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4
Read: 2537, Vote: 2, Date: 2012/08/04 06:09:11
글 제 목 술 끊는 날(2)
작 성 자 아람은메달
상범이 근무하는 [기아물산]은 이름만으로 보통 자동차 관련회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식료품이나 잡화를 상당히 큰 규모로 거래하는 도매회사로 지명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창립자인 박기아 사장의 사업수완 덕택으로 상당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박사장의 부모가 가난하여 밥을 자주 굶어 '기아'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그게 회사이름이 되었다.  참 얄궂은 부모다.

80여명의 사원은 '영업부'와 '총무부'로 이원화되어 있고 각각 3개의 과로 나눠져 있다.  영업부의 '개발과'가 가장 능력있는 사원들이 모여있는 엘리트코스다.  그에 비해 총무부 서무과의 문서계는 한직 말단에 불과하다.

상범은 타고난 낙천적 성격으로 악착같이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개발과의 엘리트 사원들이 저녁근무, 휴일근무 등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든다.  저렇게 열심히 해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몸을 망치면 회사는 냉정하게 버리는데...  사람은 건강한 게 최고야..  애당초 이런 사람에게 회사도 출세시켜주지는 않는다.  따라서 상범도 지금의 자리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다.  뭔가를 좀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반면 영업부에 근무하는 용식은 좀 다르다. 일도 열심이지만 달리기 훈련의 열정도 대단하다.  외근에 바쁘면서도 사무실에 돌아오면 마라톤 전문 홈페이지를 보면서 빈틈없이 훈련기술을 익히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동호회 훈련때 보면 마라톤 이론에도 밝다.  반면 상범도 같은 사이트를 들락거리지만 훈련요령은 대충 보고 시시콜콜한 유머에 더 관심이 많다.  어쩌면 10월 춘천마라톤의 결과는 뻔한 결판인지도 모른다.  상범은 모든 일을 대충하는 스타일이지만 그래도 마라톤만은 마음먹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몇 안되는 일중 하나다.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때문이다.  

"상범씨 안녕!"

옆방에서 근무하는 서무 경희가 종종걸음으로 왔다.  그는 상범을 '계장님'이라고 부르지않는다.  상범과 입사시기도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응, 뭐?"

상범은 반사적으로 결재도장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경희가 상범에게 오는 것은 거의 대부분 휴가원에 결재를 받기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손에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았다.

"들었어?"

"뭐?"

"정부장이 그만둔데!"

"에?!"

경희는 사내 정보통으로 잘 알려져있다.  정말 어딘가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은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사내 모든 소식에 정통하다.

"얼마전에 수술을 받은 후 몸상태가 회복이 안되나봐.  일로 무리해서 또 쓰러지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은퇴하려나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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