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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하지만 아마 가장 드라마틱한 레이스가 아닌가 싶다. 이것은 1997년 아이어맨 하와이 철인3종(IronMan Hawaii Triathlon) 경기에서 샨 웰치선수와 웬디 잉그램 선수가 마지막 몇 백m를 남겨두고 4위를 다투는 장면이다.

위 비디오에서 그들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고통을 보면 차마 보기 어렵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두사람의 엘리트 선수들은 피로와 근육경련의 합병 증상이 확연히 나타나고, 또 특히 웰치 선수(흰색 유니폼)의 경우는 저혈당(hypoglycemia) 증세까지 나타난다. 웰치 선수는 방향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균형을 잡고, 방향감각을 찾고 조정기능을 회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명백해 보인다.

웬디 잉그램(노란색 유니폼) 선수는 매우 심한 경련이 발생했고 골인을 앞둔 직선코스에서 완전히 달리기 자세를 바꿔 달렸다.

생리학적 관점에서 가장 경이로운 것은 두 여자선수가 소위 '근육 활성화 패턴'을 각각 다른 단계를 거치면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것을 4단계(방법)로 설명할 수 있겠다. 우선 비디오에서 일반 남자 참가자들이 힘차게 달려 골인하는 것처럼 정상적으로 달려 힘있게 완주하는 것을 'A단계'이라고 하자.

그러나 두 선수가 겪는 어려운 상황을 감지하여 뇌는 재빨리 'B단계'로 전환하고 어떻게 하든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달리기 주법을 바꾸는 것이다. 잉그램 선수의 '거미걸음'은 정말 놀랄만하다. 그는 매우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지만 그가 가진 모든 여력을 쏟아부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웰치 선수는 이것 조차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근육은 거의 동력이 꺼져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것같다. 이는 에너지 고갈과 연료가 동이난 피로한 근육으로 인한 피로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의 뇌는 더 이상 달릴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지령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균형감각이 없고 조정능력도 없어 통제가 안되는 것이다. 결국 피니시라인을 불과 몇 미터를 남겨두고 비틀거리며 걷게 된다. 여기가 'C단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쓰러지고 잉그램 선수도 함께 쓰러진다. 그리고 비디오에서 보듯이 최종적인 승자는 두사람중 'D단계'의 필요성을 먼저 깨달은 선수의 몫으로 돌아간다. D단계는 바로 기어가는 것이다.

이 완주, 그리고 이 두 여성 선수는 아마 달리기 역사상 가장 끈질기고 가장 용감하고 극적인 완주자로 기록될 것으로 생각된다.

인간 의지력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나?

이 '경기력의 한계'를 논의할 때 자주 묻는 질문이 '정신이 육체를 능가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여기서 운동생리학자들은 인간의 뇌가 '이제 그만두라'라는 것을 결정하고, 또 체온이 위험수준으로 올라가거나 연료가 고갈되기전에 근섬유의 활동을 저하시켜 운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논리적으로 접근해보면 "달리기선수가 과연 순전한 의지력으로만 뇌가 근육의 활성화를 둔화시켜 방어조치를 취하는 것을 초월할 수 있는가?"로 귀착된다. 뇌가 몸의 보호를 위해 기본적인 방어조처를 취한다는 이론을 주창한 팀 녹스(Tim Noakes)교수는 사람의 심리와 의지력 측면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이들 두 요소가 서로 연관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옳지는 않는 것같다. 사람이 반드시 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항상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 대답은 매우 복잡하다. 물론 의지력과 인간심리가 역할을 하고 각각의 사람들이 그들 수준에 따라 나름대로의 고통을 감내할 것이다. 이들 비디오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정신력이 아닌) 생리기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피터스, 웰치, 안데르센-쉬스와 잉그램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생리적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발견하고 경험했다. 그리고 말 그대로 그들의 한계 끝까지 달린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결국 그들의 생리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상태까지 갔다. 그리고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런 의미로 뇌는 그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 사망사고 없이 회복했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유추법을 사용해서 설명해보자. 여러분이 아무리 죽고싶어도 숨을 쉬지않고 참아서 자살을 할 수 없다. 이것도 의지력이 생리기능을 능가할 수 없다는 예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으로 운동중에 여러분의 의지력으로 자신의 한계치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 사실 훈련을 통해 여러분은 인내할 수 있는 것과 인내할 수 없는 것을 학습할 수 있기때문에 그 한계에 더 가깝게 갈 수 있다. 물론 여기에서 동기부여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대로된 동기부여가 주어진다면 보통보다 더 많이 고통을 감내할 준비를 할 수 있게된다.

여러분이 그 한계에 다가감에 따라 몸은 앞에 놓인 장벽을 넘고 또 넘어야 한다. 따라서 그 페이스를 지속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따라서 여러분의 뇌는 항상 같은 수준으로 근육을 활성화시키지 못하게 되고 인지하는 고통은 심해져 간다. 결국 생리기능이 정신력을 능가하게 되어 자발적이거나 아니면 다리가 몸을 더 지탱할 수 없게 되어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극한 상태에서 인간능력이고 또한 생리현상이다. (끝)

출처 : The science of s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