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완주의 감동을 여러분과 나누십시오. 완주자는 물론 중도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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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126
Read: 7960, Vote: 16, Date: 10/05/17
글 제 목 50대에 첫 도전한 하프 마라톤
참가대회 2010 Palos Verdes 마라톤
작 성 자 송두석 (rsong2311@hanmail.net)
카테고리 하프코스
1.달리기 운동을 시작하게 된 동기

나이 오십이 되어서 몸도 비대해지고(신장 172/ 몸무게 79), 올초에 건강검진 결과 정상보다 높게 나온 당뇨와 콜레스테롤 수치를 보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무래도 꾸준히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여 정기적으로 달리는 것이 나을 듯하여, 내가 살고 있는 집(엘에이)과 가까운 공원에서 매주 토요일 아침 일찍 훈련하는 동호회(Run to Heaven)에 금년 이월초에 가입하여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50 평생 살면서 가장 멀리 달려본 것은 이십대 초반 군대생활 중에 10 Km 단독군장 구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2.훈련과정(2010. 2.15 -5.15 까지 삼개월)

어쨌든 나이 오십이 되어서 장거리를 뛰려고 하니, 다리 팔 허리 어깨 배 등등... 온갖 군데가 다 쑤시고 땡기고 아프기 시작하는데 신기하게도 어제는 종아리가 아픈가 하면  오늘은 발목이 아프고 하는 식으로 통증이 온갖 군데를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14km 를 달린 날에는 심지어 잇몸까지 흔들리고 아플 정도였다. 앉았다가 일어나면 눈앞이 노랗고 머리 위로 별이 번쩍 번쩍할 정도여서 이렇게 운동하다가 오히려 병을 얻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했었다. 너무나 힘이 든 가운데에도, 5월 15일에 있을 팔로스버디스 하프 마라톤을 두시간 이내에 완주하겠다고 장담을 한 상황에서 물러설 수는 없었기에 통증이 있음에도 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평균 10 km 를 달렸다. 이런 식으로 1개월 반 정도 달리고 난 결과, 실망스럽게도 기록이 오히려 훨씬 저조해져서
10 km 연습주 기록이 1 시간 이상이 나오고 20 km 연습주를 해보았더니 무려 두시간 20분 정도가 나왔다. 시작했을 때 보다 오히려 기록이 나빠진 것이었다. 마라톤 온라인에 게시된 글들을 읽고 알게 되었는데 오버 트레이닝으로 인해 기록이 저조해진 것이었다.이후로  훈련량을 내 몸에 맞게 주간 50 km 이내로 줄였다. 훈련량을 줄이자 몸이 회복되어 기록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5 km는 24분대, 10 km 는 52 분 정도에 주파하게 되었다. 예상기록 산출 공식에 대입해 본 결과 하프는 여유있게 두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와서 비교적 자신감을 가지고 대회에 임하게 되었다(실제 경기에 임해서 알게 되었는데 언덕이 그렇게 한도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질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음. 언덕훈련을 별도로 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은 고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코스였음)

2월부터 5월초까지 약 삼개월 동안 총 700 km 훈련을 마치면서, 체중이 약 10 kg이 줄었고 허리 사이즈가 35인치에서 31인치로 약 4인치가 줄었다.

집에서 걸어서 3-4 분 거리에 있는 공원(프렌쉽 팍)에 500 M 순환 조깅코스가 있고 차로 5분 거리에 2.2 KM 조깅 순환코스가 있는 공원(동호회 운동 장소임)이 있다. 주말 장거리 연습은 강변 자전거 도로(왕복 26 KM)가 불과 집에서 3-4분 걸어가면 되기에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은 양호한 편이다. 삼개월간에 700 KM 훈련을 비교적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주변 여건 덕택인 것 같다.


3.대회 당일 레이스

팔로스버디스는 미국에서도 소문난 부자동네로서 고 김대중 대통령의 막내아들이 살았던 동네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보스톤 마라톤 다음으로 역사가 오래된 마라톤 대회이지만 별반 인기가 없어서(아마 언덕이 많고 너무 힘들고 기록이 저조하게 나오기 때문에 기록에 집착하는 마라토너들이 참가를 기피하는지도 모름) 불과 이삼천명이 참가하는 대회이다.

어쨌든, 사전답사도 없이 출발선에 서서 출발했는데 무려 4 km 를 가도록 계속해서 올라가는 언덕이다. 정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언덕이라고나 할까? 누군가가 코스에 대해 코멘트를 해놓은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올라가기 아니면 내려가기 둘 중의 하나일 뿐, 평지란 없다." 라고 되어 있더니 말 그대로 한도 끝도 없이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5 km 지난 듯 한데 이제는 한도 끝도 없는 내리막길로 바뀐다. 쉽게 달려 내려가면서 생각해 보니 나중에 반환점을 돌고 나서 이 길을 뛰어서 올라올 일이 벌써 부터 겁이 날 정도였다.

