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자원봉사자도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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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3857,
Vote: 10,
Date: 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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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제법 차다.
하프와 10 킬로에 참가하는 우리 클럽 분들은 나에게 비도 오고, 지난주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뛰었으니 오늘은 다 뛰지 말고 조금만 뛰라한다.
풀코스 출발선. 참가자가 반으로 줄지 않았을까 우려했는데... 어림잡아 400~500명은 될듯하다. 이 빗속에도 신청자는 거의 다 참가했나보다. 참 씩씩한 사람들이다. 이들 속에 있으니 출발 전에 움츠려 들었던 마음이 가신다.
출발. 주최 측에서 나누어준 우의를 입고 있어 몸이 젖지는 않지만 얼굴에 떨어지는 봄비는 차갑고 손이 시리다. 하지만 주자들은 비를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옆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경쾌하게 뛰어 간다. 뛰다보니 부산에서 왔다는 한 여자 분과 속도가 비슷하다.
“오늘 비 오는데 뛰지 말까하는 생각 혹시 안하셨어요?”
“아뇨.”
“여름도 아니고 아직은 비가 찬데...?”
“신청했으니까요!”
 대답이 간단하다. 그 분은 남편과 같이 왔는데 남편은 오늘 서브3 (2:59:59 이내로 달리는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의 기록)를 노린다고 했다. 남편이 처음 풀코스를 뛰던 날, 결승선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는 감격에 겨워 엉엉 울었단다. 서브3를 하면 100만원을 주겠노라고 약속했단다. 대단한 부부다. 부부 마라토너들은 늘 부럽다.
“달리기 왜 하시는데요?” 내가 물었다.
“무념무상의 상태가 좋아서요.”
“무념무상이요?”
“달리기에 집중하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와 잡념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잖아요?”
지난주에 무념무상의 달리기를 주제로 카툰을 하나 그렸었는데 달리는 사람들은 거의 비슷한 느낌을 갖는가보다.
10km를 지나면서 우의를 벗어버렸는데 비는 계속 내리고 맞바람이 만만치 않다. 젖은 몸이 몹시 춥다.
그래도 눈은 호강하고 있다. 진양호는 비안개에 젖어 아련하고 나무들은 더욱 싱싱하다. 주로의 매화는 빗속에서 향이 더욱 진하고, 개나리는 노란 꽃잎을 뾰족이 내밀고, 옥수수만한 벚꽃 망울이 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출발선을 뛰쳐 나가는 주자들처럼 꽃들이 우루루 필 것이다. 완주 후에 만난 우리학교 마라톤클럽의 최용부교수님께서는 “한 폭의 동양화 속에서 뛰는 것 같았다” 고 하셨다. 정말 그랬다.
진양호 주변의 인적이 없는 주로에서 동반주자의 발소리는 응원이다. 난 그 소리에 맞춰 뛰고 있다. 비가 오는 이 길을 혼자서야 뛰겠는가? 같이 뛴다는 건 확실히 힘이 된다.
빗속에서도 주로 관리는 완벽하다. 우의를 입고 의연히 서있는 교통봉사자들을 보니 미안하고 고맙다. 급수대 여학생들이 “힘내세요~” 하는 낭랑한 목소리는 밝은 표정 때문에 더욱 감동스럽다.
반환점을 지나니 비가 그쳤다. 동반주자들의 탄성에 놀라 옆을 보니 낮게 깔려있던 운무가 산을 따라 피어오르며 진양호가 선명히 드러나고있다. 그야말로 '삽시간의 황홀'이다. 비 개인 뒤의 싱그럽고 깨끗한 주로를 묵묵히 뛰어가는 것은 거의 신선놀음이다.
두 주를 연속으로 풀코스를 뛰는 것은 처음이다. 30 킬로를 지나니 발바닥은 얼얼하고 다리는 무거워진다.
힘들게 진양호 댐을 건너오는데 꼬마들이 응원을 하다,
“아저씨 왜 뛰세요?”
하고 갑자기 묻는다.
“재밌어~ 너도 커서 뛰어봐.”
하는 말이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왔다.
이렇게 힘든데 재미라니? 하긴, 그냥 집에 있어봤자 편하기야 하겠지만 뭐 그리 엄청 재미있는 일이 있겠는가?
난 왜 뛰는가? 내게 다시 묻는다. 단련, 자유, 즐거움, 평화... 여러 단어들이 떠오른다. 암튼, 난 이 길을 뛰는 것이 좋고, 뛰고 나면 몸도 마음도 더 튼튼해질 것이다.
