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아래 예에서 보듯이 여름철 열중증은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 예들은 열중증의 위험성을 살펴보는 타산지석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1월 일본 오사카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마라톤에 데뷰한 가요코 후쿠시선수가 마지막 300m를 남겨두고 3번이나 넘어지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골인한 모습이 마라톤온라인에 동영상으로 공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격려의 글과 준비없이 마라톤에 데뷰한데 대한 비난의 글들도 함께 쏟아졌다.

하프마라톤, 5000m, 3000m 일본기록을 보유한 후쿠시 선수의 마라톤데뷰는 일본은 물론 세계 육상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2km를 15분 동안 3번이나 넘어지는 악전고투로 달리면서 마라톤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온 몸으로 웅변해주었다.

▶ 후쿠시 가요코의 골인장면 영상

마라톤대회에서 한계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완주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에게 많은 감동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계상황까지 가며 완주한 후쿠시 선수는 대회후 가진 한 인터뷰에서 "마음은 넘어지고 싶지 않은데 몸이 넘어져 그 상황이 우습기까지 했다"고 회고했다.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큰 의미는 있지만 우리몸은 많은 손상을 입게 된다. 그들의 완주에 경의를 표하며 아래 세가지 경우에서 그들에게 나타나는 생리학적 변화를 살펴보도록 한다.

(1)가브리엘라 안데르센 쉬스(Gabrielle Andersen-Scheiss)의 경우

1984년 처음으로 LA 올림픽에서 여자마라톤 종목이 채택되었다. 이 대회에는 조안 베노이트(Joan Benoit)가 쟁쟁했던 웨이츠, 크리스첸센, 포르투갈의 로사 모타 등을 물리치고 2:24:52의 경이적인 기록으로 우승했다.

당시 여러가지 이유로 이 기록이 높이 평가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당시 LA의 무더운 날씨와 공해문제였다. 걱정했던대로 무더운 날씨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 스위스의 가브리엘라 안데르센의 사고였다. 이 사건은 여름을 앞둔 시즌에 우리도 더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45년생인 안데르센 쉬스 선수는 미국에서 스키강사로 활동하던 중 올림픽 마라톤 스위스 대표로 참가했는데 그녀가 마지막 400m에서 보인 눈물겨운 레이스(아래 동영상 참고)는 많은 운동생리학자에게 과제를 던져주었다. 이후 각종 운동생리학자들의 학회에 이 비디오는 인간 체온이 한계치까지 도달했을 때 생리학적으로 발생하는 증상을 소개하는 단골 자료로 방영되었다.

아래 영상에서 보듯이 스타디움에 들어올 때 그는 이미 비틀거리고 있으며 운동장 트랙 400m를 한 바퀴 도는데 5분 44초가 걸렸다. 그녀의 오른 쪽 몸은 마비되어 왼쪽팔이 오른쪽 몸에 매달려 있는 것같이 보인다. 운동생리학자들은 이것은 사람의 체온이 40도를 넘어갔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세라고 밝혔다.

뇌의 역할

1980년대 중후반까지만해도 더위에서의 운동이론은 몸을 식히기위해 근육이나 피부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피로해진다는 것이었다. 이 이론에서 탈수(dehydration)로 인해 혈액이 줄어든 것이 원인이고 이것이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했다. 하지만 1979년 에선 나델(Ethan Nadel)은 혈류가 문제가 아니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이 발견은 다양한 논문에서 언급되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은 어떤 상황에서라도 완벽하게 근육과 피부에 충분한 혈액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동강도와 환경의 영향으로 체온은 계속 오를 수 있고 이럴 경우 뇌가 관여한다는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왜 그런가?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체온이 40도에 달했을 때 이들의 신경조직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것을 발견했기때문이다. 이것이 정확히 안데르센에게 나타난 증상, 즉 몸반쪽의 마비가 나타나 사지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증상이 그것이다. 이 증상은 신경이 피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후 뇌의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뇌의 근육동원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밝혀졌다(Nybo & Nielsen, 2001). 물론 더위에서 훈련할 때 너무 더우면 뇌가 근육의 활성화를 멈추게 한다는 정도로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다. 2004년 케이프타운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몸이 더워지기 전에 근육의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다시 말해 고체온증상(hyperthermia)이 나타나기전에 뇌가 근육활동을 지연시켜 인간의 행동을 느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완전히 녹초가 되거나 마비까지 이르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의 비디오에서 극적인 결과로 나타났듯이 안데르센 선수는 불굴의 의지로 '올림픽의 전설'처럼 기록에 남게되었다. 그녀는 37위로 완주했으며 우승자보다 약 20분 늦게 골인했다. 골인후 2시간가량 치료를 받고 나왔다.

(2)1954년 밴쿠버 마라톤에서 짐 피터스(Jim Peters)의 경우

영국의 짐 피터스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폴라 래드클리프와 같은 인물이다. 그는 세계기록을 4번 갈아치웠을 뿐 아니라 종전기록을 무려 8분이나 단축(2:17:39)하면서 최초로 2시간 20분벽을 깼다.

그가 1954년 밴쿠버에서 열린 영연방 경기(the Commonwealth Games)의 출발선에 섰을 때 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또 이 경기에는 전설적인 로저 배니스터(Roger Bannister)와 존 랜디(John Landy)가 '세기의 마일(the mile of the century)'이라 불리는 1600m대회에 참가하여 배니스터가 존 랜디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 경기는 마라톤과 동시에 열렸고 배니스터도 자신의 레이스를 마친 후 관중석에 앉아 마라톤 레이스를 지켜보았다.

마라톤이 열렸던 이날 날씨는 매우 더웠고 짐 피터스는 비틀거리며 맨 먼저 스타디움에 들어왔으나 그는 물을 너무 많이 마신 것같았다. 그는 옆으로 비틀거리고 있었으며 마치 그의 몸 반쪽이 마비된 것같이 보였다. 마치 30년후 LA 마라톤에서의 안데르센 쉬스의 모습과 흡사했다.

당시 밴쿠버의 기온은 출발시 그늘에서의 기온이 이미 20도 후반대의 더위였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레이스중 아스팔트가 녹을 정도였다고 한다. 열대지방 출신 선수들조차에게도 그날 기온이 매우 높았고 대부분의 참가선수들이 이 더위에 적응하지 못한 것을 보면 마라톤하기에는 부적합한 날이었다. 날씨가 워낙 더워 16명의 출발자중에 6명만 완주할 수 있었다.

짐 피터스는 그 완주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스타디움을 맨 먼저 들어섰으나 완주까지 350m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는 180m를 남겨두고 6번이나 쓰러졌다. 그는 180m를 달리는데 무려 11분이 걸렸다. 이에 비하면 마지막 300m를 3번 넘어지면서 불과(?) 2분 21초에 완주한 후쿠시 가요코는 오히려 양호한 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완주를 약 180m 남겨두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7시간 동안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공교롭게도 약 3km를 남겨둔 시점에서 2위로 달리던 스탠 콕스(Stan Cox)선수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는 40km 지점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가로등 기둥에 부딛히기도 하고, 다시 쓰러졌다. 결국 경찰이 그를 앰블란스로 옮겨 병원으로 후송했다.

결국 이 대회에서 스코틀랜드의 조 맥기(Joe McGee)선수가 우승했다. 그 역시 코스에서 5번이나 쓰러졌으나 자신보다 앞서 간 두 선수가 모두 쓰러져 완주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몸을 추스려 완주하여 승리했다.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된 레이스였다.

출처 : The science of sports

(계속 2부에서 다른 선수의 예와 생리학적 분석이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