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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0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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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제 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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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어진 운동화(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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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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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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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대 안이 시끌벅적하다.
술 취해 싸운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댄다.
대낮부터, 어디서 술을 마셨는지 만취한 40대 남자가 길가는 행인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행패를 부리다 파출소에 붙잡혀 온 것이다.
술 취한 남자가 수갑을 뒤로 찬 채, 의자에 앉아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고, 동준이 피해자인 20대 남자를 앉혀 놓고 진술조서를 받고
있다.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밥 먹으로 갈 분위기는 아니다.
동준이 바쁘게 컴퓨터를 두드리다 말고,
“김순경, 소장님 모시고 점심 먹고 와, 나는 이 사건 끝내고 먹을 테니..”
“저도 끝나면 최경장님 이랑 같이 가서 먹을 께요?
“소장님이 식사를 안 하셨잖아.. 김순경이 모시고 다녀와”
동준의 완고한 어조에 김순경이 댓구를 못하고 호상의 눈치를 슬쩍
본다.
동준의 고집을 익히 알고 있는 호상이,
“그럼 김순경하고 얼른 먹고 올 테니, 뭔 일 있으면 바로 무전하세요,
가까운 곳에서 먹고 올게요..”
“네, 걱정말고 다녀오세요”
동준이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 후, 분주히 컴퓨터를 두드린다.
호상이 김순경과 함께 지구대를 나와 순찰차에 오르면서,
“김순경, 가까운데 가서 아무거나 빨리 먹고 오자고..”
“가까운데 라면..... 아, 그 식당에 가면 되겠네요”
“어디.. 잘 아는데 있어?‘
“네, 며칠 전에 최경장님 하고 같이 갔는데, 그런 대로 괜찮던데요..
그리로 가시죠..”
“그래 그럼 거기로 가서 빨리 먹고 오자고..”
김순경이 바삐 순찰차를 운전해 그 식당으로 향한다.
호상과 김순경이 성경의 식당으로 들어선다.
점심이 한 참 지난 늦은 오후라 식당 안에 손님이 없다.
“어서 오세요.. 어머, 김순경님 오셨네..”
“네..,”
“최경장님은요?”
“사건이 있어서 사무실에서 조서 받고 있습니다.”
김순경이 호상과 함께 자리에 앉으면서 말한다.
“그럼 식사는요?”
“사건 끝나면 먹겠다고 했으니, 짜장면이라도 시켜 드시겠지요 뭐..”
“어머... 짜장면으로 요기가 되나....”
“사장님, 우리 빨리 먹고 최경장님 하고 교대해야 하니까..
빨리 되는 거 아무거나 좀 줘보세요”
“비빔밥이 제일 빠른데.. 그걸로 드릴까요..”
“소장님, 비빔밥 좋아하세요?”
김순경이 호상을 쳐다보며 묻는다.
“응.. 비빔밥 좋지..”
“어머, 소장님신 가 보다..”
성경이 호상을 보며 흠짓 놀라는 눈치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호상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인사를 한다.
“네, 반가워요...소장님...잠시만 기다리세요, 비빔밥 맛있게 해서
드릴께요”
성경이 주방으로 들어가고 언제나처럼 김순경은 스포츠 신문을 찾아
들고 이리저리 뒤적거린다. 김순경이 보는 스포츠신문을 겻눈질 하던
호상이 이내 시선을 거두고 식당 안을 이리저리 살피다 주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걸려 있는 성경의 마라톤 사진을 발견했다.
성경의 마라톤 사진을 한참 쳐다보던 호상이 김순경에게 묻는다.
“김순경, 여기 사장님이 마라톤 하시나..”
“네, 잘은 모르지만, 그런가 봐요”
“그래...”
“그럼 최경장 하고는 자주 왔었고..?”
“저는 한 두 번 와 봤고, 최경장님은 저보다는 자주 왔나 봐요”
“그래..?”
김순경이 스포츠신문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는 사이, 호상은 성경의
마라톤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성경이 형형색색의 산채나물이 어우러진 비빔밥을 쟁반에 담아 내 온다.
“치악산 자락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직접 캐온 산나물이에요.. 맛있게
드세요”
성경이 김순경과 호상을 번갈아 보며 살짝 미소를 내 비친다.
“아..네..., 김순경, 얼른 먹자..”
호상이 숟가락을 비빔밥 그릇 속에 집어넣고 휘휘 저어 비비면서
주방으로 돌아가는 성경의 뒷모습을 몰래 바라본다.
치악산 자락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직접 캐왔다는 산나물로 만든
비빔밥이 일품이다.
상큼하면서 톡 쏘는 향이 달콤한 매콤 달콤한 고추장과 어우러져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김순경, 맛이 기가 막힌데..”
“네, 최경장님은 이 집이 괜찮다고 하던데.. 저는 별롭니다.”