남은 거리 6, 5, 4, 3km. 아무리 힘겨워도 거리는 한발 한발 줄어들고, 더 이상 못 뛸 것 같다가도 나도 모르게 '새 힘'이 난다.
드디어 골인. 35번째 풀코스 완주. 4시간 9분. 썩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힘껏 달린 내가 자랑스럽다.
멀리서 온 친구들을 만났다. 이구동성으로 “주로도 환상적이고 무엇보다도 날씨가 너무 좋았다.”라고 한다. 비오는 날씨가 좋았다구?
정말 또 한번의 재미있고 인상적인 달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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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yocat
210.104.25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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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선생님 ^^! 그 날 동반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합 끝나고 인사 드릴려고 했는데 진주에 사는 친구들이 갑자기 나타나 경황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바람에 감사의 말을 못 전했네요. 혹 다음 대회장에서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드릴께요. |
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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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언
59.13.1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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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때 마다 여유로운 우리 전 차수 교수님! 每 주로 에서 동료교수를 볼 때마다 전 교수님의 안부를 묻곤 했는데(지난 동아에서도) 오늘 반환점을 돌아오는 교수님을 만나니 넘 반가웠으나 서로 갈 길이 바빠 하이파이브만 왜치고 헤어져 섭섬하던 차 이 雨中 완주기를 보니 너무 반가워 한 字 적습니다. 매주 달리기도 할 만 하죠? 다음 주로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
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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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수
203.255.1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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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yocat님, 우찌 그리 잘 달리세요. 한눈 팔다 한번 뒤쳐졌더니 도저히 못 쫒아가겠더만요. 다음엔 끝까지 따라가 보겠습니다.
김무조 선배님, 그렇지 않아도 선배님을 찾았었습니다. 여전히 가볍게 달리시는 모습이 보기좋았습니다. 다음엔 전화라도 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
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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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219.253.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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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내용에 카툰에 대해 언급하셨길래 허락없이 카툰을 넣었습니다. 혹시 마음에 안드시면 삭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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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수
203.255.1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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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부탁을 드려볼까 했습니다. |
0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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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희
219.250.17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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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시간이엿읍니다,,저두 그날 남강을 함께달렷거든요,,빗속에서 모자에선
비가 뚝뚝떨어지고,모든걸 씻어버린듯,,그렇게 빗속을 달렷읍니다.
"무념무상"참,,,멋진단어네여,,,늘 건강하세여 |
0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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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양
211.199.7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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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수님 수준이 아닌데? 3시간대는 들어올텐데 우째 요즘은 연습을 게을리 하시나? 나는 그날 사량도를 전전하다가 왔다네. 술에쩔어서 "노루랑".... |
0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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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완식
152.99.24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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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속에서 그날의 달리는 모습과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네요,,참 잘읽었고 앞으로도 항상 즐런하시기를.... |
0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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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람쥐
203.255.18.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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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달림이들에게 즐거움과 힘이 되어 주시는 전교수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쭈우욱~즐런하시길... |
0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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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호선
125.135.2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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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끝에 피어나는 진양호 물안개와 코끝을 휘감는 매화향기가 전교수님
글에서 뜸뿍 묻어나옵니다. "무념무상 물아일체" 정말 자연과 하나되어
소양호 보다 멋진 진양호를 품에안으며 105리를 즐겁게 달리고 오셨네요!
그 희열을 우리달림이 아니면 누가 만끽할까요? 연속2주 완주를 축하하구요
우중에 참여한 모든 달림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냅니다. 힘! 히~이임!!! |
0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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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빵위원장
61.76.17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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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수교수님~! 동아대회 마치고 또 진주에서 뛰셨군요. 나도 동아대회 이후 울산대회에서 뛰긴 했지만...서울에서 즐겁게 잘 놀았습니다. 일행들에게 민폐나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다음은 어느 대회에서 만날지...그때까지 많이 달리고 건강하세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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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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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수
124.153.21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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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희님/저와 같은 주로를 달렸군요. 동기동창이십니다.
야생초/언제 주로에서 함 보자.
문완식님/ 감사합니다. 늘 즐런하시길 빕니다.
구회장님과 사모님/ 감사합니다. 우리클럽 텐트가 전국 고수들의 쉼터가 되있더군요. 두분은 대한민국 마라톤 고수들의 대부/대모이십니다.
국빵위원장/늘 한결같은 모습 보기좋았습니다. 민폐라니요. 와주셔서 반갑고 고맙지요. 지리산에서 보십시다. |
0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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