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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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 7,
Date: 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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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 10일만의 풀코스 완주, 제11회 인천국제마라톤대회
1. 대회개요
○ 대회명 : 제11회 인천국제마라톤대회
○ 일 시 : 2011. 3. 27(일) 09:00
○ 장 소 : 인천문학월드컵경기장
○ 주 최 : 인천일보사, 대한육상경기연맹, (사)인천마라톤조직위원회
○ 코 스 : 문학경기장~송도대로~송도재생센터4거리 왕복(2회)
○ 종 목 : 4종목(5km, 10km, 하프, 풀)
○ 참가비 : 3만원(풀)~2만원(5km)
○ 기념품 : 기능성 윈드자켓(메달, 간식/막걸리, 맥주 시음코너
운영)
○ 총경비 : 101,400원
○ 소 속 : 동해시청 마라톤클럽
○ 기 록 : 03:57:01.11
○ 우 승 : 일반부 / 김광연 :02:37:50.76
2. 참가배경
2010년 4월 18일 ‘중국 대련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뛴 이후 11개월 동안 어떤 종목의 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하지 못하였다. 2008년 11월에 왼쪽 팔을 다쳤는데 2차 수술을 받았고, 왼쪽 발목 인대를 다쳐 장기간 치료를 받았으며 물리치료를 끝내는 날 온찜질 팩으로 발뒤꿈치에 화상을 입어 화상치료를 1개월간이나 더 받았다. 2011년 초부터 다시 풀코스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지난 해 11월부터 연습을 시작하였으나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달리지 않아 몸은 따라 주지 않고, 날씨가 추워지니 마음은 해이해져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일단 일을 저질러야 연습이 될 것 같아 2월의 ‘고구려 역사 지키기 마라톤대회’를 신청하였으나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만다.
3월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마라톤을 다시 시작하기로 단단하게 결심하고 참가해보지 않은 인천마라톤대회에 신청하게 된 것이다. 서울, 대구, 수원, 전주월드컵 경기장에서 출발하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했었는데 모든 시설이 특색 있고 규모의 웅장함에 놀랐었다. 문학월드컵경기장은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 인천대회의 코스와 시민들의 반응은 어떨지도 몹시 기대된다. 44번째(100km 울트라 1회 포함)의 풀코스를 과연 완주하게 될지 의구심을 가지면서 조심스레 참가신청을 한다.
3. 대회장 이동
3월 27일 15시 10분에 집을 나선다. 14시까지 대회 참가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다 참가키로 결심한 것이다. 2개월 전에 참가신청은 하였으나 폭설과 추운 겨울 날씨, 계속되는 모임과 술자리 등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의 연습을 하지 못해 과연 풀코스를 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2011년 들어 21회에 151km 정도 밖에 뛰지 못하였으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 안 뛴 것이다.. 그러나 주위 분들에게 대회 참가사실을 섣부르게 미리 알려 버렸고, 어느 시점이 되었건 상당히 어려운 시작은 있어야 하므로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해 걱정은 되지만 결단을 내린 것이다. 몸도, 왼쪽 발목의 인대 상태도 자신할 수 없기에 너무 무리하게 뛰지 말고 이상을 느끼면 중도에서 포기할 것도 각오한다. 아내에게 풀코스를 뛰러 간다고 하니 그 몸으로 가능하겠냐며 그냥 집에서 쉬라고 한다. 당연한 걱정이고 혹시 속으로 욕이나 하지는 않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너무 늦게 참가 준비를 시작하니 시간이 매우 바쁘다. 집에서 출발이 늦어 교통질서도 조금 어기면서 과속하여 터미널에 도착하니 주차공간이 없다. 주변을 뒤져 힘들게 주차시키고 부리나케 터미널로 달려간다. 15시 30분 동서울행(16,100\) 버스에 탑승 문막휴게소에서 잠깐 쉰 후 서울에 도착하니 19시 06분이다. 여부, 이천부터 정체현상이 빚어지는 듯했으나 3시간 36분 만에 도착한 것이다. 서울에는 상당히 오랜만에 와보는데 한강에는 교량 하나가 또 만들어지고 있다. 광진교 가기 전인데 이름이 암사구리교이고 교각은 거의 완성되었으며 상판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단골이 된 들녘식당으로 들어가 자리 잡고 앉으니 손님이 너무 많아 식사는 안 된다고 한다. 삼겹살 1인분을 주문하니 최소 판매단위가 2인분이라고 하므로 그냥 나오고 만다. 19시 15분에 아침식사를 주로 하던 ‘신촌설렁탕’을 찾아가 꼬리곰탕(11,000\)으로 저녁식사를 한다. 내일의 대회참가가 조금 걱정되므로 체력소모에 대비하기 위하여 예전 보다는 좀 더 신경을 쓴 것이다. 호주산이라는데 육질이 타박해서 괜히 주문했다 싶다.
