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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815
Read: 6258, Vote: 14, Date: 08/12/03
글 제 목 A매치 통산 2회, 첫 하프 도전기
참가대회 2008년 제8회 홍성마라톤대회
작 성 자 김상근 (sg_kim@samsung.com)
카테고리 하프코스
지난 10월 25일 내 생애 처음 마라톤에 참가한 서산 간월도 대회 10km 이후 이번 홍성마라톤 하프 출전은 무리한 도전이 아닌가하는 걱정으로 한달간 나름 꾸준히 연습을  했다.

2008년 11월 30일 아침.

대회(?)에 대한 긴장탓인지 전날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급기야 아침에도 설X를 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아니, 그동안 대회 준비를 한 좋은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생각과 몸 상태가 안좋다는 생각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어 몸이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기온이 추워지면 하늘이 맑아진다고 했던가, 일요일 아침은 그야말로 파란 하늘이었다. 하지만 아침 기온은 영하 4도, 집결지인 회사로 오는 차안에서도 발이 시릴정도였다.

버스에 먼저 온 김과장 옆자리에 앉아 마음은 벌써 홍성을 달리고 있었다. 행사장에 도착하니 속속 각 지역에서 선수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마라톤 관련 용품을 파는 노점들도 보이고, 저 멀리 우리를 위한 "무한혁신 달림이"가 적힌 부스가 반겨준다. 쌀쌀한 날씨에 시간을 끌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어제 천안 시내를 다 뒤져서 구입한 타이즈를 입었다. 처음엔 위에 아무것도 안 걸치려고 했는데 분위기(?)상 나중에 위에 반바지를 걸쳤다 - 행사장 잔디밭으로 나가 관중석에 축사겸 참석한 이봉주 후배- 호칭에 오해없기 바란다. 중학교 3년 후배다 - 선창에 따라 몸도 풀고, 행사장 분위기 돋구기 위해 참여하신 농악대 할머니들에게 추운신데 고생하십니다라는 인사도 전하고 - 그 분들은 오히려 나를 더 걱정해 주신다 - 그렇게 잠시 후 Half 출발 countdown과 함께 출발!

출발과 함께 오르막 시작, 고수석, 김과장,강륜과 함께 저속(?)모드로 시작했다. 오늘도 요세는 초반부터 저 멀리 치고 나간다. 참자. 시작부터 오버하면 끝이 안 좋다. 지난 서산 대회 이후로 연습을 꾸준히 했지만, 10km 이상 뛰는 거리주를 하지 못했다. 적정속도로 달려야 한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2km 까지 따라가다 앞으로 치고 나가려는데 고수석께서 먼저 가라고 손사레친다. 김과장은 벌써 뒤쳐진지 오래고, 할 수 없이 강륜이와 나란이 달리기도 했다. 지난 서산대회때 막판 뒤집기를 허용해서인지 오늘은 옆에 두고 견제를 하기도 하고 긴 여정에 동반을 하면 서로 좋을 것 같아서였다. 긴 내리막과 두번의 언덕에 강륜이가 괴로움을 호소한다. 격려해 보지만 힘에 부치는 모양이다. 후일을 기약하며 혼자 치고 나간다. 혼자만의 레이스다.

5km지점을 지나면서부터 왼쪽 종아리가 뭉치기 시작한다. 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연습 막판에 종아리 근육훈련한게 안 풀린 모양인 것 같았다. 발 내딜때마다 근육이 움치러든다. 쥐 나면 큰일이다라는 걱정에 몸이 움치려든다. 몸 사리는 중에 뒤에서 5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부부가 나를 추월한다. 부부가 걸음도 경쾌해 보인다. 남자 유니폼에 "시흥마라톤클럽" 이라고 적혀 있었다. 혼자 뛰는게 내심 부담되었는데 잘 되었다 싶어 뒤를 따르기로 한다. 그러나 속도가 따르기에 만만치 않다. 아주 조금씩 뒤쳐지고 그러나 더 이상 뒤쳐지지 않으려고 안감힘을 써 본다. 8km 지점인가 앞에 연세가 되어 봄직한 두 분이 나란이 뛰고 계신다. 등에는 "온양온천 마라톤 클럽"이라고 적혀있다. 옆에 다가가 인사를 여쭈니 연세가 68세란다.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 단체 참가가 많아서인지 달림이 저마다 등뒤에 소속히 적힌 유니폼이 많았다. 안산, 시흥, 온양온천 서산 등. 우리도 이제 브랜드化 해야되지 않을까? 우책임~~^^

매 2.5km마다 준비된 급수대와 음료수 챙겨주는 자원봉사원들. 교차로마다 홀로 길을 통제하고 계시는 경찰관 아저씨께도 수고하십니다 인사말 전하고, 특히나 아흔은 되어 보이는 노 할머니께서 연신 손뼉을 치시면 선수들을 응원해 주시는 모습에 왠지 더 힘이 솟아난 것 같았다.

