었으며 곧 바로 선수 등록을 하고 배정된 910호 객실로 들어간다.
16층 식당에서 고동죽으로 저녁을 먹고 식전행사와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부산 지맹회원 전원 도라지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 하며 모두 선전을 다짐한다. 21:05분경 호텔 도착. 김해 오원장님을 만난 후 각자 객실로 들어가 내일 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잠을 청해본다.
05:00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뒤척이는 사이에 알람소리도 듣지 못하고 05:35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각자 테이핑과 준비로 분주하다.
파워 신발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품절이다. 할수없이 미즈노를 선택하였다. 준비를 마치고 내려오니 선수들을 실은 셔틀버스는 보이지 않고 가방을 맡기고 울산지맹 회장님 차량으로 탑동공원으로 향했다.
바닷바람이 세차다. 몸풀기를 하며 사랑의 장기기증운동인 새 생명의 희망을 살립시다 어깨띠로 홍보를 하며 출발시간이 가까워서야 지맹회원모습들이 속속보인다. 단체사진을 찍으며 해군 군악대 연주속에 100km각국 대표 선수들이 출발을 하고 이어 우리도 카운트 다운을 외치며 장장 32시간 200km제주 울트라 마라톤여행을 떠난다.
울트라 마라톤 대회도 참가인원이 1000명이 넘으면 참 좋을텐데 갈수록 참가인원이 줄어드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100까지는 12시간을 목표로 하고 작년 29시간 18분대의 기록을 의식하며 컨디션과 날씨만 도와준다면 28시간대도 가능할 것 같은 기분이다.
매 5km마다 cp운영으로 물통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배낭이 한결 가볍다. 작년보다 2시간 늦게 출발한 관계로 해질녘에는 추울 것 같다.
롱 타이즈와 우의를 준비하였고 카보샷2개 파워젤3개만 준비하였다.
콜라와 오렌지는 후반부에 보충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처음부터 오렌지나 콜라에 손이 먼저 간다. 경험으로 보아 분명 속이 메스꺼워 질텐데... 우려하며 회복이 빠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
제주 울트라대회를 명품대회 명실상부 국제대회 정착을 위해서 많은 국가에서 울트라 마니아들이 많이 참가했으면 좋겠다.
지금 제주도는 세계 7대도시 선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에 못지 않게 제주 자치도에서는 우리 대한 울트라 마라톤 연맹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 주시는 것 정말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IAU 회장님께서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석하시어 아름다운 제주도와 울트라 마라톤 코스를 보시고 극찬을 하였다고 한다.
그동안 준비하시느라 밤잠을 설치신 대회조직위원장 및 조직위원 여러분께도 머리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뛰는 우리는 잘 차려진 대회 규정에 따라 제주를 한바퀴 돌면 끝나지만 조직위원들은 정말이지 얼마나 노고가 클까 뛰는 내내 생각해도 수고하셨고 고맙다는 말 밖에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10km를 55분에 주행한 것 같다. 몸이 괜찮는지 아직까지도 반응이 오지 않는데 창훈 형이 훈련부족이란다. 훈련부장으로서 내심 욕심이 난다. 상금이 문제가 아니라 최강 부산지맹 위상을 보여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20km와 30km 역시 오버페이스 조짐이다. 가족에게 전화하니 10시 45분이란다. 이회장님이 자꾸만 템포를 늦추라면서 자기는 탄력이 붙는다. 50km에 12시 50분 통과하고 가래떡 하나 먹고 조금 더가서 점심 먹을 생각을 하고 달리는데 식당 찾기전 10cp인 55km가 나온다.
13시25분에 찍고 식당에서 김치찌개를 시켜놓고 화장실에를 갔다 오니 창훈형님과 김채기씨가 합류해 있었다. 밥먹고 바로 출발이다.
