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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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te: 7,
Date: 0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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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50년의 도전- 서울 정벌
가슴이 답답한 느낌에 뒤척이고 있는데 핸드폰 모닝콜이 울린다.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 2시 30분이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왔구나. 소풍 가는 아이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이 마른다. 주스 한 잔을 시원하게 마시고 아내와 아들의 격려에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며 집을 나섰다. 버스에 올라 마라톤클럽 회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익산을 출발하는데 3시가 좀 넘었다.
잠을 청해보지만 정신만 더 맑아지고 마음은 벌써 서울 시내를 달리고 있다.
그 동안 열심히 훈련을 한다고 했지만 계획대로 하질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지난겨울 새벽과 저녁을 번가라가며 훈련하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간다. 운동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었다. 학창시절 체육 시간과 체력장 시험이 제일 싫었다. 그래서 인지 몸매가 거의 여자처럼 가냘 펐다. 그런 내가 친구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한지 2년, 1년 동안은 거의 허둥대다 지나갔고, 풀코스에 도전해보라는 선배들의 권유에 나는 하프만으로도 만족하다며 고개를 쌀쌀 흔들었지만 속마음은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그 당시 나는 174cm의 키에 몸무게 59kg으로 마른 체격이어서 언뜻 보면 서브 쓰리 주자 폼이라고 놀리기도 했었다. 하지만 워낙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어서 근육이라곤 없었고 끈기도 부족한 편이었다. 봄부터 일주일에 한두 번씩 달리기와 등산을 하던 터라 그럼 한번 도전해 볼까하는 막연한 마음에 운동량을 늘리며 6월부터 적극적인 훈련을 시도해보았다. 자꾸 뛰다보니 재미도 생기고 몸도 좋아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나도 하면 되는 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고, 동아일보 마라톤 대회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굳혔다. 12월부터 클럽 훈련부장의 조언을 들어 서브 4를 목표로 14주 훈련 프로그램을 세워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훈련 일지를 ‘마라톤 온라인 달리기 일지’에 매일 매일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듯 기록을 하니 훨씬 운동 빈도가 높아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긴 겨울을 아침저녁으로 번갈아가며, 그리고 주말엔 중. 장거리 훈련으로 지금까지 500여km를 뛰었다. 익산에서 서울까지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를 뛴 셈이다.
물론 100% 목표달성은 하지는 못했지만 목표의 70%는 달성한 것 같다.
7시경 광화문에 도착. 이순신장군이 먼저 우리를 반갑게 반긴다.
벌써 많은 달림이들이 몸을 풀고 있다.
아~~ 얼마나 달리고 싶었던 동아마라톤인가.
가슴이 뭉클하고 벅차오르는 흥분을 달래며 심호흡을 하고, 나도 준비운동과 가벼운 달리기로 몸을 풀며 하늘을 본다. 오늘따라 서울 하늘이 유난히 높고 푸르다.
배동성 M.C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광화문 광장
제법 쌀쌀한 날씨를 아랑곳하지 않고 몸 풀기를 하며 마음의 다짐을 해본다.
‘서용석!! 너는 할 수 있어. 오늘의 목표는 4시간 이내 서브 4다.
명심 또 명심해라 오버 페이스는 죽음이다. 그리고 끝까지 달려가는 거야 ~~’
아자 파이팅!!'
폭죽이 터지고 풍선이 하늘로 오르며 드디어 내 나이 50에 서울 시내를 관통하는 가슴 벅찬 동아 마라톤 첫 번째 도전이 시작 됐다. 이름 불러 ‘서울정벌’의 시작이다.
8시 17분 출발선 통과
달리기에는 너무도 좋은 날씨다. 오색찬란한 인간의 물결이 함성을 지르며 '서울 정벌'에나섰다. 아니 내 나이 50에 서울의 심장을 가르며 내 인생의 반세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반세기를 여는 힘찬 몸부림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른 아침 식사가 부담스러웠는지 출발 전에 약간의 설사를 했다. 날씨도 차갑지만 긴장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으니 다행이었다.
