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뉴욕 타임즈가 한 마라토너의 슬픈 이야기를 다룬 "상심한 메달리스트를 위한 애가(Elegy for a Heartbroken Medalist)"라는 제목의 기사다.(운영자)
SUKAGAWA, 일본 —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일본 국립 올림픽 경기장에는 70,000여명의 팬과 수백만 명이 TV로 시청하는 가운데 코키치 츠부라야(円谷幸吉)가 트랙을 달리자 전원이 환호했다. 트랙 한 바퀴만 달리면 은메달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일본은 아직 올림픽 육상에서 메달을 확보하지 못했고 이제 그에 의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1960년 로마에서 맨발로 금메달을 땄던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비킬라(Abebe Bikila)는 4분 앞서 세계 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비킬라가 골인후 운동장 안에서 몸을 풀고 있는 동안 츠부라야는 지치고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결승선으로 향했다.
농장 소년에서 군인이 된 츠부라야는 올림픽에서 4번째 마라톤을 달리고 있었고 그의 용기 있는 노력은 인내와 정신적 강인함이 타고난 재능의 결핍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일본에서 널리 알려진 믿음을 재확인해주는 순간이었다.
또한 일본에 있어 메달은 제2차 세계 대전의 폐허에서 국가가 부상했다는 증거로 경축행사가 되었던 도쿄 올림픽에 감동을 더해줄 것으로 여겨졌다. 가장 혹독한 레이스(마라톤)에서 츠부라야의 성공은 국가의 집단적 희생을 웅변해주는 것이었다.
▲막판 트랙에서 히틀리에게 따라잡히는 츠부라야
하지만 축하하기는 시기상조였고 곧 펼쳐지는 상황들은 일본을 고무시켜주기도 하고 또 문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하나의 전설로 남게 된다. 오늘날까지 츠부라야의 올림픽 명성을 향한 여정은 학생들에게도 모범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가 자신과 국가의 높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여겨졌다.
'변명의 여지 없는 실책(An Inexcusable Blunder)'
그가 경기장에 들어올 때 터지는 환호는 영국의 바실 히틀리(Basil Heatley)가 불과 40야드(35m) 뒤에서 트랙으로 들어왔을 때 더욱 커졌다. 영국의 히틀리는 빠르게 그 격차를 좁히며 츠부라야를 추월해 4초 앞서 완주했다. 츠부라야는 믿었던 은메달이 동메달로 바뀌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츠부라야의 예상치 못한 성과를 환영하면서 사람들의 실망한 침묵은 다시 환호로 바뀌었다. 비킬라와 히틀리가 시상대를 떠난 후 그는 홀로 서서 환호를 받았다. 그는 메달을 높이 들고 팬들과 왕세자와 공주가 앉아 있는 부스를 향해 인사를 했다.
마음속으로 츠부라야는 수치심에 불타올랐다. 히틀리가 레이스에서 트랙이 아닌 더 이른 단계에서 그를 추월했더라면 사람들은 거의 눈치 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해 달리는 것으로 여기는 군인에게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은메달을 놓치는 장면은 굴욕이었다.
그는 나중에 동료 키미하라 겐지(君原健二)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 국민들 앞에서 씻지못할 실수를 범했다. 나는 설욕을 해야한다". 그는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다짐했다.
8위로 골인한 키미하라는 레이스 후 시끄러운 환호 속에 츠부라야에게 말을 걸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친구의 침울한 표정을 보았다.
현재 80세인 키미하라는 “따라잡히고 추월당하다 보니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 같은 기분이 든 것같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상심으로 달리기(Running Through Heartbreak)
츠부라야는 결국 멕시코 시티에 가지 못했다. 명예를 되찾기 위해 그는 훈련을 두 배로 늘렸다. 그러나 그의 몸은 당시 장거리 주자들이 주로 했던 가혹한 훈련량을 감당할 수 없었다. 1967년까지 그는 추간판 탈출증(디스크), 요통,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그 역시 개인적으로 가슴 아픈 일을 겪고 있었다. 츠부라야는 오랜 여자친구인 에이코와 결혼하고 싶었지만 당시 풍습에 따라 결혼하려면 상사들의 허락이 필요했다. 츠부라야의 코치인 하타노 히로(Hiro Hatano)와 츠부라야의 지휘관은 결혼을 승낙했지만, 고위 간부는 츠부라야가 멕시코시티 대회가 끝날 때까지 결혼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타노는 이 결정에 항의하다 감독직에서 해임됐다. 여성이 젊어서 결혼해야 했던 시대에 에이코의 가족은 딸이 츠부라야를 기다린다고 할까봐 걱정했다. 그녀의 가족은 혼사를 취소했고 에이코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1968년 초 츠부라야가 새해 연휴를 맞아 고향 스카가와(Sukagawa)로 돌아왔을 때 그의 아버지는 에이코가 이사를 갔다고 말했다. 츠부라야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휴가 후 기숙사로 돌아온 1월 8일 오전 면도칼로 경동맥을 절단했다. 동메달을 들고 숨진 채 발견됐다.