금방 밥을 먹었어도 모두 잘도 뛰어간다. 한형이 자꾸만 넋두리를 하네. 오늘 완주가 불투명하다. 오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지는 바람에 힘을 좌측에 실으니 양쪽 무릎이 다 아프단다. 정말 큰일이다.
무조건 완주할 것을 주문하고 페이스대로 달려 나간다. 김순임일행도 만나고 주로에서 많은 낯익은 사람들을 만나니 같은 취미 활동이 이래서 좋다. 기록경기인 동마나 춘마보다 인간미가 풍기고 생사 고락을 함께 하는 진정한 뜀꾼들이 아닌가.
70km까지 7시간 35분이 소요되었고, 밥 먹었던 시간 빼면 페이스가 일정함을 알 수 있다. 출발 후 지금 까지는 날씨가 무척 좋다.
한라산 정상이 오랜만에 자태를 보여주며 산 허리엔 아직 눈이 쌓여 있는 것도 보여주더니 서서히 바닷가의 강풍이 으스스 몸을 떨게 한다. 배낭엔 롱타이즈와 긴소매 우의 까지 있으니 추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그보다도 100까지 이 복장으로 가야할 것 같다.
90.7km 17cp 18:22분에 통과한 후엔 페이스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회장과 한형이 앞서가고 제주지맹 단체전 대표 선수와 나란히 월드컵 경기장으로 들어간다. 19:42분 11시간 대다.
가방을 찾고 먼저 갈비탕으로 배를 채운다음 야간 주행을 위한 복장과 신발을 교체하고 겉옷만 갈아 입고 조금 후에 합류한 김형과 함께 출발이다. 벌써 100이 지났으니 이제 100만 남았구나.
12시간 더하기 17시간만 예상해도 29시간대다. 나 뿐만 아니라 단체전 선수들은 각자 그렇게 예상하고 있지 않을까. 진검 승부는 170이 지나 보면 윤곽이 드러나고 그 때 가보면 순위는 정해질 텐데....
금방 저녁 9시가 지나고 사방이 어둑해지니 피로가 엄습해 온다. 눈이 감기고 발걸음이 무뎌진다. 큰일이다. 10km를 통과하는데 1시간30분이 경과된다. 130부터는 잠과의 싸움이다.
식당도 없다. 눈을 붙일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보아도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1키로를 가는데 얼마나 시간이 흐르는지 모르겠다. 갈지자 걸음에 조금 가다 쉬고 급기야 도로 경계석에 주저 앉아 10초라도 눈을 붙이기를 수십 번 그렇게 우리들은 힘겹게 야간주행을 하여야 했다.
정확한 시간은 알수 없지만 아마 이때는 10키로 걸린시간이 약 두시간은 소요된 것 같다.
빨리 150이 나타나기만을 고대하며 새벽의 찬공기를 마시며 잠이 달아나기만을 희망하지만 너무 힘든 고행길이다. 급기야 이회장님이 200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선언을 하신다. 더불어 나도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화답한다.
드디어 식당이 눈앞에 다가왔다. 먼저 온 주자들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차길형님도 선두권인데 자고 있는 사람들 모두 단체전 선수들로 보인다.
미역국으로 밥을 먹고 한켠에서 잠을 청해 보지만 문 여는 소리와 진행위원들의 전화 소리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1시간 20분이 지난 후
또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하고 이번에는 지맹 4명이 함께 출발이다.
컨디션이 살아났다. 배고픔도 해소되고 잠도 저만치 달아나고 이제 아침 운동시간이라 평소 훈련처럼 페이스를 조절하며 한참을 앞서 나간다.