하프선수들이 반환점을 돌고 반대방향에서 달려온다. 대단한 스피드다. 선수가 지나갈때마다 화이팅을 외쳐준다. 아는 얼굴이 언제 돌아올까 달리면서 얼굴들을 살폈는데 역시나 요세가 여유있는 웃음을 보이며 손을 흔든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화이팅을 외쳐주고 지나친다. 그런데 이상하다. 태현이가 안보인다. 지나갔는데 못 본걸까? 엄청난 고갯길을 올라 내려보니 드디어 저멀리 반환점이 눈에 들어온다. 음료수 한잔과 함께 에어 스프레이를 종아리에 연신 뿌려준다. 바나나가 있던데
입이 허락치 않는다. 이제 반이다. 온만큼 다시 달려가야 한다.  

언덕길을 다시 올라 넘어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태현이다. 뜻밖이다. 그동안 컨디션이 안좋다고 내심 걱정을 많이 하더니 이럴수가.. 컨디션도 그렇지만 문제는 전날 과음 탓. 선수가 몸 관리를 못한 탓이다. 그래도 선수는 선수다. 그 후로 난 그를 달리는 내내 볼 수 없었다. T-T 반대편 길에서 점점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고수석님 - 이때까진 그래도 멀쩡해 보였음.-, 강륜,우책임, 이과장, 김과장, 그리고 한참 뒤에 최씨. 힘찬 응원 보내주고 앞으로 고고!

아직은 시흥 부부는 가시권이다. 부부를 따라가야한다는 생각으로 발에 힘을 싣는다. 종아리 더욱 더 땡겨진다. 그래! 쥐가 나더라도 속도를 늦출 순 없다. 남은 힘을 다 쏟아부어야 한다. 계속되는 언덕길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잠시 나를 느슨하게 하면 이내 뒤에서 추월해 간다. "人生"이라는 두 글자를 떠올려 본다. 내 앞에 끝없이 펼쳐진 굴곡들. 힘든 고난을 주는 언덕, 주저 앉고 싶은 유혹, 내리막길에 조금은 편하다고 이내 속도를 내다간 다가올 또 다른 언덕길에 포기할 수도 있는,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며 다소 쳐진 속도를 다시 힘을 내 몇사람을 추월해 간다.  

삼거리 주유소 지나 이제 결승점은 3km 남짓, 하지만 눈앞에 펼쳐진 끝없는 언덕길. 시흥 부부는 저 멀리 가신히 보일 정도다. 힘들다. 허기진다. 아까 반환점에서 거뜰더 보지도 않았던 바나나 한조각이 왜 이리 눈에 밟히는지 후회 막급하다. 뭉쳐오는 다리, 고갈되어가는 체력. 음료수로 허기진 배와 타들어가는 입술을 적혀준다. 앞에 스프레이 맨이 보인다. 반갑다. 도움이에게 왼쪽 종아리라고 외친다. 몇미터를 따라 달려오며 스프레이를 뿌려준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다시 힘을 내 본다. 이제 마지막 魔의 언덕길 저 고개만 넘으면 결승점이 있는 운동장이다. 발걸음은 천근만근이다. 오로지 골인해야겠다는 생각과 남아 있는 힘을 모두 쏟아붇자라는 각오로 힘을 내어 본다. 드디어 언덕길을 넘어서고, 이제부턴 전력질주다라는 생각으로 미친듯이 내달렸다. 막판에 10명을 뒤로 보낸 것 같다. 운동장 입구 막판 내리막에서 이러다 넘어지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까지 할 정도였다. 메인스타디움에 들어서니 부서원들이 응원을 해 준다. 막판 스퍼트다. 골인 직전 연세 많으신분을 뒤로 하고 드디어 골인!  (공식기록 1:48:23)

대회에서 제공하는 쌀국수와 보쌈을 먹고 있을 즈음 2:30분 페이스 메이커에 이끌려 힘겹게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고수석이었다. 반환점만 해도 양호해 보였는데, 어찌 이리 초죽음이 되셨는지..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화이팅을 외쳐본다. (속으로... 국수를 먹고 있던 관계로..)

지금 후유증이 심하다. 문제가 되었던 종아리 근육이 뭉쳐 풀어지질 않아 걷는게 부자연스럽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해 냈다는 성취감이 앞으로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드리라 확신한다.  No.3의 악몽을 떨치진 못했지만...

금번 행사준비에 수고하신 우책임, 많은 도움과 강한(?) 체력을 과시한 고수석님, 그리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무한혁신 달림이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용기
125.186.17.154
첫 출전 치고는 좋은 수확인것 같습니다. 꾸준히 체력 비축하셔서 내년도 춘천 마라톤에서는 더좋은 결실 맺기를 바랍니다..무한혁신 화이팅! 0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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