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No. 576
Read: 5772, Vote: 7, Date: 2008/03/26 15:30:56
글 제 목 서브3 도전기
참가대회 2008 서울마라톤
작 성 자 이광원 (syskwl@kornet.net)
홈페이지 http://blog.paran.com/running (Visit : 450)
카테고리 풀코스
키에르케고르가 말했던 죽음에 이르는 병은 육체적인 병이 아니라 정신을 황폐화 시키는 절망을 얘기한다. 인간은 희망을 잃어버릴 때 절망하게 된다. 동아마라톤이 네게 마지막 마라톤이라면 난 아마 절망의 깊은 나락으로 빠져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작년 동마 때 3시간 8분으로 들어 왔을 때 하늘을 날아 오를 것 처럼 기뻤는데 이번 동마에서는 3시간 4분에 들어오고도 기쁨은 고사하고 알 수 없는 절망감이 엄습해 왔다.

돈이 많고 적음이 행복의 척도가 아니듯이 기록이 기쁨의 척도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척도는 자기 마음속에 있다. 내게 서브3 는 너무 높게 설정된 기준인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애써 부인해 봐도 우울한 기분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서브3를 위해 남은 5분을 줄인다는 게 첫 마라톤 시작하고 53분을 줄인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진다.

인간에겐 누구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그러나 그 꿈을 실현 시키기 위한 계획과 노력이 없다면 그건 꿈이 아니라 망상일 뿐이다. Dream comes true. 는 피나는 노력과 꼭 이루려는 의지의 결과일 뿐이다. 왜 그 험난한 서브3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밀었는지 후회되기도 한다. 서브3하면 울 것 같다던 그 친구의 말이 가슴속에 와 닿는다.
“미친X들 뭐 할 일없어서 서브3에 목매나 그것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고 아무렇지 않게 지껄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내가 서브3 못해서 안달하는 그 미친X으로 둔갑(?)해 버린 건 아닌지…

훈련:
따뜻한 구둘묵 이불을 걷어내고 살을 에는 듯한 새벽 추위 속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지만  주어진 목표를 위해서 작은 고통은 감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누가 어떻게 하면 잘 뛸 수 있는지 물으면 난 주저 없이 밥 먹듯이 뛰어야 된다고 얘기한다. 인생에 있어서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재능- 에디슨이 말하지 않았던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고- 내게 뛰는 재능이 있었다면 난 아마 어릴 때 벌써 마라토너가 되었을 것이다.

2주전 서울마라톤을 뛰고 회복을 제대로 하지 않아 뛰는 주 목요일까지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알게 모르게 마라톤 뛴 다음의 우리 몸은 상당히 지처 있고 충분한 휴식을 요구한다. 식이요법으로 고기만 9끼 먹으라고 하나 그게 힘들어 8끼를 고기와 야채 과일을 곁들어 먹었다. 새로운 기록을 원한다면 한 달 내에 시합에 나가서는 안되겠다.    

2008. 3. 16
새벽4시 조금 지나 밥 먹고 대회가 열리는 광화문으로 갔다. 25,000명이 운집한 가운데 B 그룹에서 누가 충성하고 내게 경례를 했다. 대구 동생이었다. 한때 마라톤이 인생의 모든 것인 양 열광하던 그가 완주나 할지 모르겠다고 방어선을 친다. 동생 기록 잡겠다고 하던 때가 있었는데… 날씨는 달리기에는 아주 이상적이다. 황사가 온다는 뉴스가 있어 조금 걱정했었는데 황사는 없었다. 8시 총성과 함께 선수들이 먼저 출발하고 다음으로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자랑스런 서브3주자들이 튕겨져 나갔다. 내년에는 나도 저기서 뛸 수 있을까? 를 꿈꾸며 출발…

0-10Km:
달빗마라톤에서 받은 3:00:00 기록표에 맞추어 가기로 작정했다. 서브3 페이스메이커하고는 그룹이 달라 따라 가지 못하기 때문에 그 시간표를 나의 페이스메이커로 임명했다. 5km 까지 30초 늦게 뛰려 노력했다. 인원들이 원체 많아 초반에 그들을 헤쳐 나가기가 좀 힘들었다. 10km 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시간표보다 3초가 빠르다. 아주 만족스러운 페이스다. ( 21:44, 20:54 )

