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8일에 열리는 보스턴 마라톤은 특별한 행사를 준비중이다. 1966년 여자로서 처음으로 몰래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하여 완주한 러베타 바비 깁이 여자마라톤의 새로운 역사를 쓴지 50년이 되는 해로 주최측은 그녀를 올해 보스턴 마라톤 그랜드 마샬로 선정했다. ESPN은 완주 50주년을 맞아 그 실제 이야기를 소개했다.(운영자 註)
보스턴 마라톤 사상 첫번째 여성 참가자
1966년 2월 로버타 바비 깁(Roberta Bobbi Gibb)은 우편함을 열어 흥분된 기분으로 보스턴 육상 협회(Boston Athletic Association)에서 보낸 봉투를 뜯었다. 그녀는 보스턴마라톤의 번호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해 보스턴마라톤 참가가 거부되었다는 통지를 발견했다. 그는 편지의 문구를 믿을 수 없었다.
"이 대회는 AAU 남자 부문만 있습니다. 여자는 허용되지 않으며, 더욱이 육체적으로 감내할 수도 없습니다"라고 당시 대회 조직위원장인 윌 클로니(Will Cloney)가 적어 보낸 것이다.
깁은 분노했다. 50년전 직업의 세계에서나 일반 사회적으로도 여자에게는 그다지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달리기에서까지? 육체적으로 감내할 수 없다고? 깁은 "나는 한 번에 50km도 달릴 수 있었다"고 했다.
평생 달리기를 한 깁은 어릴 때 보스턴 외곽에서 숲속을 달렸고 고등학교때는 필드하키를 즐겼으며 터프츠 대학(Tufts University) 재학시절에는 크로스컨트리 선수였던 남자친구와 하루에 10km정도를 달렸다. 뚜렷한 이유없이 그냥 달리면 새처럼 자유로움을 느꼈고 마음의 평화와 신체와 영혼의 일체감, 그리고 건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1964년 하프지점에 있는 웰슬리 여대(Wellesley College)에서 보스턴마라톤 참가자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감동에 휩싸였고 스스로에게 "훈련을 해서 주행거리를 늘려 나도 반드시 보스턴 마라톤을 완주하겠다고 다짐한 후 2년에 걸쳐 보스턴마라톤을 대비해서 훈련을 했었다.
700일동안 거의 매일 달리면서 결혼도 하고 샌디에고로 이주했지만 두번에 걸쳐 50km달리기도 마쳐 보스턴마라톤에 완벽하게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주최측으로부터 참가 금지의 통보를 받은 것이다.
"그 시점에서 '제길 안됐네.. 그냥 뛰지말자'라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신 '더 더우기 달려야할 이유가 생겼다'"는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달렸고 또 세상을 바꾸었다.
올해 73세로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에서 신경과학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조각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깁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람들은 그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잘 모른다. 당시 여자가 의사나 변호사가 되기도 힘들었고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힘들어 여자 혼자 생활이 힘들었다. 여자는 근저당도 설정할 수 없었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카드 발급도 어려웠다. 그야말로 가깝증을 느낄 정도였다. 10대때 이들 불우한 시골 주부들이 자아를 실현하지 못해 정신 안정제를 복용하거나 술에 의존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달리기 마저 허용이 안된다는 게 말이 안되었다"고 회상한다.
깁은 무슨 성명을 발표하기위해 보스턴 마라톤 참가를 계획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거부를 당하고 보니 분노가 밀려오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 순간 (마라톤 시도는) 내 자신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시도하면 그들이 규정을 바꾸진 않겠지만 적어도 태도는 바꿀 것이다. 여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문제 삼았다"고 했다.
4월 깁은 4일에 걸쳐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웅크리고 앉아 샌디에고에서 동쪽으로 3천마일을 달렸다. 대회 하루전 보스턴 외곽에 있는 친정 윈체스터에 도착하여 부모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아버지는 화를 내셨다. 그는 MIT 교수로 항상 나에게 꿈을 이루라고 격려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고 그 말에 상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나를 이해해주셨다. 어머니는 재능이 있고 지적인 여성이었지만 가정 주부 외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평생 좌절을 느끼며 사셨다. 어머니는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1966년 4월 19일 어머니는 행운을 비는 키스를 해주시면서 나를 출발선까지 자동차로 태워주셨다.
보스턴마라톤 달리다
대회 1시간전 참가자 540명 전원이 로프로 된 출발라인뒤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경찰 바리케이드가 출발지역을 에워싸고 있었다. 깁은 오빠의 버뮤다 쇼츠에 위는 수영복 그위에 말총머리를 숨기기 위해 후드가 있는 파란색 땀복을 입었다. 출발구역에 서거나 출발 로프뒤에 서면 쫓겨나거나 체포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어 출발구역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시내에서 3-4km를 조깅하면서 몸을 푼 후 출발선 근처 숲속에 숨어들어갔다.
정오에 출발총성이 울렸고 깁은 빠른 주자들을 보내고 대열의 중간쯤에 슬쩍 끼어들었다. 하지만 곧 바로 남자 참가자들이 눈치를 챘다.
"남자들은 내가 달린다는 사실 자체는 좋아했다. 그들은 나를 보호해주려 했고 격려도 해주었다"고 회상했다. 여자인 것이 드러나기때문에 후드 땀복을 벗기가 걱정이 된다고 했더니 남자들이 "우리가 못 쫓아내도록 하겠다. 이곳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도로다"며 응대해주었다.
깁은 서브-3 페이스로 올렸다. 그녀의 빠른 주행은 라디오 중계의 화제가 되었다. "하프지점인 웰슬리 여대에서 연도의 여자들이 내가 오는 것을 알고 엄청난 함성을 질러댔다. 그들은 깡충깡충 뛰면서 웃고 울기도 했다"고 회상한다.
그런 응원에 힘입어 깁은 32km지점의 상심의 언덕(Heartbreak Hill)에 도착했다. 기분도 좋았고 서브-3 페이스도 유지되었다.
하지만 상심의 언덕에서 그 기대가 멀어져갔다. 음식과 물을 섭취하지 못해 다리가 후덜거렸다. 고등학교때 음식과 물을 마시지 않으면 경련이 발생한다고 배운 바 있다. 남자용 6사이즈의 새 신발을 신고 참가하다보니 발에는 물집이 잡혔고 피가 나기시작했다. 당시 여자용 운동화는 없었고 매일 흙길에서만 훈련하다 보니 아스팔트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다.
그의 페이스는 뚝 떨어졌다. "3km를 남겨두고 나는 말 그대로 엉금엉금 걸어갔다. 하지만 완주에 실패하면 내가 여성 달리기를 20, 30년전으로 되돌리게 되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 봐! 그래서 내가 여자들의 마라톤 참가를 금지시킨거야!"며 득의해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완주해야했고, 또 잘 완주했다"고 회상했다.
깁이 보일스톤 거리(Boylston Street)에 다다르자 연도는 미친 듯 환호성을 질러댔다. 그녀는 페이스를 올려 스퍼트했으며 3시간 21분 40초의 기록으로 완주했다. 이 기록은 지금 2017년 기준 18-34세의 자격기록보다 13분이나 빠르고 이 그룹에서도 상위 3위에 드는 순위였다.
제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