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마라톤 혁명'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둔 후 2012년은 기록경신이라기 보다는 마라톤의 수퍼파워인 케냐와 에티오피아의 최고 선수들이 올림픽에 더 집중한 한 해였다. 하지만 2013년에는 다시 기록경쟁에 불이 붙었다.

지난 7년동안 4번째로 베를린 마라톤은 세계기록의 무대가 되었다. 2007년과 2008년에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Haile Gebrelassie)는 2:04:26과 2:03:59의 세계기록을 여기서 수립했고 2011년에는 케냐의 패트릭 마카우(Patrick Makau)가 다시 2:03:38의 기록으로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다시 2013년 9월 29일 케냐의 윌슨 킵상(Wilson Kipsang)은 2:03:23의 기록으로 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2007년이후 세계기록은 1분 이상 단축되었다. 그런데 그 1분이 어디서 단축되었을까? 흥미롭게도 최근 4번의 세계기록에서 후반은 1:01:57과 1:01:49사이로 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기록단축은 초반에 이뤄졌으며 선수들은 전반을 내달려 점점 빨라졌고 선수들은 그렇게 초반에 내달리고도 후반에서 살아남았다는 결과이다.

그리고 킵상은 마지막 2.195km를 6:11로 달렸는데 이는 1:59의 페이스로 내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2주후에 같은 케냐의 데니스 키메토와 에마뉴엘 무타이 또한 시카고 마라톤에서 각각 2:03:45와 2:03:52로 완주해 서브-2:04를 수립했다. 2011년 보스턴에서 수립한 비공식 세계기록을 제외하더라도 이 2명의 주자는 지금 세계기록에서 30초 이내까지 쫓아가고 있다.

킵상의 기록이 매우 큰 의미를 갖지만 이 기록 또한 그다지 오래 가지 않을 수도 있다. 2014년에 우리는 과연 2시간 2분대의 기록을 볼 수 있을까?

2013년에 9명의 선수가 2시간 4분대, 그리고 4명의 선수가 2시간 5분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13명의 명단속에는 우간다의 스테펀 키프로티치(Stephen Kiprotich)의 이름은 없다. 그는 2012년 올림픽과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대회를 석권했다. 일곱번의 마라톤 출전에서 키프로티치의 최고기록은 그다지 눈에 띄지는 않으며 그의 우간다 기록인 2:07:20은 2011년 네덜란드에서 수립되었다.

하프와 다른 종목은 어떨까?

최근의 하프종목은 10km에서 거리를 연장하여 참가하거나 마라톤 선수들이 줄여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하프종목 자체적으로 전문선수가 배출되는 게 특징이다.

그러다 보니 2013년 하프마라톤 톱-20명의 선수중에 10,000m 톱-20명에서 나온 선수는 한 명, 마라톤 톱-20명에서 나온 선수는 2명에 불과하다. 하프코스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30분전후나 2시간대가 아닌 1시간 전후의 시간에 최적화된 선수들에게 맞는 '틈새 종목'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하프마라톤 세계기록(58:23) 보유자이자 하프마라톤 세계선수권대회 5관왕인 에리트리아의 제르세나이 타데세(Zersenay Tadesse)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오직 하프마라톤에서만 두각을 드러내고 다른 종목에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프마라톤이 올림픽 종목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종목을 주로 하는 선수들이 끊이지 않고 있고 대회도 지속적으로 열리고 있으며 대회간의 회복시간도 짧아 비록 올림픽에서의 영광을 맞볼 수 없어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2013년에 59:00이내의 기록을 수립한 선수가 3명 배출되었으며 모두 케냐 선수로 지금까지 총 12명이 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제퍼리 킵상(Geoffrey Kipsang), 스탠리 비워트(Stanley Biwott)와 제퍼리 무타이(Geoffrey Mutai)로 모두 2월 코스가 매우 평평한 라사 알 카이마(Ras Al Khaimah) 대회에서 수립되었다. 이 대회에서 총 10명이 1시간 이내의 기록을 냈다.

58분 이내로 달린다는 것은 10km 레이스를 연이어 27:30페이스로 달리고 다시 1.1km를 달린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완벽한 날씨조건이 받쳐줘야 수립할 수 있다.

누가 이런 기록을 수립할 수 있는가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2013 세계기록의 상위 13명중 12명이 케냐 선수이며 상위 6위가 모두 케냐선수이다.