“이 정도면 맛있는 거 아냐?”
“글쎄요...”
호상이 비빔밥을 숟가락 푸짐하게 담아 맛나게 먹는 것과 달리,
김순경은 고사리와 처음 보는 산나물을 젓가락으로 골라내고 있다.
식사를 마치고, 막 일어서려는데 성경이 달려오며 묻는다
“저... 커피 좀 드릴까요?‘
“아니오, 지금 바빠서 가 봐야 겠는데요.. 최경장이 아직 식사를
못해서 교대해야 하거든요”
김순경이 자리에서 무전기를 집어 들면서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 네,, 김순경님..그럼, 부탁하나 해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이거.. 비빔밥인데, 최경장님이 아직 식사를 못하셨다고 해서...”
성경이 주방으로 가서 랩으로 정성스럽게 싼 비빔밥을 바구니에 담아
김순경에게 건넨다.
“네, 알겠습니다. 전해 드리지요..”
김순경이 바구니를 건네 들자, 호상이 지갑에서 만 원 짜리 두 장을
꺼내 성경에게 건낸다
“호호... 소장님... 두 분 식사 값 만 받을게요..”
“아니, 최경장꺼 까지 세 그릇 아닌가요?”
“최경장님이 식사를 못하셨다고 해서, 그냥 요기나 하시라고 드린
거 에요”
성경이 쑥스런 웃음을 지으며 만 원 짜리 한 장을 다시 호상에게 건넨다.
“잘 먹고 갑니다.”
김순경이 성경에게 인사를 하고, 호상도 이어 멋쩍게 인사를 하고
식당을 나선다.
돌아오는 순찰차안에서 호상이 김순경에게 묻는다.
“최경장이 저 식당에 자주 가나?”
“글쎄요, 저 하고는 두 번 갔는데, 저 없을 때는 잘 모르겠어요”
“최경장하고 제법 가까워 보이던데..”
“네, 최경장님하고 마라톤도 같이 하시나 봐요”
“마라톤?”
“네, 얼마 전부터 최경장님이 저 식당 주인이랑 같이 마라톤 클럽에
가입해서 일요일마다 신림중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한다는 데요”
“그래..?”
“소장님 모르셨어요?”
“응.. 최경장이 말을 안하니...
하긴, 최경장이 학교 다닐 때 육상 선수였지..”
“그래요?, 최경장님이 육상선수였다고요?”
“응, 원래 달리기는 잘했어,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인가.. 3학년인가부터 육상부 그만두고
공부를 하더라고... 육상하기 전에도 공부는 곧잘 했지만,
육상 그만둔 후로, 미친것처럼 공부하더라고..”
“최경장님이 육상선수 출신이라니... 그러고 보니, 달리기는
잘 하실 것 같네요”
사무실에서는 아직도 동준이 조서를 받고 있다.
수갑을 차고 있는 40대 남자는 욕지거리를 섞어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대다가 이내, 울먹이며 "한번만 봐 달라"고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고, 동준은 그런 남자와 입씨름을 하면서 조서를
받고 있다.
“최경장님.. 이거 드시고 하세요”
“이게 뭐야?”
“그 식당 사장님이 최경장님 갖다 드리라고 싸 주시던데요?”
“그 식당이라니...?”
“거 있잖아요.. 마라톤 하시는 분..”
“뭐? 소장님 하고 거기에 갔다 왔어?”
동준이 깜짝 놀라며 호상의 눈치를 살피며 묻는다.
“네, 소장님이 가까운데 아무 데서나 가서 먹고 오자고 해서...”
김순경이 동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대답을 한다.
“최경장님, 조사는 김순경한테 맡기고 최경장님은 얼른 식사하세요”
호상이 다소 당황스러워 하는 동준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사무적인 어투로 말한다.
동준이 김순경이 건네준 바구니를 받아 들고 숙직실로 들어간다.
성경이 정성스레 포장한 랩을 걷어내고 숟가락을 휘저으며 비빔밥을
입으로 가져간다.
비빔밥을 입으로 가져가면서 동준은 호상에게 성경의 존재에 대해 미리
말하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지금이라도 호상에게 성경에 대한 동준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지만,
동준이 20대 철부지 총각도 아니고, 성경이 동준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동준 또한 성경에 대해 아는 게 없는 상황에서,
호상에게 성경의 존재에 대해 섣불리 얘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모든 게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동준과 준호를 남겨두고 떠나버린 은희에 대한 상처가 다
아물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른 여자에게 쉽게 정을 붙이는 게 쉽지
않고, 주위의 눈도 부담스러웠다.
동준이 은희의 환한 미소에 반해 죽자 사자 쫓아다닐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어쨌든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을 두고 성경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야 한다.
성경이 보내준 비빔밥 속나물들의 쌉싸름한 향과 달콤한 고추장의
매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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