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제1회 울산태화강울트라 마라톤대회 조직위원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은 참가자들이 울산을 찾을 것인가 보다.
그중에 여기 한사람도 예외 없이 일찌감치 참가접수를 해 놓고 일정을 조율하던 중 포항.영일만 대회에서 언더 텐을 이루지 못한 것을 울산조직위에서 무조건 울산에서는 가능하다며 꼭 울산에서 언더 텐을 달성하란다.
하루 이틀이 지남에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었는지 피곤은 사라지고 발목치료를 위해 한의원에만 3-4회 다녀왔을 뿐 훈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 하루라도 뛰지 않으면 다리가 근질해서 무조건 대문을 박차고 산으로 온천천으로 뛰어 나갔던 열정은 벌써 식어 가는 것인가 아직 한창 뛰어 다녀야 하는데 게으름을 탓하며 혼자 쓴 웃음도 지어보기도 한다.
울산대회 후 6월초에는 물 사랑200km대회가 기다리고 있던 터라 항상 몸 관리는 철저히 해야 된다. 지금까지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뛰어 다녔는데 어느 대회에 참가하던 무탈 완주하기만을 바랄뿐이다.
그런데 참가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6.2 전국 지방선거 및 G-20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의가 개최되므로 우리 경찰에서는 회의 기간 중 갑호 비상근무로 변경되므로 물 사랑 200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울산대회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것은 시간문제였다. 천안함 사태 발표가 되던 날 전 경찰은 을호 비상근무로 돌아가고 연가도 정지 상태란다. 그러기에 아쉬움이 너무 컸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달래보기위해 울산대회 게시판에 불참사유를 밝히고 시국이 발목을 붙잡았노라고 고하니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2010. 5. 26 새벽시간 서울에서 전화가 왔다. 약8년동안 투병생활을 하시 던 장모님께서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한 동안 안절부절 하다가 일단 경과를 보고 전화 한다기에 기다리고 있던 중 2남2녀의 막내딸만 당신의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셨다고했다. KTX로 달려가서는 3일장의 장례절차에 따라 장례식을 치루고 나니 특별휴가 중 이틀이 남았다. 28일 부산으로 내려와 다음 날은 영락공원에 안치했던 장인어른의 유골을 반출 받아 장모님과 함께 합하여 양지 바른 곳에 산골을 한 후 서울에서 함께 왔던 처남 처형을 고속버스로 올려 보내고 나니 모든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저녁19:00에는 울산대회가 출발하는데 나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잡념에 집사람이 눈치를 챘는지 슬쩍 묻는다.
“당신 오늘 무슨 일 있제, 뭔데 말을 해야 알 것 아니냐” 그래 일 있다. 다름이 아니라 오후 7시에 울산대회 출발시간이다. 당신 너무 한 것 아니가 하면서 약간은 수그려지는 느낌을 받고는 장모님이 사위를 위해 그날 돌아 가셨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서 하루를 위로 하지 못한 것 남은 생애 다 갚으리라 약속하고 그때부터 서두른다고 서둘렀는데도 울산까지는 너무 멀었다.
포항 대회 후 훈련도 못하고 몸도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몇 일동안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준비가 덜 댄 상태에서 출발선에 선다는 자체부터 잘못되었기는 잘못되었는데...........
울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평창리비에르 아파트에 도착하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굴국밥을 시켜놓고 창훈 형님께 배 번호 부탁하고 식당에서 옷을 갈아입고 5분만에 국밥 한 그릇하고 대회장에 도착하니 10분도 채 남지 않았네....
번호표를 달고 급한 김에 소변을 보고 출발지점에 오니 부산에서 오신 지인 몇 분과 울트라 용사들을 만나니 못 온다고 하더니 오셨네 한다.
장모님께서 제1회 울산 태화강울트라 대회에 참가 하라고 날짜를 맞춰주었다고 말도 않되는 소리를 지껄이며 출발 카운터 다운이 시작되자 곧 바로 아취를 박차고 나간다.
연맹회장님과 부산지맹 김종섭님이 의아해 한다. 그도 그럴것이 대회 게시판에 불참사유와 연맹게시판에는 부고가 게시되었기 때문이리라.
【본 론】
식사한 지 15분 만에 뛰어 보는 것도 처음인데 초반에 도희 형님의 뒤를 따른다 욕심은 금물인데 왜 고수님을 따라야겠다고 마음먹었는지 모르겠다.
태화강 조깅코스는 정말 잘 정비된 느낌이다. 자전거 도로와 조깅코스가 잘 구분되어있고 폭도 넓어 사고의 위험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중앙에는 태화강이 흐르고 양쪽에는 빌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히 태화강의 기적이라 할 만하다.
