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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2/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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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울트라 트레일 러닝 여왕의 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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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에서는 트레일 달리기가 인기인데 왜 사람들은 험한 산길을 달릴까? 울트라 트레일 여왕 리지 호커(Lizzy Hawker)는 자신의 달리기를 순례나 수행에 비유한다.
매년 8월 몽블랑 울트라트레일(약칭 UTMB)이라는 대회가 유럽에서 열린다. 알프스의 명봉, 표고 4808미터의 몽블랑을 일주하는 약 170km의 산길(트레일)을 달리는 가혹한 레이스다.
평탄한 길이어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거리인데, 산길을 170km나 달리다니 제정신이 아니다--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지도 모른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트레일 러닝의 인기는 높아지고 있어 트레일 러닝을 붙인 대회 수도 늘고 있다. 특히 대면 마라톤 대회가 열릴 수 없어 소규모로 열리는 트레일러닝이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UTMB는 그 최고봉의 대회다. 아시아, 특히 일본에는 매년 4월에 열리는 후지산 울트라 트레일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왜 달리는 것에 매료되는가.그것도, 가혹한 산악 지대를 170km나--.
몽블랑의 UTMB에서 여성으로서 5회 우승을 차지한 것 외에 100km 달리기, 24시간 달리기, 스파르타슬론 등 수많은 장거리 레이스를 제압한 「여왕」이 있다. 리지 호커, 1973년 영국 태생. 그녀가 스스로의 체험이나 사색을 엮은 것이 「Runner: A short story about a long run」라는 책이다. Newsweek에 게재된 본서의 리뷰를 소개한다.
어려서부터 산과 달리기를 좋아했던 호커는 잡지를 통해 우연히 UTMB를 알게 됐고 박사과정 수료 후 휴가를 산에서 보내고 싶다는 아주 가벼운 동기로 참가한다. 별다른 경험도, 본격적인 장비도 없이 뛰지만 뜻하지 않게 여성 1위로 골인했다. 여기서부터 그녀의 러너로서의 커리어가 시작된다.
호커를 몰아가는 것은 우승하고 싶다, 기록을 갈아 치우겠다는 야심이 아니다. 그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오히려 대자연 속에서 달리는 데서 맛볼 수 있는 자유, 그리고 스스로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다.
그녀는 자신이 달리는 것을 순례나 수행에 비유한다. 그에게 있어서, 달리는 것은 스스로를 마주하는 것이다.
스폰서를 얻어 장거리 주자로 활약하면서도 호커는 늘 나는 왜 뛸까?하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답을 찾기 위해 그가 택한 방법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카트만두까지 약 320km의 험난한 길을 달리는 것이었다. 악천후와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친구들의 따뜻한 도움으로 달린다.
사람은 모두 인생이라는 장거리 달리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렇게 초인적인 달리기를 보여 온 호커는 결국 피로골절에 시달린다. 달리기는커녕 일상생활에조차 지장을 주는 고달픈 나날이 계속된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전망을 얻게 된 계기이기도 하였다.
레이스에서는 출전자들을 지켜보는 편에 서서 순위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는 주자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는다. 그리고 일단 달리는 것에서 벗어나 정양하는 기간을 거침으로써 스스로를 다시 보고, 스스로에게 있어서 달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를 새롭게 인식해 가는 것이다.
이 책은 달리기 안내서가 아니다. 트레일 달리기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도 아니다. 호커는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파헤치고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그 체험이야말로 그녀가 독자와 나누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러너로서의 인생은, 순탄할 때 만은 아니다.
부상과 통증, 피로 때문에 완주가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성적이 좋아도 제대로 뛰지 못할 때는 자책감에 사로잡힌다. 날씨나 정치 문제 등 외적인 요인에 막히기도 한다. 레이스 참가를 단념하지 않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런 경험마저도 그녀는 자신의 양식으로 삼는다.
또 달리는 것 자체는 혼자 할 수밖에 없지만 사람들과의 연결고리를 느끼고 있으면 결코 외롭지 않다고 호커는 말한다.
달리는 자신의 주위에는 지원해 줄 많은 사람들이 있다. 레이스에서 같은 체험을 나누는 러너들, 자신을 지켜보고 서포트해 주는 동료들이 있다. 자신의 모습에 용기를 얻었다며 응원해주는 사람들. 히말라야 지역에서 만난 가난하지만 따뜻하게 대접해 주는 사람들 등등.
그런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존경, 감사를 느끼며 그녀는 달리고 또 달리기를 통해 삶 그 자체의 의미를 찾아간다.
사람들은 모두 인생이라는 장거리 달리기에 도전한다고 할 수 있다. 잘 뛸 때뿐 아니라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나 산이건 골짜기건 빗속에서건 외곬으로 달리다 보면 어느새 새로운 경치가 보인다.
그리고 그 길은 결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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