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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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610
Read: 4699, Vote: 6, Date: 2008/04/18 13:51:27
글 제 목 오기로 이뤄낸 감격의 Sub3
참가대회 2008 동아마라톤
작 성 자 이광호 (crager@naver.com)
카테고리 풀코스
꿈에서나 이룰 것 같았던 섭3를 2008 동아마라톤에서 달성했다. 풀코스 완주 34회만에 도저히 불가능할거라 생각했었던 목표를 이루었다. 그것도 30초가 모자란 턱쓰리로... 사실 57분이나 58분으로 달성한 것보다 더 기분좋다.
2006년 춘마에서 싱글을 달성하고 1년 넘게 좌절을 겪은 후에 이룩한 섭3라 그 기쁨이 한결 진하게 느껴진다. 오늘의 감격을 느끼기 위해 뻐꾸기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오늘의 섭3는 한마디로 깜짝쇼(?)였다. 나뿐 아니라 나를 아는 그 누구도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모두다 놀랬다. 사실 내가 더 놀랬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업무때문에 훈련량이 많지 않았고 (1월 250킬로, 2월 250킬로), 올해 들어 참가한 대회마다 퍼졌기 때문에 도저히 기대를 할 수 없었다. 그동안 보라매 팀의 주중훈련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하고 겨우 헬쓰클럽에서 조금씩 훈련했다. 인터벌 훈련을 한다고 했지만 야소 800을 제대로 한 적도 없고, 지속주도 만족할 만한 기록을 내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감히 섭3를 바라볼 처지가 아니었지만 내심 도전의욕만은 버리지 않고 있었다.

컨디션이 살아나는 것을 느낀것은 3월 2일 서울마라톤 하프대회를 달리고나서 였다. 그날 기록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네거티브 스플릿을 했다는 것에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 뒤에 보라매 토요훈련에서 5km TT를 두번 했는데 19'55", 19'36"를 기록하면서 조금더 기대치를 높였다.

테이퍼링이 만족스럽지 못해 불안한 가운데 드디어 대회날, 광화문에 박흥진 형님과 함께 도착했다. 보라매 회원들과 인사하면서 한가지 작전을 세웠는데 보라매 클럽의 섭3 멤버인 노보현, 박종혁 회원이 페메를 하는 그룹을 끝까지 따라붙는 것이었다. 따라가다 정 안되면 포기해야지 했는데 몇번의 고비에 포기를 안한 것이 성공의 요인이 되었다. 보라매마라톤의 유망주인 모상주, 최성환 회원이 페메를 따르고 나는 그 뒤에서 좇으며 부디 끝까지 몸이 버텨주기를 기도했다.

1차 고비는 일찌감치 10킬로에서 찾아왔다. 그 때까지 기록은 준수했는데 갑자기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이대로 끝까지 가기 어렵겠다는 불안이 엄습했다. 페이스를 늦추어서 싱글에 만족할 것인가, 계속 밀고 나가다가 나중에 완전히 퍼질것인가 고민을 잠깐 하다가 그냥 내처 달려갔는데 용케도 고비를 넘겼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이번에 못하면 언제 다시 기회가 올지도 모르는 일, 죽이되든 밥이되든 부딪쳐야 했다.

페메를 놓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달리다보니 어느덧 30킬로, 노련한 페메들 덕분에 1분의 여유가 있는 걸 확인하고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이렇게 생각한 순간, 허벅지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이 무슨 변고인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 이렇게 무너지는가 보다. 흔히 말하는 마라톤벽이 찾아온 것 같아 앞이 캄캄하고 고할지 스탑할지 갈등을 시작했다. 고!하기로 맘먹는다고 고!가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서 편안함에 안주하기는 정말 싫었다. 천우신조로 어디 아픈 데가 없다는 것이 포기하지 않도록 한 또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때마침 같이 달리던 몇몇 선수들이 갑자기 뒤로 처지고 앞에는 노보현 회원만이 달리는데 외롭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마저 떨어질 수 없다는 마음을 먹고 이를 악물고 따라갔다. 하지만 간격은 점점더 벌어지고 2,30미터 이상 떨어지니 그냥 먼발치서 시야범위내에서 놓치지 않고자 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잠시 처졌던 보라매 태풍팀 유망주 모상주 회원이 다시 힘을 내어 나를 추월해 갔다. 그런데 또 한명의 유망주 최성환 회원이 더이상 쫓아오지 않은 것이 의외였는데, 그 회원을 이끌어주려 처졌던 박종혁 회원이 다시 내 옆으로 오면서 힘을 내라고 격려해준다. 고맙게도 그말을 들으면서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늦춰진 페이스로 인해 40킬로에 도착했을 때는 1분의 여유가 사라지고 앞으로 남은 거리를 악을 쓰고 달려야 겨우 섭3가 가능해 보였다. 하지만 두 다리는 거의 갈지자 걸음을 하고 있다. 이제는 포기해야 할 것 같았다. 이대로 가면 3시간 1분정도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떨구는 데, 초반에 뒤로 처졌던 런조이 회원 한 분이 씩씩하게 나를 추월해간다. 순간, 열이 올랐다. 내 자신에 대해 화가나고 욕이 저절로 나왔다.

