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올림픽 경기대회는 이탈리아가 올림픽개최를 포기한지 54년후에 드디어 기회를 맞았다. 모든 올림픽 관계자들이 그리스 대회에 이어 열리기를 바랐으며, 과거와 현재가 훌륭하게 조화된 멋진 대회였다. 이탈리아는 대회를 위해 고대로부터 내려온 옛터를 새로 가꾸는 등 3,000만 달러가 넘는 경비를 투자했으며, 유서 깊은 로마의 모든 교회들은 일시에 함께 종을 울리며 대회를 축하하기도 했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개회식을 비롯한 주요 경기모습이 인공위성을 통해 전세계에 중계되었고, 전광판 등장으로 경기의 진행과정이 기록되었으며 모든 경기결과가 전자장치에 수록되었다. 정치문제로 오염되었던 전 대회와는 달리 정치문제가 없었는데, 동·서독은 단일팀으로 참가했다.
중국은 1958년 타이완의 축출을 요구하며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IOC) 탈퇴로 올림픽 무대를 떠났고, 자유중국은 국호가 타이완으로 바뀐 채 단독참가했다. 대회 최대의 인기를 끈 에티오피아의 '맨발의 주자 아베베'는 2시간 15분 16.2초의 세계신기록으로 마라톤에서 우승했다. 복싱 라이트헤비급에서는 미국의 C.클레이가 18세의 어린 나이로 우승했는데, 그는 훗날의 세계프로복싱 헤비급 챔피언이 된 무하마드 알리이다. 미국의 흑인여성선수 W.루돌프는 어렸을 때 걸린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100m·200m·릴레이에서 우승하여 3관왕이 되었다.
대회 최대의 오점이라 할 약물복용에 의한 사망사고가 일어났는데, 덴마크의 사이클 선수인 K.옌센은 흥분제 복용 후 경기에 출전했다가 사망했다. 국가별로 메달이 비교적 고르게 분산되어 일본·터키·뉴질랜드 등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은 36명의 선수가 육상·역도·복싱·레슬링·사이클·사격·체조·다이빙·승마 9개 종목에 출전했으나 사상 처음으로 1개의 메달도 획득하지 못했다. 1960년 로마 대회는 한국 올림픽 출전사에 유일한 ‘노 메달’ 대회로 남아 있다. 한국 스포츠의 전반적인 수준이 갑자기 추락하지 않는 이 기록은 유일한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로마 올림픽의 참패는 당시 정치 상황과 일정 부분 연결돼 있다.
1960년 3월 15일 치러진 정∙부통령선거는 부통령까지 뽑는 마지막 선거였다. 그 뒤는 대통령만 뽑게 됐기 때문이다. 집권당인 자유당에서는 대통령 후보에 이승만, 부통령 후보에 이기붕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선거는 전례를 찾기 힘든 부정선거였다. 4월 혁명이 일어나고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해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다. 야당 대통령 후보인 조병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이승만은 부정선거를 치를 이유가 없었으나 부통령 당선에 자신이 없던 이기붕이 부정선거를 강행해 부통령에 당선됐다. 4월 28일 경무대(오늘날의 청와대) 별관에서 이기붕 일가의 집단 자살로 보이는 사체가 발견됐다. 이승만의 양아들로 입적된 이강석(이기붕의 장남)이 권총으로 가족을 모두 죽이고 자신도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2년 9월 27일부터 1960년 4월 28일까지 제 17대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KOC(대한올림픽위원회) 위원장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을 지낸 이기붕의 죽음은 체육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기붕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사령탑을 잃은 대한체육회는 혼란에 빠졌다.
4월 혁명으로 회장을 잃은 대한체육회가 그해 로마 올림픽에 제대로 대비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준비가 부족했지만 9개 종목에 56명으로 구성된 한국 선수단은 1960년 8월 25일부터 9월 11일까지 열린 로마 올림픽에 참가했다. 결과적으로 단 1개의 메달도 건지지 못했다. 태극기를 앞세우고 첫 출전한 1948년 런던 올림픽 이후 한국이 올림픽에서 단 한 개의 메달도 못 딴 것은 로마 대회가 처음이다.