츠부라야는 가족이 공개한 피묻은 유서에서 키워준 부모와 형제 자매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조카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츠부라야는 “사랑하는 아버지와 어머니, 당신의 코키치는 너무 힘들어 더 이상 달릴 수 없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내내 어머니 아버지를 걱정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아버지, 어머니 곁에서 살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츠부라야는 일본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에게도 사과의 편지를 보냈다. 그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적었다. "멕시코 대회에서 위원장님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그는 27세였다.
'올림픽의 희생자(A Victim of the Olympics)'…
처음으로 일본 사람들은 츠부라야를 거의 신화에 가까운 올림픽 영웅이 아니라 낙심한 청년으로 보았다. 달리기에 대한 전적인 헌신, 권위에 대한 그의 무력함, 약혼녀의 상실 등 그를 죽음으로 이끈 압박감은 평범한 일본인에게 매우 현실적이었다.
▲츠부라야의 장례식(1968년)
[1964 : 일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의 저자인 로이 토미자와(Roy Tomizawa)는 "힘든 훈련, 인내, 겸손, 책임감, 우정, 충절 등 츠부라야는 많은 문화적 점들을 연결한다."고 말했다. “그가 남긴 유서의 소박함과 시상(詩想)은 아주 단순하고 절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감동적이다. 왜 그렇게 많은 일본인들이 그의 이야기에 감동받았는지 이해가 간다.”
저명한 소설가들은 그 비극에 초현실적인 반전을 더하면서 유서를 찬양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인에게 츠부라야의 죽음은 아래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일을 하도록 강요하는 어른, 상사 및 코치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계층적 문화의 어두운 면, 즉 "파워 하라(power harassment, 일명 갑질, 직장 괴롭힘)"라는 역학을 상기시켜준다.
도카이 대학의 스포츠 사학자인 마츠나미 미노루는 “츠부라야는 감동적인 이야기라기보다 올림픽의 희생자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일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선수들은 감독의 말을 들어야 했다."
일본 사회는 츠부라야 시대 이후로 관용적이 되었지만 회사 생활, 학교, 체조, 유도, 스모와 같은 스포츠에서 "파워 하라(직장 괴롭힘, 갑질)" 스캔들은 여전히 흔한 일이다. 이처럼 츠부라야의 상황은 일상적인 일본인들에게 친숙하게 남아 있다.
▲성화를 봉송중인 키미하라
츠부라야는 훈련의 고통을 참을 수 있는 "배포"가 있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어렸을 때 도쿄의 거리에서 마라톤을 지켜본 핫토리 아키오(服部昭郎)에게는 결단력 있는 선수와 완고한 선수 사이는 종이 한 장의 차이라고 했다.
교토 노트르담 여자대학 인간문화학과 교수인 핫토리는 "일본 스포츠에서 '배짱'과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문화, 당시 부끄러움의 문화 등 다양한 단점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츠부라야는 여전히 감동을 준다. 2018년에는 그에 관한 연극 "빛보다 빨리, 새벽의 러너들"이 도쿄에서 공연되었다. 후쿠시마에서 학생들은 그의 삶에 대해 배웠다. 고향에 있는 츠부라야 고키치 기념관에서 그들은 츠부라야의 겸손한 심성과 영웅적인 여정을 설명하는 팜플렛 "스카가와(須賀川)의 긍지"를 받았다.
▲츠부라야의 훈련일지
그를 극단의 선택으로 이끈 부당대우에 대한 논의는 거의 없다. 그러나 아직 마을에 살고 있는 그의 형 츠부라야 키쿠조는 2019년 인터뷰에서 이 주제에 대해 피하지 않았다. 그는 코치인 하타노가 해고된 후 달리기 선수와 경험이 없는 감독으로 교체된 후 남동생 코키치가 어떻게 대우받았는지 여전히 분개했다.
형 츠부라야(89)씨는 “안 좋은 이야기이긴 하지만 자위대 체육학교 교장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했다. “마라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팀을 이끌고, 지시하고, 따르게 해도 선수들이 따라하기는 어렵다.”
기념관(The Memorial Hall)
츠부라야 기념관에는 그의 스파이크, 유니폼, 메달과 그의 유서를 코팅한 사진이 소장되어 있다. 그의 일대기도 설명되어 있다. 그는 1940년에 가족 농장에서 어린 시절부터 야채와 과일을 재배하는 집안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 형제들과 함께 밖으로 뛰쳐나갔다. 훈육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달리기를 탐탁지 않게 생각해 아버지가 목욕을 하고 있는 동안 형제들은 밤에 나가 달렸다.
▲츠부라야의 형 키쿠조(츠부라야 기념관에서)
고키치는 고통을 참으며 달렸다. 왼쪽 다리가 오른쪽 다리보다 짧고, 엉덩이, 무릎, 발목에 영향을 미치는 결핵성 관절염이 발병했다. 고등학교에서 키쿠조와 그의 친구가 장거리 역전 팀에서 뛰는 것을 보고 레이스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달리기를 잘한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되었고 전국 대회에서 5,000m를 달렸다. 그는 우승하지 못했는데 공개적으로 패배를 속죄하기 위해 머리를 밀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일본 육상자위대와 장거리 역전팀에 입대했다. 그는 디스크를 앓고 있는 것을 숨긴 채 역전대회의 가장 긴 구간에서 레이스를 펼쳤다. 그는 실력을 인정받아 많은 올림픽 선수들을 배출하고 훈련을 시키고 있던 육상 자위대의 체육 학교에 보내졌다. 1962년에 그와 다른 장거리 주자들은 그의 첫 해외 여행인 훈련을 위해 뉴질랜드로 갔다.
