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제19회 대회때는 제주200km울트라를 뛰고 난 뒤 1주일 만에 3:23:33기록으로 들어왔던 기억을 더듬으며 이번에는 제주200km를 29시간09분으로 완주한 후 2주가 지났기에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는가 싶다.
아무리 회복이 빠르더라도 피로누적이 있는 건 사실이다. 골반의 이상징후와 대퇴부의 댕김 현상은 분명 충분한 휴식이 필요할진대 또 풀코스에 도전장을 던지고 말았다.
부산에서 경주까지의 거리와 시내 차량 정체됨을 감안하여 새벽 5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발가락 및 무릎 등 필요한 부위에 테이핑을 해주고 정확히 5시30분에 나의 애마로 경주로 향한다.
날씨가 잔뜩 흐리다. 안개도 자욱히 시야를 흐리게 하곤 한다. 언양 휴게소에 도착하니 사무실에 문자가 날아든다. 내용은 어제저녁 귀가하지 않은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행방이 묘연하여 직원전원 비상 호출이다.
돌아갈까 말까 망설이다. 갈등의 굴레를 벗어나 급히 볼일을 보고 오늘 레이스에 방해가 될까봐 금방 잊기로 했다.
대회장 까지 정확히 1:30분이 소요되었다. 도착하니 집에서 전화다. 한결같은 응원의 목소리를 듣고 무탈 완주를 기원하니 종진조카의 전화가 온다. 일찍 도착했다며 만나면 함께 뛰기로 약속하고 워밍업을 하며 출발시간을 기다린다. 경주에 이승근님을 만나고 종진조카님은 끝내 조우가 되지 않는다.
오늘도 사회자는 배동성씨다. 20회 경주벚꽃마라톤대회 최대 인원이 참가했다며 시장님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사하며 4월 말경 세계태권도 선수권대회를 맞이하여 홍보차원에서 단상에 오르신 분들은 전원 태권도 도복차림이다.
시장님은 아직 벚꽃이 만개하지 않았는데 오늘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레이스중에 벚꽃이 만발할 것이라며 분위기를 돋운다. 좌우를 돌아보니 일본인들이 참 많이 보인다.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 속에서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마라톤대회 그리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서부본사와 공동주최를 하기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글로벌시대를 맞아 사회자가 영어로 카운트다운을 제시한다. 다함께 파이브 포 써리 투 원 출발~
완주를 목표로 하였지만 기분이 상쾌하고 종아리 뭉침도 사라졌는지 몸이 가볍게 느껴진다. 이럴 때 주의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오버페이스를 하고 욕심은 금물인데도 분위기에 휩싸이다 보면 페이스를 잃고 만다.
1km를 지나는 순간 약10초가 빠르다. 오르막이 나오며 속도조절을 하고 내리막에서도 스피드를 내지 않는다. 철저히 시간안배를 하여야 만이 완주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후반에도 컨디션이 좋다면 써버 서리도가능 할 것이다.
5km를 지날 때 쯤 하프선두권주자들이 추월해간다. 김윤오선수도 보인다. 5km를 21:30초에 찍고 물 한모금하고 페이스 흐트려지지 않고 계속주행이다. 그런대로 잘 따라가는 것 같다.
10km를 42:24초에 찍고 보니 약25초가 빠르다. 구간기록은 20:53초 이 페이스대로 간다면 오늘도 가능하리라 본다. 풀코스44회 그동안 sub-3는 단 두 번 그것도 2008년도에 서울 동마에 이어 본대회 17회대회때 (풀코스30회) 당당히 2:59:24기록으로 현재까지 최고의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15km를 1:03:19초에 찍으니 약40초가 빠름을 알 수 있다. 구간기록은 20:55초 좋은 페이스다. 이 구간에서 하프주자 10km주자와 뒤엉킨다. 파워바를 하나 꺼내어 입에 물고 약3키로를 오물오물하며 영양보충을 하였고 파워젤도 하나 털어 넣었다. 급수대에서는 철저히 물을 먹어주었고 갈증은 현재까지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다.