10-20km:
적당히 몸도 풀리고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구간이지만 후반을 생각해서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했다. GU를 세 개를 가지고 뛰었는데 레이스벨트에 달았던 GU 하나가 떨어져 나가 버렸다. 불안한 생각이 든다. 좋지 않은 조짐이다. 떨어져 나간 GU 하나가 후반에 그렇게 아쉬워하게 될 줄은 그때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하프까지는 1:29:58로 통과했다. 왔던 속도로 계속 뛰면 서브3다 작년 동마와 중마 올해 서울마라톤까지 후반에 더 빨랐기 때문에 가능할 것도 같았다. (21:26, 21:16)

20-30km:
바람이 불었다. 25km 까지는 그 페이스로 계속 뛰어 갔다. 25km 넘어서고 부터는 페이스 유지하기가 힘든다. 서브3에 대한 확신이 조금씩 회의로 바뀌고 있었다. 2주 만에 뛰는 건 무리라고 가을에 서브3하라는 고수의 말- 그 유혹이 나의 의지를 나약하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21:36, 22:04)

30-40km:
힘든다. 마음속으로 계속 처칠이 했다는 세마디 연설을 되뇌었다. “Never give up! Never give up! Never give up! “ 17km 지점부터 시작된 발바닥 물집의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한발짝 내디디는 것이 공포로 다가 왔다. 그냥 포기해 버리고 싶은 마음과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두 개의 상반된 감정이 짧은 시간 교차를 반복하고 있었다. 35km 이후는 차라리 편안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절망감과 배고픔을 이기게 만들었다. (23:05, 22:48) (Total 3:04:42)