3km를 지날 무렵 묵직하던 아랫배가 가볍게 느껴지고 신체 리듬도 평안함이 느껴진다.
5km: 28분 24초
예정 시간보다 24초 느리게 5km지점을 통과했지만 많은 인파를 헤집고 나가기엔 너무 힘겹게 느껴진다. 오히려 오버 페이스를 막아주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 고맙다고 생각하니 몸도 마음도 가볍다.
청계천에 들어서니 더욱 차고 나가기가 힘들다. 그래도 요령껏 스피드를 조금 올려본다.
5분 20초/km를 목표로 달려야 하는데…….
10km: 56분 12초 (27분 48초)
역시 예정보다 1분 12초가 늘어진다. 두려워 말고 달리자. 이제 몸도 풀렸고 피치를 올려도 될 때다. 여기서 늘어지면 만회할 기회가 없지 않은가? 다리도 호흡도 아주 편하다.
그동안 동계훈련을 한 페이스로만 밀고 가면 괜찮을 것이다.
15km: 1시간 22분 58초(26분 46초)
그래 이 페이스로 밀고 가면 된다. 연도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
힘찬 레이스를 하라고 소리치고 있다. 종각을 지나며 탁 트인 넓은 도로가 가슴을 시원하게 맞아준다. 질주하고 싶은 욕망에 조금 더 스피드를 올리는데 속이 미식거리고 거북스럽다. 물과 게토레이를 너무 마셨나보다. 수분 섭취도 지나치면 부담이 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오늘은 땀이 많이 나질 않아서 조금씩 마셔야 했는데. 스피드를 약간 낮추고 심호흡을 해본다.
20km: 1시간 51분 01초 (28분 03초)
약간의 물로 입만 적시고 갈까하다가 그래도 후반을 위하여 초코파이 1개와 바나나 반개를 천천히 먹으며 물을 마시고 심호흡과 스트레칭을 하고 달려본다.
뱃속이 불편하니 파워젤도 25km에서 먹기로 했다. 신설동을 지나 천호대로를 잘 달렸다. 급수대가 보이고 파워젤을 먹는다.
25km: 2시간 18분 15초 (27분 14초)
군자교를 지나서 고교 후배를 만났다. 서로 격려하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면서 어린이 대공원을 지나는데 스피드가 너무 늘어진다. 그래 여기서 부터가 초보 달림이에게는 제일 긴장되고 힘든 구간이라고 했다. 파이팅을 외치고 먼저 차고 나가본다.
서울 숲 앞을 지나는데 이봉주 선수가 2시간 8분 02초로 1등을 했단다. 가슴이 뭉클하면서 나도 모르게 환호가 나온다. 야~호!! 힘이 빠지는듯하던 다리에 새 힘이 솟아나는 것 같고 벅차오르는 희열 같은 것이 온 몸으로 전해진다. ‘그래 나도 꼭 내 목표를 달성하리라’ 다짐하며 외로운 고통을 즐기고 있다.
30km: 2시간 46분 20초 (28분 05초)
지금까지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며 잘 달렸다. 스스로 대단하다고 격려를 하며 몸 상태를 체크해 본다. 특별한 증상은 없다. 스피드를 올리고 싶지만 '마라톤 벽(marathon wall)'이 두려워 조심스럽다. 무리하지 말고 35km까지는 이대로 가보는 거다.
35km: 3시간 15분 45초 (29분 25초)
그래 레이스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0km 대회에 출전한 선수처럼 달리는 거야.
잠실대교가 눈앞에 보인다. 작년엔 이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하 5도가 넘는 추운 날씨와 바람 때문에 엄청나게 고생했다는데……. 오늘은 너무도 환상적인 날씨다. 잠실대교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가슴이 뭉클하며 눈물이 나온다. 왜일까? 그 동안의 격정과 지금의 고통이 어우러져 내가 살아온 날들이 지금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혼자라고 생각하며 외롭게 살아온 어린 시절, 죽음이라는 화두를 버리지 못하고 방황하던 그 때가 이 순간에 왜 내 머리 속에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건강하게 잘 자라준 아이들과 달리기를 함께하며 더욱 사랑스러운 아내가 항상 나를 편안하게 해주고, 이 어려운 시기에 사업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이보다 더 큰 은총이 어디 있으랴. 도도히 흐르는 저 한강물이 이 서울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듯이 내 마음에 흐르는 작은 냇물이 하나 있어 내 삶의 여정을 굳건히 지켜주고 있음을 나는 안다.