주변 풍광을 맘껏 즐기며 부지런히 따라 붙다보니 순간 착각이 일어났다. 건너편에 설치된 천막과 주차된 차량들을 보고 저기가 대회장인 줄 알고 말했더니 도희 형님이 “니 오늘 조심해야겠다. 잠을 못 잤어 그런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설마 데쟈뷰 현상은 아니겠지 하며 그래도 뛸만하니 계속 뛰어 볼란다.
10km표지판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50분으로 찍혔다. 초반 조깅코스라 오버페이스를 범하기 쉽다고 말하더니 벌서 오버란 말인가 페이스를 늦춰야겠다고 다짐하고는 발바닥 조심이 좋지 않아 바세린을 듬북 발라준다. 발가락 양말을 신지 않은것이 화를 좌초한 것 같다. 1cp에서 물 한잔 마시고 조직위원들과 자봉님께 인사를 건네며 기세 좋게 나간다. 어디 메쯤 뒤쳐질지 모르지만 초반 페이스는 그런대로 괜찮아 보인다. 어둠이 짙게 깔리기 전 태화강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앞과 좌.우를 둘러보며 힘차게 나간다.
대회 참가가 불투명 하였고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국이 비상사태라100% 불참이 예상되었던 터라 코스맵도 이미지 트레이닝도 준비하지 못한 채 지금 뛰고 있는 내 자신은 스스로 시험에 빠지고 있다. 누군가는 喪중에 무슨 뜀박질이냐고 수근 대지만 누구 못지 않게 울트라를 사랑하기에 그리고 울산 대회에 꼭 참석하고 싶었기에 모든 어렵고 이해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외롭고 힘든 과정을 극복하는 울트라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주변의 아름다운 모습은 어둠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따끔거리던 발바닥이 자리를 잡았는지 모든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것 같아 다행이다.
20km 까지는 1시간5분이 경과되었다. 이 페이스대로 간다면 언더 텐도 가능한 페이스다. 하지만 울트라는 후반에 가서야 예상 할 수가 있기 때문에 초반 컨디션이 아무리 좋더라도 내 달릴 수는 없다.
이 시간 집에서는 홀로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슬픔을 달래고 있을 집 사람에게 전화를 해본다. 위로의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몸 상태를 묻는다. 발은, 무릎은, 어깨는, 등 등 한의원에 다딘지 어언 9년,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아픈 부위별 스트래칭 요령과 물리치료 정도는 나보다 낫다. 하지만 당신의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지금 뜀박질하는 나보다 하루 빨리 좋아져야 할 텐데 병원에 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하니 참으로 미안 하구려! 그리고 누구보다도 사랑한다고 이 지면을 통해서라도 말하고 싶다.
이런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펴며 어느 지점인지도 모른 채 그저 길 따라 앞 주자 깜빡이를 따라 하염없이 뛰고 또 뛰어본다. 오늘은 코스맵도 없이 또 cp지점도 모른 채 그냥 달리고 있다. 특별히 레이스 전개에 작전이 따로 없다. 포기하지 않고 완주 하는데 목적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30km부터는 처지는 느낌이 온다. 사무실 직원과 전화 한 통하는 사이 수십 명 이 지나 갔으니 어떻게 따라 잡을 방법이 없다. 그 무리속에 윤장웅 형님과 최성열 포항조직위원장님도계셨으리라.
30km 까지 1시간 13분 소요
40km 까지 1시간 12분 소요
50km 까지 1시간 16분이 경과된 현재누계시간 5시간30분이다
포항에서는 언더 파이브를 했는데 오늘은 많이 늦다. 다리를 건너 5cp에 부산지맹 박상태형님과 들어가니 창훈형님이 시락국밥을 챙겨 주신다. 발가락 양말로 교체하고 지체할 여유없이 곧 바로 출발이다. 조깅코스로 진입하여 한참을 달렸는가 금방 60km표지판이다. 그런데시간은 1시간27분이 소요되었다. 새벽 2시가 넘어가니 약간의 졸음이 엄습한다. 그래도 자리 잡고 퍼질 여유가 없어 그냥 이름도 모르는 산을 쉬엄쉬엄 걷다 뛰다를 반복한다.
모두들 달리기를 사랑하고 달리기에서 생활의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 일상으로부터 일탈을 시도하지만 우리들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장벽은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고.... 그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새로운 경험과 모험을 찾아 오늘도 도전정신을 배우는 것이다.
