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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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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른 아침 일행이 흔들어 깨워준 덕택에 눈을 떴다. 여행사 직원에 바싹 붙어 무료 페리를 탄 승범은 스테이튼섬의 출발지점 근처까지 왔다.
오는 도중에 페리의 창을 통해 자유의 여신상이 보였다. 오오! 승범은 작게 탄성을 질렀다. 자유의 여신상이 작은 섬에 서 있다는 것을 몰랐기때문이다. 뉴욕 부두 한켠에 우뚝 서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림으로만 본 한계였다.
승범은 나이도 잊고 호기심에 사로잡혀 너무나 열심히 창문밖으로 시선을 고정하자 여행 동료가 자유의 여신상의 사진을 찍으며
"나중에 사진 파일 보내드릴게요"라며 선심을 베풀었다. 갑자기 뉴욕에 오게되다 보니 승범은 카메라 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출발지점에는 뉴욕시티마라톤에 출전하는 엄청난 수의 사람이 모여있다. 그리고 술렁거림의 분위기도 사람을 압도한다.
머리위로는 헬기가 날아다니고 있고 박수와 환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악대가 분위기를 북돋우는 음악을 연주하고 형형색색의 연기를 내뿜으며 불꽃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참가자용 음료와 음식이 여기저기 대량으로 준비되어 있고 물품을 골인지점까지 운반할 대형 트럭이 수없이 대기하고 있다. 승범은 호텔까지 지하철 요금 정도의 잔돈밖에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맡길 물품이 아무것도 없다. 쓰레기봉투와 같은 비닐가방에 참가자는 재빨리 물품을 넣어 트럭의 물품대에 맡기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빈틈없이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 승범은 혀를 내둘렀다.
그래도 춥다. 스트레칭을 끝낸 승범은 몸을 떨면서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각국에서 온 참가자는 각양각색의 복장으로 음식을 먹고 마시거나 춤을 추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머리에 날개를 붙이거나 곰 복장을 입는 등 "정말 달릴 생각이 있나?" 라고 의문이 들 정도의 코스프레를 한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모두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방한대책에는 만전을 기한 것같다.
출발과 동시에 참가자가 벗어버린 방한용 셔츠나 점프 등을 자원봉사자가 주워모아 기부를 한다고 한다.
"기부용으로 일부러 새 옷을 입고와서 두고 가는 사람도 많대요"
일행이 귀띔해주자 승범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것이 자꾸 후회가 되었다.
몸을 데우기위해 팔을 손으로 문지르면서 잔디광장을 가볍게 달렸다. 삼바 리듬으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브라질 사람으로 보이는 단체가 승범에게 말을 걸어왔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지만 화려한 색상의 비닐시트를 건네주었다. 어쨋든 방한 용품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고맙습니다"며 받아들어 비옷처럼 몸에 감았다.
"잘 어울려, 어울려!"
아마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같았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사람의 정을 체감할 수 있는 모습이다. 승범은 브라질인 덕택으로 목숨이라도 건진 기분이었지만 정작 브라질 사람들은 거의 나체에 가까운 복장으로 중요 부위만 가리고 있는 듯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시끌벅적하다.
시간차를 두고 출발하는 것 같다. 번호표의 색과 번호에 따라 조금씩 인파가 빠져나간다. 서로의 건투를 빌며 여행 동료는 뿔뿔이 흩어졌다. 승범의 출발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은 것같다. 뉴욕시티마라톤의 규모는 승범의 예상보다 훨씬 더 컸다.
그래도 승범은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이번 뉴욕행을 명받은 것은 장거리 선수로서 부활을 꾀하거나 랜드빌드 개발의 사원으로 견문을 넓히거나 그런 사장의 따뜻한 배려에서 비롯된 것은 물론 아니다. 사장의 의도는 전혀 다른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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