파워젤을 먹고 힘을 내어 달려보지만 석촌호수를 지나면서 힘이 부친다. 그래도 마지막 힘을 내보자 그동안 훈련에서 연습했던 팔 흔들기와 허벅지로 밀어주는 주법으로 달려본다.
연도에 수많은 인파들이 힘차게 응원을 하고 있다. 각자의 클럽 멤버를 위해, 또는 개인을 위해. 뒤에서 ‘아빠’ ‘아빠’를 연호하는 소리가 들린다. 힘겹게 달려온 아빠가 너무도 자랑스러운 듯 경쾌한 가족의 함성이 나를 더욱 힘차게 달리라고 자극한다. 우리 가족들도 집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으리라.
역시 후반 페이스가 저하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빨리 뛰는 것 같은데 아무리 역주를 한다고 해도 40km 표지판이 보이질 않는다. 장딴지 조금씩 당기고 발이 무겁다.
40km: 3시간 45분 56초 (30분 11초)
아~~ 이제 이 고통이 멈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14분의 소중한 시간이 나에게 남아있다. 마음은 얼마든지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몸이 따라줄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제는 아무 생각도 말자. 그냥 최선을 다하여 이 몸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41km커브를 돌아 달리는데 낯익은 모습이 보인다. 나보다 훨씬 먼저 앞서 간 선배가 자꾸 가까워진다. 어깨를 감싸며 파이팅 하자고 크게 외쳐보는데 소리가 크게 나오질 않는다. 선배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함께 갈 수가 없다. 여기서 늦추면 서브4는 불가능하리라.
먼저 간다는 인사만 남기고 앞을 보니 잠실 운동장이 보인다. 아~~ 얼마나 애타게 이 시간을 기다리며 달려왔던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갑자기 힘이 솟고 다리가 가벼워진다. 질주 또 질주 하며 함성 소리 요란한 잠실 종합운동장 메인스타디움에 들어서는 순간 왜 또 눈물이 나는 걸까? 나이가 먹으니 자꾸 눈물만 많아지나 보다. 나도 모르게 두 손을 번쩍 들고 트랙을 돈다. 돌고 또 돈다. 그 동안의 인내와 고통이 환희의 희열로 승화되어 운동장 가득 흘러넘친다.
42.195km:3시간 58분 24초 (12분 28초)
나는 해냈다. 마라톤을 통해 하나의 목표를 이루었다. 이제까지 남보다 빠르진 않아도 할 것은 다하며 살아 왔듯이 이번 마라톤도 내 의지의 실험이었구나. 개띠 띠 동갑 이봉주가 38살 나이에 이 대회를 우승한 것이나 내가 4시간 이내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뭐가 다르랴. 최선을 다해 달린다는 것, 시작한 자리와 마치는 곳이 같다는 것, 42.195km를 달린다는 것 그리고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 대한민국 만세다.
내일도 찬란한 해는 떠오를 것이고 나는 달리면서 내 삶을 즐길 것이다.
삶이 고달프고 힘들다고 한탄하기보다는 부지런하게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또 다른 목표를 정하고 달성해가는 사람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목표를 위해 목적을 훼손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자. 우리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달리는 목적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적(건강)을 해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부상 없이 즐겁고 건강하게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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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광
59.0.6.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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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개띠 친구여~ 서브4를 축하합니다~ 시간도 58분^&^ 우리는 이제 시작입니다 화이팅!!! |
0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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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윤곤
222.105.88.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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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4 목표달성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부상없이 즐달하시길 기원합니다. |
07/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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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
222.105.19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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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광님, 탁윤곤님 감사합니다. |
07/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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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훈
165.141.216.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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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님에게 축하의 말씀 드리고
건강하고 즐겁게 오래 오래 달리도록 노력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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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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