1964년에 그는 일본 최고의 장거리 주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해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대회에서 그는 10,000m에서 일본 기록을 세우고 마라톤에서 키미하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해다. 대회가 끝난 후, 그들의 코치는 맥주를 몇 잔 사주었고 츠부라야, 키미하라 및 팀원들은 성공을 기원하며 건배했다. 미래가 밝아 보였다. “그와 맥주를 마신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고 키미히라는 회상했다.
목적의 심각성(Seriousness of Purpose)
올림픽을 위해 훈련하는 동안 키미하라는 츠부라야, 훈련 파트너 및 코치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부드러운 말투의 키미하라는 엄격한 군인 그룹에 파고들어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키미하라는 츠부라야가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다른 선수들처럼 바구니에 던지지 않고 속옷과 셔츠를 접어 넣었다고 들었다.
그는 츠부라야와 그의 팀이 얼마나 함께 잘 훈련하고 올림픽에 집중하는지 감탄했다. 그는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일본의 명예를 유지해야 한다는 엄청난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자위대 남성들이 절실히 느끼는 기대였다. 그 목적의 심각성은 대회가 시작되고 츠부라야, 키미하라 및 세 번째 예선 참가자인 토루 테레사와가 올림픽 선수촌으로 옮겨온 후 더욱 분명해졌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전 세계의 선수들과 인근 경기장이 있어 방해가 끊이지 않았다. 며칠 후 훈련이 불가능해져서 기차로 약 1시간 거리에 있는 해변 휴양지인 즈시에 캠프를 차렸다. 훈련 후 키미하라와 테레사와는 올림픽의 더 많은 것을 보기 위해 도쿄로 돌아갔지만 츠부라야는 뒤에 남았다.
레이스 당일, 츠부라야는 침착했다. 그러나 키미하라는 더 빠른 예선 기록을 세웠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치가 더 높았기 때문에 긴장했다. 처음 10km 동안 호주의 Ron Clark, 아일랜드의 Jim Hogan, 비킬라가 선두그룹을 구성했다. 20km 지점에서 비킬라가 앞으로 나갔는데 그대로 이어졌다.
두 번째 그룹에 있던 츠부라야는 클라크와 호건을 따라잡았다. 7km가 남은 상황에서 츠부라야는 히틀리와 그의 영국 팀 동료인 브라이언 킬비(Brian Kilby)가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2위를 유지했다.
결승선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서 마라톤을 지켜본 핫토리는 큰 박수를 받으며 질주하는 비킬라를 보았다. 츠부라야도 히틀리도 몰랐지만, 츠부라야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핫토리는 “몸을 좌우로 흔들며 달리는 것을 보니 아픈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2km를 남겨놓고 경기장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히틀리는 츠부라야에 접근했다. 히틀리는 "나는 그를 잡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생각보다 빨리 골인했다”고 덧붙였다.
친구를 위해 달리기(Running for a Friend)
3년 후 키미하라는 츠부라야가 5km, 10km 및 20km 레이스를 달렸던 히로시마 대회의 라커룸에서 츠부라야와 함께 마지막 이벤트에서 일본 기록을 세웠다. 키미하라는 츠부라야가 “내년 멕시코시티에서 일본 대표로 메달을 따겠다”고 말한 것을 회상했다. 그러나 츠부라야는 다시는 레이스에 나가지 못했다.
키미하라는 기자가 그의 회사에 전화를 걸어 논평을 요청했을 때 츠부라야가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키미하라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친구를 잃은 것에 대해 깊이 유감을 표했다"고 말했다.
▲키미하라(왼쪽)과 츠부라야의 훈련모습(1964)
그런데도 키미하라가 멕시코시티 올림픽에 갔을 때 츠부라야의 명예를 걸고 달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메달을 기대하지도 않았다. 출발선에서 달라졌다. 키미하라는 “츠부라야가 여기 오고 싶어 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게되었고 그를 위해 달리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가 달렸다. 키미하라는 그의 친구가 도쿄에서 거의 획득할 뻔 했다 놓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키미하라는 “개인적인 기쁨은 없었다. “일본의 마라톤 전통을 이어갈 수 있어서 기뻤다.”고 말했다.
키미하라는 또 다른 개인적인 전통을 지켰다. 30년 이상 동안 그는 [츠부라야 고키치 기념 마라톤]을 위해 스카가와를 방문하여 친구의 족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또한 친구의 무덤을 방문했다. 참배를 마친 키미하라는 1964년 행운을 축하하던 날을 회상하며 맥주 한 캔을 남겼다.
역대 올림픽 마라톤의 역사와 드라마라를 연도별로 정리했습니다.
제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