70km지점을 1시간 25분에 주파하고 봉수대 고개를 넘어 77km지점인 구암마을 7cp에서 자봉님께서 죽을 주신다. 이 새벽시간에 뛰고 있는 주자를 위해 잠도 자지 않고 헌신 봉사하는 자봉님들 정말 매번 느끼지만 이분 들이 없다면 뛰고 싶어도 뛸 수가 없을 것이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어도 cp에서 또 주로에서 자봉님들께는 꼭 인사를 하던지 손을 흔들어 답례하는 것이 어느 듯 습관화 되었다.
서서히 걸음이 느렸던 관계로 이숙이님과 앞서거니 하다가 죽 먹을때는 황현숙님과 정홍수님과 조우를 하고 먼저 자리를 떳다. 어느새 바닷가의 하얀 포말을 보며 스스로에게 체면을 건다. 이제 남은거리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끝까지 부상 당하지 않고 기분좋게 레이스를 즐기자고...
80km 1시간 19분이경과 된 걸 봐서는 기분이 업 되었다는 것인가 포항에서는 90에서 이븐페이스로 달려보았건만 역시 지구력이 문제다. 뛸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 사이 떡하니 언덕이 버티고 있다. 고가도로 밑 8cp에서 김밥3개와 물 한잔 마시고 출발할려니 초등학교 친구가 차에서 내린다. 자봉인가 했더니 회사사람이 참가하여 응원차 나왔다네 울트라를 했으면 좋으련만... 몇 발자욱 올라가니 김회님이 걷고 있다.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내리막에서는 뛸 수가 없단다.
같이 갈 수 없어 혼자 부지런히 치고 오른다. 쉬엄쉬엄 걷다 뛰다보니 정자고개 정상이다. 1시간17분 소요되었고 클럽 자봉님께 물 한잔 얻어 마시고는 이제까지 오르막을 극복하였으니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일 것이다. 힘닿는데 까지 한번 뛰어봐야겠다. 뛸 차비를 하고 시계를 보니 12시간내 피니쉬 통과는 어려울 것 같아 이내 계획을 수정한다. 나를 추월해간 주자들을 하나둘 몇 명이나 따라 잡을 수 있는지 그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뛰어보기로 한다.
한명 두 명 지나칠 때 마다 거친 숨소리는 여전하다. 모두들 대단한 울트라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쉬지 않고 잠자지 않고 이 극한 도전의 시험 무대에서 잘 극복하고 마지막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 또한 나의 자화상이 아닌가?
고가도로 진입한 후 화봉사거리에서는 대단히 위험한 코스다 신호등을 보고 자봉님의 지시에 따라 도로를 횡단하니 약 4km남았다.
조깅코스로 접어들고부터 몇 명의 주자를 추월하고 앞에 가는 주자 따라 잡을려다가 숨이 목에 찬다. 페트병을 손에 들고 목을 축이며 저 멀리 아취가 보일 때쯤 어께띠를 손에 쥐어보며 하나 둘 걸음이 빨라진다.
김종섭 전 회장님이 자전거로 마중 나오며 화이팅을 외친다. 드디어 골인 “음주운전을 하지말자”고 큰소리 외치며 두 손 번쩍 치켜들고 포즈를 잡는다. 꽃다발과 월계관을 쓰고 또 한번 어께띠를 잡고 “우리 모두 음주운전을 하지 말자”고 외쳐본다.
100km를 12시간13분에 통과를 하고도 힘이 남는 느낌이다. 부상방지를 위해 페이스를 늦춘 것이 효과를 본 것일까 내년에도 꼭 참가해서 멋진 한 판 승부를 펼치리라......
【결 론】
대한민국 산업도시 울산 죽음의 강을 연어가 돌아오는 강으로 변모시킨 곳.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생태환경도시 울산에서 이렇게 좋은 멍석을 깔아준 제1회 울산태화강 조직위원장님 이하 조직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함을 전한다. 개인사정으로 대회장에 일찍 오지 못해 식전행사며 개막식행사를 볼 수가 없었지만 조직위에서 피나는 노력의 결과는 우리 뜀 꾼들이 알아서 평가 할 것이다.
다소 미흡했다고는 하나 큰 사고 없이 1회 대회를 훌륭히 치룬 울산태화강 울트라마라톤대회 조직위원들의 철저한 준비와 일사불란한 진행으로 최고의 대회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이제 다시 일상의 생활로 복귀되어 즐거운 시간들이 되시기를 바라며 완주하신 분들께는 축하를 드리고 비록 부상 등 뜻하지 않게 중도에서 접고 다음 기회를 약속하신 참가자 여러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면서 항상 즐겁고 쾌활한 하루하루가 되시기를 바라며 너무 감사하고 수고 많았습니다. 내년을 기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