풀코스 제1반환점으로 돌아나오는 선두를 보니 컴프 심재덕이 4위에서 힘차게 레이스를 하고 있었다. 연도의 힘찬 응원에 힘입어 반환점을 돌아 나오니 조금은 힘이 빠지는 것을 느낀다. 제주 200km의 휴유증 일까?
기록을 보니 역시 힘이 빠졌다. 구간기록이 22:03초 누계시간이 1:25:22초다 그러나 sub-3기록에 약 3초가 늦을 뿐이다. 힘을 내야겠다. 그러나 앞에 가는 주자 따라잡기 힘들고 같이 갈 주자 없다. 자연스럽게 독주를 할 수밖에......
그러나 반대편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장훈석형님과 박상태형님을 만나 파이팅을 외치고 이어서 종진조카와 큰형님이신 박성재님을 만나니 힘이 솟구친다.
풀주자 끄트머리에서 뛰고있는 이상덕님을 만나니 대회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망쳤다며 통곡하는 소리도 듣는다.
하프표지판을 보지 못하고 시간체크도 하지 못했다. 이때부터 넓은 도로를 혼자 차지하며 쉼 없이 달린다. 철저히 혼자다 고독한 레이스 뛰면서도 체면을 건다. 지금부터 쉬지 말고 피니쉬까지 갈 수 있도록 말이다.
25km구간기록이 22:02초다 누계시간은 1:47:25초 sub-3기록에 1분이 늦다. 하지만 아직도 희망은 있다. 후반에 살아난다면 가능할 것도 같기에 절망하지 말자 그리고 앞만 보고 달리자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여학생들의 응원소리를 들으며 부산동부경찰 화이팅 소리를 듣는 순간에는 힘이 절로난다. 그러나 독주가 페이스 맞추기가 힘들고 같이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데 너무 많은 거리를 혼자서 뛰고 있으니 점점 떨어짐이 감지된다. 다음에는 정말이지 내가 따라붙던지 하여간 같이 뛰는 사람이 필요함을 이 대회를 통해 뼈져리게 느끼게 되었다.
30km 구간기록이 22:22초다 앞 구간보다 20초가 늦고 누계시간도 2:09:48초로 약 2분이나 늦다. 이제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sub-3는 물 건너 같고 이제 무탈 완주를 하는 것이다. 즐겁게 주변풍광을 감상하며 조금 여유를 같고 뛰어야겠다.
풍물패의 응원에 발걸음이 가볍다가도 이내 페이스가 떨어지는 것 보면 마라톤 벽에 부딪치는 거리가 가까워짐을 느낀다. 바로 35키로쯤인 것 같다. 하나 둘 걷는 주자를 추월해보지만 저 멀리 앞선 주자 잡기는 역부족이다.
35km 구간기록이 23:09초다 누계시간 2:32:58초 이제 3분40초나 늦다. 남은거리는 7키로지만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sub-3는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하다는 사실....
오르막을 힘겹게 차오르고 40키로에 도착하니 25:44초나 걸렸다. 약간의 오르막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누계시간 역시 8분이나 늦은 2:58:42초다. 이제 좀 편안하게 들어가보자 연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신다. 이제 다왔다며 조금만 힘내라고 한다. 2키로지만 역시 마지막은 힘이 든다. 피니쉬를 앞두고 한명에게 추월을 당한다. 자존심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바로 여기까지가 한계인 것을.......
10:13초나 걸려 무려 8분55초나 늦은 3:08:55으로 골인을 하고나니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 같다. 정신력으로 버티며 물 한모금하고 칲을 반납하니 완주메달을 준다. 국수 한 그릇하고 계란두개에 맥주한잔을 하고 서둘러 대회장을 빠져 나오니 오늘의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 되어야 할 것 같다.
도전하는 자에게만 이런 완주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힘든 레이스였지만 나름대로 평가한다면 의미있는 대회였다고 자평하고 싶다.
내년에는 제주대회 일정이 고려된다면 경주벚꽃대회에서 힘찬 부활의 레이스를 펼칠 것을 약속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