25cp에서 김형과 나란히 달려가는데 단체전 희망이 보인다. 먼저 제주지맹이 포기선수가 나왔고 이어 경기지맹에서도 희망이 없다네 그렇다면 막강한 광주만 잡으면 되는데 생각하면서 밥 먹고 가기로 한 것을 급수정하여 김형을 먼저 보내고 나도 쉬지않고 내달려 본다. 한참을 가니 광주지맹 대표선수2명을 추월한다. 그 유명한 김화중 안유태씨다. 김동해씨가 저체온증으로 고생을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역시 역부족인가 보다. 이제 우리대표들은 완주만 하면 된다는 희망의 불씨를 안고 편의점에서 전복죽으로 허기를 채우고 나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cp가 193.9km 콜라와 오랜지를 집어들고 200키로 열 두번째로 외로운 독주가 시작된다. 시간을 보니 잘하면 28시간대에 들어갈 것 같다.
몇 번 뒤돌아 보아도 김형이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거리를 5분페이스를 달렸는데도 탑동공원이 나타나지 않는다. 갑자기 뛸 힘이 없다. 길옆가게에서 냉수 한잔 얻어 마시고 길을 물으니 조금만 가면 골인지점인 공원이라지만 29시간데 접어드니 힘도 빠지고 기력이 없다. 천천히 걸으며 사거리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김형이 어느새 따라붙어 길을 안내한다. 둘이서 나란히 결승선을 밟고 기념촬영을 하며 장장 29시간9분동안 마라톤여행을 더듬어 본다.
한참 후 이회장이 들어오고 한형도 들어온다. 약3시간을 기다려야 우리의 맏형님이 들어오실 것 같다. 가방을 베개삼아 계단에서 잠을 청해보지만 쉽지가 않다.
사우나를 먼저 할 수가 없다. 단체전 시상식이 피니쉬인 여기서 하기때문이며 맏형님이 들어오시는 것 봐야 하기 때문이다. 막간에 오원장님께서 멸치튀김을 한 도시락 사오셨다. 별미다. 메스껍다며 헛구역질하던 회장님도 맥주한잔에 멸치튀김 한 마리로 다 해결되고 우리가 일등은 따놓은 당상이라 원장님께서도 기분이 좋으신지 다 들어오면 수산시장으로 안내하시겠단다.
제한시간10여분을 남겨놓고 사거리까지 마중나갔다. 올해 나이 70세 평소 단련된 몸이지만 울트라를 즐기시며 생활의 활력을 찾고 계시니 정말 존경스럽다. 이번에 대표선수로 완주만 해달라고 그렇게 부탁말씀드렸는데 지금 이 순간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는 달리 무어라 할 말이 없다. 마지막 들어오면서 하신 말씀 최고령자로 경품받고 꼴찌로 경품을 받아야 한다면서 순간 저를 멈칫하게 한 형님 세상 끝날 때 까지 아무런 부상없이 즐겁게 달리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언양식당에서의 맛난 별미는 아마 정 전총무가 사진을 찍어놓았으니 다음기회에 감상하시고 자리를 함께한 울산의 성하아우 주로에서 자주 만나기로 하고 원장님은 저녁시간 비행기로 부산으로 향하시고 우리는 이제 사우나장으로 향한다.
사우나를 하고 근처 전주복국집에서 저녁을 먹고 재차 사우나에 들어가니 외출요금으로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부산촌사람들의 헤프닝인지 잘 모르겠다. 58모임에 간사람 빼고 4명이 찜질방에서 세상모르게 하룻밤을 보내고 제주에서 아침을 맞으니 3일이지만 벌써 집이 그립다. 공항에서는 양산의 털보 동철씨와 성하아우 및 영기아우를 만나 아쉬운 작별을 하고 10:05발 제주항공 비행기에 몸을 싣고 보니 갈 때처럼 날씨가 너무 좋다.
이렇게 좋은 날 혼자서 마라톤여행만 다니니 집에 있는 가족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 대회참가를 조금 줄이더라도 가족과 함께하는 취미활동을 해야겠다. 이틀후에는 수술날짜가 잡혀있는데도 아무런 내색않고 제주까지 마라톤여행을 보내준 내 사랑하는 가족에게 2박3일 동안의 여행기를 조용히 들려주고 싶다. 사랑한다. 은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