20시 하루 밤을 보내기 위해 강변스파랜드(8,000\)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수도권에서 개최되는 대회 참가 시에는 동서울터미널 주변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하는데 그 만큼 몸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벤트탕, 온탕, 열탕, 마사지탕, 냉탕, 히노끼탕을 오가며 근육을 풀어주고 몸의 컨디션을 끌어 올린다. 보통은 사우나도 이용하는 데 뛰는 도중에 직면하는 지나칠 정도의 수분 고갈에 대비하여 행태를 바꾼 것이다. 이젠 여행을 갈 때마다 가지고 다니는 넷북으로 일과와 마라톤 참가기를 어느 정도 정리한 후 22시 30분 경에 남자수면실을 찾아간다. 피곤함을 느껴 코를 고는 사람들보다 먼저 잠들기 위함인데 평상 시 버릇 때문에 쉽지 않다. 소란스럽게 출입하는 소리, 코골이 때문에 비몽사몽 잠을 설치다 02시 경에 쫓겨 나와 남여공용 공간의 귀퉁이에 누울 자리를 찾는다. 그나마 이곳은 조용하기 때문에 좀더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었고 05시 알람 진동소리에 잠이 깬다.
조금 이르다 싶지만 대회장소까지 이동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 사우나에 들어가 간단히 몸을 씻고 06시에 찜질방을 나온다. 시간을 여유롭게 이용하기 위해 신촌설렁탕에서 설렁탕(6,000\)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많지 않은 양이지만 뛰는 과정에서 속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밥은 조금 남긴다. 06시 35분 문학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강변역(900\)에서 지하철에 탑승한다. 신도림역에서 인천선으로 바꿔 타고, 부평역에서 인천 지하철로 한 번 더 환승한 후 문학경기장(700\)에 도착하니 08시 15분이다. 찬 바람이 제법 불며 츄리닝 바지 속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이 몸을 오싹하게 만든다.
이른 시간이지만 지하철에서부터 문학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인파로 북적인다. 목적지는 모두 한 방향이다. 표정은 한결같이 밝고 환하다. 평상시에 못다 한 얘기, 오늘의 경기를 화제로 대화하겠지만 얼마나 소란스러운지 귀가 멍멍할 정도이다. 마라톤의 재미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일이겠지만 우리들에게는 놀러온 것이자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는 것이니 왜 아니 즐겁겠는가 ? 100여 동이 넘는 참가클럽의 휴식텐트지구를 지나 경기장 입구 쪽으로 가니 행사진행 용 텐트가 100여 개 이상 설치된 것 같다. 한 바퀴 돌아보면서 탈의실, 물품 보관소, 기념품 교환소, 먹거리 장소 등의 위치를 확인한다. 탈의실은 발 디딜 공간이 없어 적당한 장소에서 상하의 외투를 벗어 마라톤 복장을 갖춘다. 새벽에 사우나 끝내고 속에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번호표까지 붙였으니 썬글라스, 장갑, 카메라만 챙기면 준비는 끝이다.