소련은 금메달 43개로 전 대회에 이어 다시 미국을 제치고 대회 우승을 차지했으며, 미국(금메달 34개)·이탈리아(13개)·독일(12개)·오스트레일리아(8개)가 그 뒤를 이었다.
▷ 개최지 : 이탈리아 로마
▷ 참가국 : 83개국
▷ 참가자수 : 5,338명(여자 611명, 남자 4,727명)
▷ 종목수 : 150개 종목
▷ 대회시작일 : 1960년 8월 25일
▷ 대회폐막일 : 1960년 9월 11일
▷ 경합후보도시 : 로잔(스위스), 디트로이트(미국), 부다페스트(헝가리), 브뤼셀(벨기에), 멕시코시티(멕시코), 도쿄(일본)
맨발로 참가한 무명 비킬라의 승리
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은 역대 가장 많은 국가가 참가한 레이스였다. 35개국 69명이 참가했다. 유럽이 18개국 35명, 아시아에서는 한국을 포함하여 5개국에서 11명이 참가했다. 역시 세계 마라톤 스타들이 총 집합했다.
9월 10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에 출발했다. 출발시의 기온은 23.2도 가량이었다. 낮에 열을 받은 빌딩들이 여전히 열기를 내뿜고 있다. 초반 4명이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잘 알려진 벨기에의 아르투르 케일리(Arthur Keily)와 아우렐르 반덴드리에스쉬(Aurele Vanderndriessche)와 또 다른 두명의 무명선수였다. 반덴드리에스쉬 선수는 56년 벨기에 마라톤 선수권을 다섯회나 석권한 바 있는 실력자였다. 무명선수는 맨발로 대회에 참가한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와 모로코의 라디 벤 아브데셀렘(Rhadi Ben Abdesselem)였다. 라디 선수는 이틀전 10000m에도 출전하여 14위를 차지한 바 있고 마라톤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상 4명의 선수들이 이끄는 선두그룹이 5km를 15:35로 통과했다. 10km를 31:07로 통과한다 이 시점에서 브라이언 킬비(Brian Kilby)와 또 다른 모로코 선수인 알랄 사오디(Allal Saoudi)가 선두로 합류한다.
케일리와 반덴드리에스쉬가 번갈아 선두를 지키고 바로 뒤에 라디와 비킬라가 뒤따르며 15km를 48:02로 통과한다. 반환점이 있는 비티니아를 목전에 두고 사오디선수가 23초 뒤에서 뒤따르고 있다. 20km지점(1:02:39)에서 비킬라와 라디는 상당 거리의 차이를 벌린다. 30초뒤에 반덴드리에스쉬 선수가 따른다. 세계기록 보유자 세르게이 포포프(Sergey Popov)와 뉴질랜드의 배리 맥기(Barry Magee), 네덜란드 선수권우승자인 프란츠 쿠넨(Franz Kunen)이 그룹을 지어 뒤따른다.
22km지점부터 65m에 이르는 코스는 오르막이다(아래 고저도 참조). 비킬라와 라디가 25km를 1:20:47로 통과한다. 20-25km의 구간기록이 18:09이다. 맥기와 포포브가 3,4위를 지키고 있다. 아프리카의 두 선두선수가 30km를 1:34:29로 통과한다. 3-4위와 2분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뒤따르던 케일리 선수가 뒤쳐져 나간다. 30km를 지나 오르막 정상에 오른다. 선두가 35km를 1:50:27로 통과하고 그대로 맥기와 포포프가 3-4위로 따르고 5위로 추격해온 선수가 소련 선수권대회 우승자 콘스탄틴 보로비에프(Constatin Vorobiev) 선수였다.
