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3월 26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수천명의 부상자, 중국 마라톤의 사고들이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마라톤의 실태와 그 이면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운영자)
중국의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중국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장거리 달리기를 권장하는 노력을 지방정부별로 경쟁적으로 쏟고 있다. 하지만 중국 남쪽 지방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에서 발생한 문제는 중국의 달리기 진흥정책이 너무 과도하지 않은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 열린 인구 370만인 중국 광동성 칭위안(淸遠)에서 열린 한 마라톤대회에서 수천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역신문인 칭위안일보에 따르면 의료팀들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1만 2천회 이상의 응급조처를 취했는데 그중에 1만건의 경련, 1700건의 염좌를 치료했다. 앰뷸런스가 23회 호출되었고 17명이 입원했고 그중 5명은 심각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칭위안시 보건국은 인터넷 매체 China Real Time에 그 사고건수 통계에 대해 확인을 해주었다. 하지만 부상자 전체 규모에 대해 정확한 수치를 줄 수 없다고 했다. 각 개인이 복수의 치료를 받은 경우가 있기대문에 수자는 12000건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칭위안 마라톤 대회 대변인은 의료진들의 봉사에 대한 칭찬 외에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그들은 5시간에 걸쳐 1만 2천명을 치료했다. 그들의 능력은 대단하다"고 했다.
중국은 바야흐르 마라톤이 붐이다. 중국육상연맹의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중국에서 총 134개의 마라톤대회가 열렸고 이는 2014년보다 83개가 늘어난 수치로 연인원 1백 5만명이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이런 마라톤대회의 확산은 2014년부터 시행된 중국 국무원(내각)의 야심찬 계획의 일환으로 중국의 스포츠 경제규모를 2025년까지 5조 위안(한화 약 891조), 즉 지금보다 15배 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지방정부는 관광수입과 중앙정부의 펀딩 뿐 아니라 시의 홍보를 위해서 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황하강변에 접하면서 중국 고대 실크로드의 한 구간에 속하는 런조우(蘭州)시는 2011년 4억 위안(한화 713억원)을 간수성(甘肅省) 정부로부터 받아 마라톤 대회를 앞두고 코스로 사용할 도로를 정비했다.
대회는 이들을 주최하는 회사에도 큰 사업이다. 2015년 중간보고에서 홍콩에 본사를 두고 중국본토에서 육상 행사 개최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위즈덤 스로츠 그룹(Wisdom Sports Group)은 작년 상반기동안 6690만 위안(약 12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중 62.6%를 수익으로 남겼다.
하지만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미숙한 주최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준비되지 않은 달림이들이 열광적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바람에 마라톤 열기는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문가들은 대회운영에 대한 미숙함과 자신들의 건강상태를 잘 모르고 무작정 참가하는 사람의 무지함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국 미디어의 집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에 대회 참가자 5명이 사망했다.
한 전문가는 중국 국영신문사인 글로벌 타임즈(Global Times)에 마라톤 주최사는 참가자가 심장마비를 일으킬 것을 대비해서 대회당 적어도 40대의 제세동기(AED, 이동식 심장충격기)를 비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도시 마라톤대회에서조차 제세동기의 수는 부족하고 일부 주최사들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한다고 그 신문은 전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부의 덕택으로 많은 사람들이 건강유지와 개선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어 이런 마라톤 붐은 좋은 반향을 얻고 있다. 작년 12월 여론조사회사인 닐센(Nielsen)이 공개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달리기는 중국인 남성 71%, 여성의 69%가 선호하는 운동종목으로 선택되었다. 그 뒤를 배드민턴과 수영이 차지했다.
중국 대도시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의 경우 수시간만에 참가 접수가 마감되고 참가권은 열배 스무배의 가격으로 암거래된다고 한다.
지난 10여년간 중국 중장거리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타오 샤오밍은 마라톤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로 부터 상담을 받는데 이들은 마라톤 훈련법에 대해 질문하지 않고 달리기 부상에 대해서만 묻는다. 타오는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냥 달릴 수 있다고만 생각하고 어떻게 과학적이고 효율적으로 달려야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차이나 리얼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칭위안 마라톤의 경우 참가자에게 나눠주는 기념품 봉투의 표시에서 주최측의 경험부족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참가자에게 포도향기가 나는 비누를 나눠주었는데 많은 참가자들이 이를 에너지바로 잘못 알고 먹었다는 것이다.
트위터등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비누 봉투에는 즙많은 포도그림으로 장식되어 "과일맛 비누(fruity soap)"와 "피부를 매우 촉촉하게 해주는 비누(extra moisturizer)"라는 글이 영어로만 적혀있었고 중국어로는 아무런 표기가 없어 이것이 혼란을 초래했다고 전한다.
이런 해프닝으로 인해 SNS에는 댓글이 홍수를 이루었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은 농촌 시장에 가는 것과는 다르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고 중국 웨이보에 글이 올랐다.
"영어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제야 알겠다"며 조롱섞인 멘트도 등장했다.
주최측 대변인은 칭위안 신문에 "원래 의도는 완주자들이 레이스를 마친 후 집에가 편안히 몸을 씻도록 하기위한 것이었다. 제품에 중국어 표기를 하지 않는게 실수였다. 나눠준 기념품중 그 비누가 가장 비싼 것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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