물품을 맡기고 발걸음이 많은 곳으로 이동하는 무리를 따라가며 사방을 둘러보니 보통은 필수용품인 간이화장실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장 건물 안에서 화장실을 발견하였는데 길게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곳을 찾아가다 덩치가 제법 큰 선수로부터 왼쪽 발등을 밟히고 만다. 순간 통증을 느껴 오랜 만에 뛰는 장거리에 혹시나 지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므로 서로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억지로 화장실을 찾아가니 시간은 촉박한데 앞에 들어간 사람이 10분 이상을 사용하므로 죄송한 마음 무릅쓰고 문을 두들겨 서둘러달라고 부탁한다. 내 뒤로도 몇 명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일을 마치고 그라운드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10여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므로 준비운동과 스트레칭하기도 빠듯하다. 인천일보사장의 개회선언, 송영길 인천시장의 축사 등을 들으며 추위도 이길 겸 계속 움직이며 몸을 풀어준다. 아직 몸은 경직되었건만 09시에 하프 등록선수가 출발한다. 이어 풀코스 선수의 이동 안내 방송에 따라 가장 후미에 자리를 잡는 까닭은 빠른 발걸음을 따라 가다 내 페이스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4. 대회 참가 및 완주
오늘 참가신청자는 11,248명이며 풀코스는 1,223명(남자 1,158 여자 65). 하프 1,900명, 10km 5,611명 등이라고 한다. 코스는 문학경기장부터 송도재생센터의 하프코스를 2번 왕복하는 루프코스로서 주변 시민의 응원을 이끌어 낼 수 있고, 교통통제에 따른 민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복장은 조금 걱정 되지만 짧은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 모자는 달리는데 거추장스러워 머리띠로 바꿨고, 선글라스와 흰 장갑, 작은 허리쌕과 소형 캐논 카메라, 아식스 운동화로 갖추었다. 사회자의 안내에 따라 5초간의 함성을 세 번 지르고, 5부터 카운트 다운을 시작하여 09시 05분 출발신호와 함께 출발선을 달려 나간다. 경기장을 나오자마자 농악대가 흥겹게 공연을 하며 먼 거리 잘 다녀오라고 응원해준다.
200여m에서 우회전하여 경기장 주변 언덕 위의 육상연습장을 되돌아 다시 경기장 진입로에 도착하니 많은 행사관계자와 시민 등이 환호하고 박수치며 열심히 응원해 준다. 왼쪽에 보이는 거대한 인공암벽장을 지나 사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본격적으로 주로에 접어든다. 코스는 8차로의 중앙 4차로(왕복 2차로)를 달리도록 준비되어 있는데 반환점까지 도로의 넓이에 따라 6차로(왕복 3차로)까지 주로로 확보되어 있다. 선학지하차도를 지나면서 선두 주자들이 함성을 지르니 뒤따라가는 모든 주자들도 연이어 함성을 지른다.
오르막 지하차도를 빠져 나와 2.5km 지점에 이르니 물스펀지 대신 음료수와 간식이 준비되어 있고 여학생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해 준다. 이후 같은 간격으로 계속 준비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 이는 10km 구간을 4번 연달아 오가기 때문이었다. 폭이 넓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되어 있고 주로로 이용되는 부분을 포함하여 전 구간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다. 송도대로는 도로개설이 아주 오래 되지는 않은 듯 도로변 조경이 매우 잘 되어 있고, 아파트 등 거주지 환경도 매우 쾌적해 보이며 접속도로 마저도 넓고 계획이 잘 된 듯하다. 전 구간이 뻥 뚫려 몸과 마음, 머리가 시원해지는 느낌이며 과연 이런 기분을 우리나라의 어떤 마라톤 코스에서 다시 느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5km를 09시 40분에 통과 한다. 뒤에서 출발하고 초반에 비좁은 도로를 뛰었다고는 하지만 35분이 걸렸으니 너무 지나치게 몸을 사린 것이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주로에 들어선다.