다행이도 행운의 여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박종혁 회원이 나를 지나치며 큰소리로 외쳤다. "힘내!", "여기서 처지면 섭3 못해!" "따라와!"... '참내 아무리 고수라지만 엄연히 형한테 반말로 혼낸다.' (-_-)
하지만 그 덕에 다시 내 오기가 살아났다. 다리가 부서져도 한 번 달려보자. 여기서 실패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게 뻔한데 한 번 더 내 깡다구를 발동하기로 했다.

억지로 힘을 내서 달리다가 운동장에 접어들 무렵 또다시 페이스가 처지는 순간, 박종혁 회원이 다시 옆으로 오면서 소리쳤다. "운동장 트랙이 1분이상 걸리니 방심하지 마세요! 늦추지 마세요!" 아, 정말 그랬다. 잠실운동장 트랙이 그렇게 길어보인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지 모르게 눈에 불을 키고 박회원을 따라갔다. 트랙에서 나를 추월한 주자도 있었지만, 나도 여러명을 추월했다. 그러더니 멀게만 느껴졌던 골인 아치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섭3가 정말로 아슬아슬 했었는데 마지막 스퍼트에서 30초를 당긴 것이다.
이제 해냈다는 안도감과 함께 먼저 들어와서 기다린 보라매회원들에게 쓰러졌다.

아, 정말로 어렵게 어렵게 섭3를 달성했다. 기본 하드웨어가 갖춰진 우수한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느껴졌던 이 과업을 빈약한 내 몸으로 해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조금만 빡세게 달려도 무릎 또는 종아리 등등이 탈이 나서 훈련을 쉬어야 했고 아무리 훈련해도 스피드가 오르지 않아서 실망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섭3를 했다는 것이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제 감히 말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의 섭3는 정신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마지막 극한에 도달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오기, 깡, 바로 정신력이다.
결론은 정신력이다.

그리고 출발하기전 런다 수아님, 포테이토님 등이 꼭 섭3하라고 힘을 준 것이 이제사 생각하니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고마움을 전한다. 진하게 술한잔 사리다.

~ 5km 21'32"
~10km 20'16" 0:41'48"
~15km 21'06" 1:02'54"
~20km 21'15" 1:24'09"
~half 04'48" 1:28'57"
~25km 16'31" 1:45'28"
~30km 20'57" 2:06'25"
~35km 21'40" 2:28'05"
~40km 22'02" 2:50'07"
~fin 09'22" 2:59'29"
절반의꿈
125.7.197.21
선베님의 썹쓰리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저는 진작에 선배님께서 썹쓰리를 달성 하리라 예상 했었습니다. ^^* 08/04/18
화이통
121.164.18.219
히~임, 간빠레!!!!!!!!!!!!!!! 08/04/18
BRIAN
210.103.44.130
축하합니다. 34회 동안 평균 기록은 어떻게 되는지? 연세는 어떻게 되는지? 꼭 비교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 08/04/18
마라톤맨
58.235.140.62
sub-3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저도 이번 광주 호남국제 마라폰대회에 풀 싱글 목표로 참가하려구 했는데 이글을 보고 수정 sub-3 목표로 허벌라게 달려볼 생각입니다. 일단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08/04/18
마시마로
112.184.12.107
아주 감동있게 읽었습니다 눈물이 나네요~^^
다음달에 동아마라톤에서 3.5목표로 열심이 강훈련을 했는데 정말 정신력으로
밀어부쳐 꼭 달성하고싶네요
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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