Finish Line:
유난히도 맑고 깨끗한 푸른 하늘이 보였다. 말 못할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환희도 잠시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인생에 있어서 정답은 없다. 즐기면서 하지 돈 버는 일도 아닌데… 맞는 말이다. 그러나 마라톤 말고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굳이 우리가 마라톤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이룰 수 없을 것 같은 기록에 도전해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서브3 하는 그날까지 나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http://blog.paran.com/running
S-3 달성자
220.65.211.98
이광원님의 심정을 이해할만 합니다. 저는 몇초 꼬리표를 달고 2년을 도전했습니다. 곧 손에 잡힐 듯하다가 빠져나가기를 7번을 하고 이번에 목표 달성했습니다. 마라톤 시작하고 8년이 걸리더군요. 강태공의 낚시처럼 때를 기다리십시오. 물론 준비는 언제든지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반드시 달성할 수 있습니다. 08/03/26
김정원
118.37.144.15
저또한 구년만에 달성했네요
99년 춘천마라톤첫풀 당시훈련도 제대로 하지않던주먹구구식
허나 젊은패기로 달린결과 3시간2분1초를 뛰고 얼마나아쉬웠는지
그리고 3시간20분대 풀코스최악의 3시간50분대
그리고 2년전 한강마라톤에서 10분대후반으로 들어오고
작년동마에서 3시간7분 그리고 그해 섭3노렸던 춘마에서5분늦은 3시간12분
그리고 12일전 동마에서 꿈의기록 9년을 기다려온 섭3달성 2시간59분03초
골인점에서 가슴이 메어오고 눈물이나고 울컥댔습니다..찐한 감동
이광원님 하프까지기록이 느림니다 적어도 28분대는끊어줘야
08/03/27
alrex
210.109.25.2
귀하는 테이퍼-링에서 실패한 것으로 판단되는군요~! 마라톤싱글이나 골프싱글이나 처음달성한 후엔 기복이몇번 반복됩니다.2주전의 풀코스는 무리죠~ 3주전에 목표페이스보다 30분늦춰야 합니다~님께서는 4주정도의 페이싱전략을 짜서 준비하면 2시간56분대가 가능합니다. 08/03/27
철인
211.232.143.209
대한민국 철인 이광원 화이팅^^ 가을의 전설을 기대하겠습니다.... 08/03/27
달림이
128.134.225.3
풀코스런너가 피니쉬 라인을 통과한후
마음은 거의 같은것 같습니다.
다음 대회에서는 4분 꼭 단축하셔서
★꿈을 이루십시요. 고생하셨습니다.
08/03/27
혼/달/사
59.9.95.87
반드시 성공하시기 바랍니다.지금 못하면 평생 못하기도 하고 후회합니다.나중에 하기란 더욱 힘들기도 하고 저 또한 춘천에서 1분에 들어와 계속했어야 하는데 2년여를 천천히 달린다고 생각하고 나니 지금은 도저히 할수없는 지경에 까지 왔습니다.지금 몸 만들어진 상태를 잘 유지하시고 가을에 그 꿈을 반드시 성사시키기를 기원합니다.지금이 적기입니다. 늦추지 마시고...화이팅. 08/03/27
김만호
58.143.40.104
이광원님 힘 내세요. 대단한것도 아닌데 조급해 하지마시고 차분하게 준비하여 가을에 다시 도전 해보세요. 누구든 한 두번 정도는 격고 넘어가는 수순으로 보시면 됩니다. 가을에 맛있는 떡 먹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08/03/27
물푸레
219.252.195.76
이광원님 그래도 도전해봤으니까 성공입니다
저도 이번 동마에 서브쓰리 하려고 눈발을 헤치고 길가의 얼음판을 비켜가며 벙거지 모자를쓰고 나서기힘든 새벼칼바람을 맞으며 겨우내 연습을 하고 대회임박해서 그만 종아리에 부상이오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지요
대회장에 기지도 못하고 시간되기를티브이앞에서 기다리다 드디어 출발모습을 보고 내가현장에 있는양 마음이들떠 한동안 힘들어 했습니다
속으로 울먹이며 티브이를 지켜보는 저의 심정은 차라리 도전해서 서브쓰리못한맘이 더나을지도 모르겠더군요 쓰라린 경험으로 다음에 저와함께도전해 봅시다
고생하셨습니다 8분의벽깨트리리다.
08/03/27
후웁스
219.250.54.73
서브포가 목표... 먼나라 이웃나라 이야기 인듯... 하지만 나도 도전해보리라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올가을 3시간 30분 전후를 달성하겠습니다. 08/03/27
이광원
58.140.76.3
alrex 님 56분이라니? 귀가 번쩍뜨입니다. 그 페이싱전략이란게 뭔지요? 가르침 바랍니다. syskwl@paran.com 만호님이하 글주신분들 감사합니다. 08/03/27
이병세
58.148.38.101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지요 긴여정속에 낙을 찾아야 더욱 값진것입니다.운동 꾸준히 하시고 가을에 일내봅시다. 화이팅!!! 3시간04분대 이병세 08/03/30
유성 달림이
59.27.69.47
무엇 보다도 꾸준한 연습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혼자서 47세에 마라톤을 시작하여 4년동안 풀코스 13회 출전하여 50세에 써브-3는 2회 달성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훈련일지를 꼼꼼하게 기록 했다는 것을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매일 새벽 4시반에 일어나 14km 를 꾸준히 달리고 , 달리고 나서 몸무게의 변화를 매일 기록하였으며, 주말에는 21km (하프)를 달리고
월 마지막 주말은 40~50km 를 달립니다.
음식 또한 항상 주의를 하면서 채식과 밥위주로 식사를 하면서 간식으로 매일 우유에 밤꿀을 섞어 마셨습니다.
매일 14km 기록을 보면 평균 1시간 10분에서 써브-3 를 달성 할때의 기록은 1시간 이내로 들어오는 58분~59분 을 뒬때가 많더군요.
지금은 마라톤을 접었지만 아직도 꿈이 있습니다.
여러분 열심히 하세요.
13/03/18
COMMENT NAME    PASS
이전글△ -161 <만화> 아름다운 사람들 (2008 동아마라톤 후기) (13) 박효준
다음글▽ -163 봄비 속을 뚫고 달린 42.195km (12) 전차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