몸 상태, 특히 왼쪽 발목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며 뛰다보니 예전과 같이 뛰는 것이 여유롭지 못하다. 거의 1km간격으로 봉사활동으로 동원된 여학생들이 목이 터질 정도로 열심히 파이팅을 외치고, 하이파이브 하자며 손을 내밀어 응원해 준다. 일반 시민들이나 행인들의 관심도와 응원의 열기는 상대적으로 저조해 보인다. 평상시에는 모든 구간의 모든 차로를 수많은 차량이 통행하였을 것인데 하루 중 몇 시간에 불과하지만 길을 막고 달리기를 하니 별로 반가울 것도 없을 것이다. 학생 응원단과 간식 및 음료수를 공급하는 모든 자리에서는 감사의 표시로 손을 흔들어 준다. 7.5km 지나며 목을 축이고 이후 골인할 때까지 수시로 물과 이온 음료, 간식을 조금씩 먹으면서 잠깐 동안 휴식한다. 특히 30km를 지나면서부터는 10여회 이상을 조금씩 쉬며 무릎과 엉덩뼈, 허리 운동을 하여 피로와 통증을 완화시켜 준다.
송도1교는 6차로의 대형 교량인데 좌우측에는 10여m이상 됨직한 원형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매우 아름답고 높아 사방으로 먼 곳 까지 조망할 수 있다. 송도와 국제업무지구는 주로에서 보이는 타워크레인만도 10여개 이상이 보이는 등창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50층 이상 되는 고층 빌딩도 많고 다리 위에서 보이는 가시권만도 엄청나게 넓은 면적에 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해 4월 중국 대련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중국 벌판을 뛸 때가 언뜻 연상된다. 10km를 10시8분(28‘)에 지나 송도재생센터 4거리에서 1차 반환점을 돈다. 아직까지는 인대도 발목도 괜찮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정말 문제와 도전의 시작이다. 지난 11개월간 최대 11km 이상을 뛰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5km를 지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여성은 몸매가 날씬해 보이지 않는데 나 보다는 훨씬 나아 15km를 10시35분(27’)에 통과하기 전에 추월당하고 만다.
13km를 지났을까 ? 송도1교 다리 위에 한 명이 쓰러져 인공 호흡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응급 구조요원 등 몇 명이 긴급조치 하는데 입과 코에서는 피를 흘리고 의식이 없어 보인다. 멈칫 멈칫하니 그냥 갈 길을 가라고 안내하므로 무사하기를 기원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21시에 집에 도착하여 아내로부터 인천마라톤대회에서 한 분이 운명하셨다는 뉴스 보도사항을 듣게 되는데 아마도 그 분인 듯싶다. 60대의 20년 경력 마니아라고라고 하는데 많이 안타깝지만 좋아하는 운동하다 그렇게 되셨으니 불의의 사고보다는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다. 마라톤을 사랑하다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문학경기장 못 미쳐 2차 반환지점(21km)을 되돌아 25km를 11시 21분(10km : 46분)에 지난다. 약하게 오던 오른쪽 무릎의 통증이 걸음을 제대로 뛰지 못할 정도로 급격하게 온다. 물과 간식을 먹고 1분여 동안 .쉬며 스트레칭으로 몸 풀기를 한다. 조금 쉬니 몸 상태가 나아져 보폭을 줄이고 속도를 늦추면서 한 걸음씩 옮긴다.
30km를 11시 52분(31')에 통과하고 3차 반환점을 돈다. 이제는 10km만 더 가면 되는데 몸은 천근만근이고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따라 잡은 수많은 주자들로부터 계속 추월을 당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무릎의 아픔은 갈수록 더해 가고, 아침에 밟힌 왼쪽 발등과 허리의 통증까지 갈수록 심해진다. 포기할 생각도 들지만 지나온 30km가 너무 아깝고 도전의사를 밝힌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라 걸어서라도 끝까지 완주하기로 굳게 마음을 다진다. 최소한 km당 10분씩 걸어가도 제한시간 안에 골인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마음은 놓인다. 하지만 특별한 이슈를 내걸지 않는 한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나로서는 가장 큰 실패인 ‘주식 투자의 실패 회복’을 다짐하며 이를 악물고 한 걸음씩 떼며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35km를 12시 24분(32‘)에 통과한다. 이 정도면 체력도 떨어지고 연습도 부족한 상태에서 괜찮은 기록이다.