산 세바스티안문(門)을 통과하는 40km를 지나면 출발직후의 코스를 되돌아가는 코스로 합류하고 골인 지점이 나타난다. 맥기가 페이스를 올려 선두 비킬라와 라디와의 거리를 86초까지 좁힌다. 38-39km 지점 내리막길에서 보로비에프 선수가 같은 동료인 포포프를 추월한다.(동영상 참고) 이 지점에서 라디 선수가 비킬라를 앞서 스퍼트해보지만 바로 비킬라에게 따라잡힌다.
포르타 카페나(Porta Capena)광장에서 이번에는 비킬라가 스퍼트를 시작했다. 이 광장에 있는 아줌(Azum)오벨리스크가 1936년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때 가져온 것이었고 비킬라는 이것을 스퍼트할 지점으로 미리 정해놓았다. 이곳은 골인지점이 있는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500m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어둠속에 이를 보고 비킬라가 내달렸고 라디는 이에 대처하지 못했다. 골인하면서 손을 올려 벌리며 마치 콘스탄티누스개선문을 끌어안을듯이 달려갔다. 기록은 2:15:16.2의 세계기록이었다.
라디 선수는 25초뒤에 골인했고 약 1분 30초후에 뉴질랜드의 맥기 선수가 골인하여 동메달을 땄다. 금, 은메달선수는 거의 보도진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어둠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골인했기도 했고 전 보도진들이 우승자 비킬라에게만 몰려들었기때문이었다.
비킬라는 이 대회에서 포포프의 세계기록을 0.8초 앞당겼다. 포포프는 이 대회에서 5위로 골인했다. 물론 이는 올림픽 기록으로 2시간 20분 벽을 단숨에 깼다. 5위까지가 모두 sub-2:20의 기록을 수립할 정도의 호기록이 쏟아졌다. 15위까지 기록이 52년 우승자인 자토펙의 기록(2:23:03)을 능가했다.
56년 멜버른올림픽 우승자였던 미모운 선수는 34위에 그쳤고, 한국의 이창훈 선수는 2:25:02의 기록으로 20위에 그쳤고 김연범도 35km 지점에서 중도포기했다.
비킬라는 올림픽 우승으로 단번에 에티오피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아베베의 승리는 1936년 에티오피아를 침공하여 1년반이나 통치한 이탈리아에게 한풀이하듯 로마의 폐부를 달려 우승한 것이다.
한국이 기대했던 마라톤은 출전한 3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이창훈의 2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이창훈이 세운 2시간25분22초는 기상 조건과 도로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4년 전인 1956년 멜버른 올림픽 같으면 2위가 될 수 있는 기록이었다. 그러나 우승자 아베베 비킬라의 2시간15분16초2나 동메달리스트인 뉴질랜드의 아서 맥기의 2시간17분18초2의 기록도 이창훈보다 8분이나 빨랐다. 마라톤의 스피드화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 마라톤은 이때 이후 긴 암흑기에 들어간다.
역대 올림픽 마라톤의 역사와 드라마라를 연도별로 정리했습니다.
제 목
9월 10일 토요일 오후 5시 30분에 출발했다. 출발시의 기온은 23.2도 가량이었다. 낮에 열을 받은 빌딩들이 여전히 열기를 내뿜고 있다. 초반 4명이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잘 알려진 벨기에의 아르투르 케일리(Arthur Keily)와 아우렐르 반덴드리에스쉬(Aurele Vanderndriessche)와 또 다른 두명의 무명선수였다. 반덴드리에스쉬 선수는 56년 벨기에 마라톤 선수권을 다섯회나 석권한 바 있는 실력자였다. 무명선수는 맨발로 대회에 참가한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와 모로코의 라디 벤 아브데셀렘(Rhadi Ben Abdesselem)였다. 라디 선수는 이틀전 10000m에도 출전하여 14위를 차지한 바 있고 마라톤은 이번이 처음이다.
라디 선수는 25초뒤에 골인했고 약 1분 30초후에 뉴질랜드의 맥기 선수가 골인하여 동메달을 땄다. 금, 은메달선수는 거의 보도진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어둠속에서 갑자기 나타나 골인했기도 했고 전 보도진들이 우승자 비킬라에게만 몰려들었기때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