비교적 크게 힘들지 않고 반환점을 56분 41초에 돌면서 얼추 계산을 해보니 잘하면 두시간 이내에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드디어 전반부에 신나게 달려 내려왔던 길고 긴 언덕(약 5 KM 에 걸쳐 계속되는 언덕)에  도달하여 이제는 정반대로 한참을 열심히 뛰어서 올라가는데 이게 웬 일인가? 오른 쪽 엉덩이 밑이 땡기면서 오른 발이 올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테니스 치다가 작년 여름에 다친 햄스트링에 통증이 심해져서 오른쪽 다리가 올라가지 않으니 속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초등학생 같은 어린이도 나를 추월해가고 할아버지도 추월해 가고, 아줌마들도 추월해 간다. 심지어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나를 추월했을 때, 나는 그만 너무 낙담해서 뛰기를 멈추고 잠시 걸었다. 걸으면서 생각하니 두시간 이내에 완주는 햄스트링 통증 때문에 불가능한 것 같았다. 그래도 다시 뛰어보기로 마음을 먹고 뛰기 시작했으나 200 미터도 못가서 다시 걷게 되었다.

이대로 걷다가 뛰다가 하게 되면 두시간 10분을 넘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남은 거리가 약 6 KM 나 되는데 걷다 뛰다를 반복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를 추월해서 언덕을 잘도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낙심한 상황에서 갑자기 마음 속에서 기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걷지 않고 뛰어서 완주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나도 모르게 기도하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얼마나 뛰었을까? 통증이 없어진 듯 했다. 통증이 있어도 아마 못느끼고 뛰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었다. 어느 덧 언덕을 지나서 내리막길에 접어들게 되었다. 피니시 라인까지 약 4 KM 나 이어지는 내리막길이었다. 갑자기 힘이 솟더니 언덕에서 나를 추월해 간 사람들을 이제 내가 다시 추월하기 시작했다. 약 2 KM 동안 많은 사람을 추월하며 피니시 라인 2 KM 에 이르렀는데 내리막길에서 너무 무리해서 달려서인지 호흡이 가쁘고 장단지가 땡겨서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저절로 속도가 떨어져서 이제는 다시 추월당하면서 천천히 뛰어서 피니시 라인을 향하는데, 피니시 라인에 걸린 전자시계가 한시간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순간 온 힘을 다 쏟아서 죽으라고 달렸다. 피니시 라인을 1시간 59분 14초에 통과했다. (기록표에는 1시간 59분 16초로 찍혀 나옴). 하프 마라톤 완주한 1118명 중에 377등으로 기록되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피니시 라인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지도 모르는데도
여유있는 표정은 커녕 두시간을 안넘기려고 죽기 살기로 이를 악물고 뛰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고등학교 체력장 테스트에서 백미터 달리는 식으로 숨도 안쉬고 달린 것이다.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운 하프 마라톤이었다.


레이스 초반에 옆에서 뛰던 백인 청년 둘이 대화하는 내용 중에
마라톤은 잘 뛰는 사람은 잘 뛰는 그 만큼 힘들고 못 뛰는 사람은 못 뛰는 그 만큼 힘들다 라고 하던데 정말 그말이 맞는가 보다.

전반에는 잘 뛰면서도 힘들었고 후반에는 못 뛰면서도 힘들었다. 걸을 때는 걸으면서도 창피한 가운데 그나마 빨리 걷느라고 힘들었다.
천천히 뛸 때는 힘들어서 천천히 뛰는 것이므로 당연히 힘들었고 빨리 뛸 때는 빨리 뛰느라 호흡하기 조차 힘들었고 장단지가 땡겨서 힘들었고...

하여간 너무 힘들어서 그 좋은 바닷가 경치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나를 추월해갔던 (앞모습을 알 수 없는) 그 많은 아름다운 미녀들의 각선미와 뒷모습 조차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아마 내 나이가 이미 그런데 관심이 없을 나이가 되었는지도 모름).

이번 대회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하면서 나는 10 kg 을 감량했고 허리가 4 인치가 줄었으며 심신 모두 더욱 건강한 사람이 되었다.

하반기에는 롱비치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뛸 예정이다. 아마 이번 하프보다 거리가 두배이니 최소한 두배로 힘들고 아마도 그 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뛰고 난 다음의 그 상쾌함을 위해서 나는 여건이 허락하는 한 계속 뛸 것이다.  그리고 이왕 뛰는 바에야 기록도 신경 쓰면서 뛸 것이다. 오늘 보다 내일 기록이 좋으면 되는 것이기에..........

10월 롱비치 풀을 4시간 이내에 완주하게 되면 다시 대회 참가기를 올려 볼까 한다.




맨투맨
116.40.168.148
아주 감동적으로 잘 읽었습니다. 10/05/17
이의용
121.176.56.98
올해 51세입니다.07년하프 첫도전 1시간58분입니다.08년 풀코스 도전,37키로에서 쥐나서 포기함.09년 도전 성공함.
충분한 준비가 안되면 실패합니다.연습을 계속해야 합니다.
10/07/12
은하수
121.151.152.250
한편의 드라마 같군요 ....풀 후기도 올려 주세요 ....^^ 10/10/16
구수회
180.182.200.134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저보단 일찍 시작하셨네요
건강회복 축하합니다
18/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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