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중순 과중한 업무 탓인지 불현듯 내게 찾아온 등쪽의 근육 마비가 좀처럼 풀리기는커녕 한의사인 동서에게 30여대의 침을 맞아도 상태가 매우 좋지가 않았다.
이제와서 생각해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달리기를 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겠다라고 하는 단순한 생각에 마치 걸음마를 배우듯 지인을 통해 달리기를 배워달라고 쑥스러운 요청한 이후 하루하루의 거리 늘림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남이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그렇지 못할텐데 누군가의 권유가 아니라 내 스스로 원해서 하는 것이라 아무리 힘이 든다 해도 감내해 낼 수 있듯이...
스스로 해내려는 의지를 보이자 관념속의 훌륭한 스승은 나의 의지속으로 자연스레 다가왔던 것이다.
고통이 큰 만큼 희열의 기쁨도 크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오늘 대망의 2007년 11월 4일 중앙서울마라톤은 가을의 풍성함과 함께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3월 새로운 항공사의 탄생을 준비하고 나름대로 사전준비와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디딤돌 역할을 비록 나의 작은 힘이나마 최선을 다하고저 근무에 열중할 즈음, 등 전체 근육이 마비되는 듯한 피로감과 근육마비 현상에 몹시 괴로웠다.
사실 난 그 이전에 모항공사 지점장으로 호주에서 생활을 하던 중 인생 최대의 시련을 맞이했던 병력이 있었고 그 이후로는 운동은 언감생심 숨쉬는 정도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아니 앞으로는 운동이라는 것은 나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 여기며 그렇게 무심하게 10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이다.
잔병 치레없이 성장을 한 나로서는 40초반에 얻은 나만의 질환에 인생사에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한 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되었고 아무것도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는 시쳇말로 육체를 간신히 이끌고 그냥 하염없는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서의 무가치함에 서글퍼할 뿐이었다.
항상 건강하게만 느껴왔었던 내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질환 즉 신경계통의 병 마이스니아 그라비스라고하는 일명 MG라고 하는 것이 나의 의지대로 내몸을 움직일 수 없는 질환으로 전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현듯 불청객이 되어 다가온 것이다.
한창 인생의 황금같은 시기에 당찬 인생의 비젼은 고사하고 해야 할 일들과 너무나도 하고 싶은 많은 일들을 앞에 두고 그 모든 것들은 포기해야 하고 식물인간처럼 밖에 살아갈 수 는 현실을 맞이한 것이다.
생각은 있으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육체를 껴안고 가야만 한다는 자괴감이 온몸을 휩쓸었으나 그래도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행복한 거라고 믿었다. 아니 부정적으로 생각할 겨를이 내게는 최소한 없었다고나 할까?
내 스스로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사물이 둘로 보이는 이른바 더불비전이 내 안구를 엄습하고 난 밥을 먹은 후, 물 한 모금 마신 후에 이것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해야만 하는 필사적인 투쟁으로 내게 도전을 해야 하는 하루하루 사는일이 너무나도 벅찬 과제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현실이라고 긍정하기엔 너무나도 믿기지 않은 일이 최악의 상태로 내게 밀착 취재를 해왔고 원치 않은 꿈같은 일이 내게 일어난 것이다. 난 그 사실을 감당해 내야 했다. 난 나의 생각대로 나의 의지대로 전혀 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병에 걸리고 만 것이다.
97년 이래로 난 밥 한술을 10여분을 씹어야 겨우 삼킬 수 있는 단계에서부터 모든 것을 하나하나 극복해 나가야만 하는 운명이 되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력이란 그토록 끈질기고 모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난 나의 정신만이 나를 이러한 상태의 나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도구라고 믿었다.
운명의 신이 아니 건강의 신이 나를 버릴지라도 내가 그들을 저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극복이 될 것이라고 믿었고 역발상의 전환이 오히려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게 했다.
또한 반드시 나아서 하고자 하는 일들을 하리라 마음을 먹고 다음해 봄인 97년에 대수술을 받고 지속적인 치료와 함께 조금씩 안정을 회복해 가는 동안에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결혼도 불혹이 넘은 늦은 나이에 하게 되었고 지금은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아들, 두 아이와 함께 밝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게 된 것에 대하여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있다.
또한 2006년 8월 중순 우연찮게 지인을 통해 "신이 내린 보약"을 내 스스로 찾게 된 것이다. 물론 마라톤이 "신이 내린 보약"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지만 말이다.
운동을 전혀 잘 하지도 못했지만 몸이 아픈 이후로는 숨쉬기 이외에는 별 운동을 하지 않고 그저 평상시 걷기로만 체력을 유지하고 있었던 터이라 첫 달리기는 채 100M도 못가서 함께한 지인을 먼저 가라고 사인을 보낸 후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난 그 다음날 나는 아무도 날 기다리지 않는 산으로 나의 발걸음을 옮겼다.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무도 날 기다려주지 않았지만 난 또 그곳으로 가야만 했고 그것은 내 마음속에 정해진 약속으로 여기고 매일처럼 하루걸러 난 언덕이 있는 걷고 달릴 장소로 최상이라고 여기는 곳으로 출근을 한 것이다.
날이 거듭될수록 조금씩 아주 조금씩 거리가 늘어갔다.
회사에 동아리모임이 있어 가입을 하고 힘의 부침은 계속되었지만 줄기차게 달리기 모임에 나가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나의 초점을 건강 달리기에 집중하기로 마음을 굳게 먹은 것이다.
일년하고도 2개월이 지난 지금. 반복되는 연습의 힘은 무서운 것이었다.
아니 신이 내린 보약을 매주 2-3회에 걸쳐 난 마신것인가?
오늘이 그날! 2007년 11월 4일 일요일 청명한 가을날.
풀 코스의 총성이 울리고 이렿게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의 목표를 가지고 출발 선상에 섯고 난 가장 후미에서 나만의 PACE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가을이 이렇게 아름다운 것인가를 난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병마속의 내가 근육하나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중앙마라톤이란 42.195KM를 나의 의지대로 질주를 즐기고 4시간42분50초에 그야말로 나만의 전율을 온몸으로 느끼며 FINISH LINE을 밟은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