컨디션이 어느 정도 뒷받침 될 때에는 30km부터 동기 부여와 사기를 돋우기 위해 혼자서 추월하기를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생각도 하지 못한다. 출발은 늦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초반에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픔을 참고 애쓴 덕분에 여러 명을 제쳤지만 37~38km지점에서 100회 마라톤클럽의 어른, 자연보호마라톤클럽의 노미정 회원 등 여러 명에게 추월당한다. 선학지하차도에서 조금 쉬며 몸을 풀고 오르막을 뛸 때에 40km 페메에게 또 추월당한다. 이정도면 최소한 4시간 15분대는 가능하므로 만족하다 싶은데 40km페메의 속도도 그리 빠르지 않다. 39km를 지나며 sub-4의 욕심을 이루기 위한 오기가 발동한다. 남은 3km ! 정말 죽기 살기로, 무릎과 엉치뼈 얼마나 다치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마지막 남은 혼신의 힘을 끌어 올린다. 여기서부터 골인 지점까지 따라 잡은 선수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최하 20여 명은 될 것이며 마지막 7km를 39분 남짓에 뛰었다.
38km에서 나를 추월한 어르신께서는 50m, 노미정씨께서는 100여m 앞선데 이어 13시 3분을 넘어서면서 골인한다. 기왕에 혼신의 힘을 다하기로 한 것, 조금만 더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면 두 분과 한 번 해볼만한 경쟁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종기록은 15시 27분에 03:57:01.11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온다. 완주 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곧바로 하는 마무리 몸 풀기 운동을 할 때에 노미정씨가 여성부 5위로 수상한다는 사회자의 안내방송을 듣는다. 나 보다 연세는 더 들어 보이고, 체격조건도 나 보다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 훌륭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에 박수를 보낸다. 무릎이 걷지 못할 정도로 불편해 의료센터에 가서 접착용 파스를 찾으니 없다 하므로 에어파스로 대신한다. 물건을 찾아 겉옷을 입고, 기념품을 받아 빵과 이온음료로 간식을 먹는다. 맥주 시음장은 문을 닫았고, 막걸리 시음장은 너무 어수선하여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무릎과 다리가 아프고, 온 몸이 으슬으슬 춥고, 배도 고프고, 빨리 사우나에 가고도 싶어 13시 35분에 11개월 만의 풀코스 도전의 성공을 이루어 주었고, 새로운 추억과 감동을 안겨 준 문학경기장을 떠난다.
5, 귀가 및 소감
13시 45분 문학경기장역에서 인천매트로에 탑승, 부평역에서 신도림역 지하철로 바꿔 타고, 다시 서울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한 뒤 15시 35분 강변역에 도착한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동해 행 버스표를 구입한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진미해장국으로 들어가 양·선지해장국(5,000\)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16시 20분 동방사우나(3,000\)에 들어가 땀에 푹 절은 몸을 씻고 온탕 냉탕을 대여섯 번 오가며 근육을 풀어주니 한결 낫다. 뛸 때나 허겁지겁 식사할 때까지도 미처 느끼지 못하였는데 온탕에 들어가니 사타구니를 비롯해 은밀한 곳 몇 군데가 시달려 몹시 따가움을 느낀다, 3일이 지난 아직까지도 따끔따끔하다. 17시 40분 동서울에서 버스에 탑승, 평창휴게소에 잠깐 쉬었다가 20시 35분 동해에 도착한다. 서울에 갈 때에 비해 35분이나 시간을 단축한 것이다. 도로변에 주차해 둔 승용차를 이용 집에 도착하니 20시 50분이며 이로써 44번째 풀코스 마라톤 여행을 마무리한다. 11개월만의 풀코스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여 준 대회 관계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교통을 통제 당하면서 불편을 겪은 인천시민과 행사의 성공적인 준비와 진행을 위해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도 고마움을 느낀다. 인천국제마라톤대회가 해를 더해 갈수록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 그 명성을 드높여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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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탁
203.130.96.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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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즐거운 마라톤 생활 즐기시기 바랍니다 |
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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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훈
211.111.24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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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완주후기가 올라왔군요. 요즘왜 글이 안올라오나 하고 궁금했는데 역시 부상이셨군요.앞으로 쭈욱 즐겁게 달리시길 바랍니다. |
1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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