10km 도로경주에서는 에티오피아의 아두그나 비킬라(Adugna Bikila)가 모로코 시티마라톤에서 달린 27:30이 최고기록이며 그는 오타와에서 다시 27:36의 기록을 보여 꾸준한 실력을 과시했다.

10km와 15km 도로경주의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레오나드 코몬(Leonard Komon)은 올해 15km 부문에서 지난 11월 '니메겐 대회'에서 42:36으로 올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2010년 이 대회에서 15km부문 세계기록을 수립한 바 있다.

2013년 남자 마라톤 상위 10위

 기록     선수명                     국적    순위   장소             날짜
2:03:23   Wilson Kipsang              KEN     1   Berlin            29 SEP
2:03:45   Dennis Kimetto              KEN     1   Chicago           13 OCT
2:03:52   Emmanuel Mutai              KEN     2   Chicago           13 OCT
2:04:05   Eliud Kipchoge              KEN     2   Berlin            29 SEP
2:04:45   Lelisa Desisa               ETH     1   Dubai             25 JAN
2:04:48   Andualem Belay Shiferaw     ETH     2   Dubai             25 JAN
2:04:49   Tadesse Tola                ETH     3   Dubai             25 JAN
2:04:52   Endeshaw Negesse            ETH     4   Dubai             25 JAN
2:04:53   Bernard Koech               ETH     5   Dubai             25 JAN
2:05:16   Sammy Kitwara               KEN     3   Chicago           13 OCT

여자마라톤은 젭투의 시대

세계 여자마라톤에서 2013년은 젭투(Jeptoo)의 해였다.

케냐의 리타 젭투(Rita Jeptoo)와 프리스카 젭투(Priscah Jeptoo)는 2013년 대형대회 4개 대회를 우승했다. 리타 젭투는 10월 시카고마라톤에서 2:19:15로 우승했다.

32세의 리타 젭투는 4월 보스턴마라톤에서 우승했지만 실제 프리스카 젭투가 2013년 최고의 마라토너로 여겨졌다. 29세의 프리스카 젭투는 4월 런던마라톤에서 2:20:15의 시즌 베스트를 수립했고 다시 뉴욕마라톤을 제패했다. 프리스카의 이 두대회의 우승은 보스턴-시카고를 우승한 리타 젭투보다 더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훈련 파트너이기도 한 이 두 젭투는 올해 모스크바 세계 선수권대회에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0년 비장 제거 수술을 한 후 세계 정상급에 오른 37세의 발레리아 스트라네오(Valeria Straneo, 이탈리아)의 놀라운 추격을 제치고 세계 선수권을 석권한 34세의 에드나 키플라갓도 주목을 받았다. 2011년 대구에서도 우승했고 케냐에서 경찰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키플라갓은 런던마라톤에서도 2:21:32으로 준우승했으나 시카고에서는 9위에 그쳤다.

2013년 새롭게 정상급 선수로 등극한 케냐의 제미마 제라갓(28세)도 올해 자신의 기록을 9분 줄이며 2:20:48의 기록으로 준우승한 바 있다.

하프마라톤에서 2013년 최고기록은 2월에 열린 Ras Al Khaimah대회에서 케냐의 루시 카부(Lucy Kabuu)가 수립한 66:09이고 2위는 프리스카 젭투의 66:11, 3위는 리타 젭투의 66:27이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66분대로 달린 선수가 2명이 더 있으며 67분대로 달린 선수가 7명 더 있다.

하지만 실제 프리스카 젭투는 약간 내리막 코스인 영국의 그레이트 노스 런(Great North Run)에서 65:45의 기록을 수립하여 최고의 하프주자로 불릴 수 있다.

대체적으로 하프마라톤 또한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가 전체를 석권하고 있다. 상위 20명 중 동아프리카 이외의 선수는 네덜란드의 힐다 키벳(Hilda Kibet)선수 정도인데 그녀 또한 케냐에서 태어났다.

2013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 10,000m 우승자인 에티오피아의 티루네쉬 디바바는 10km 도로부문에서도 최고의 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9월 틸부르크(Tilburg) 대회에서 30:30으로 에티오피아 기록을 수립했고 이는 5월 멘체스터에서의 30:49의 기록을 다시 앞당긴 성과였다. 디바바는 15km 부문에서도 48:43으로 올 최고기록을 수립했다.

2013년 여자마라톤 상위 10위

 기록     선수명                     국적   순위   장소             날짜  
2:19:57   Rita Jeptoo                 KEN     1   Chicago           13 OCT
2:20:15   Priscah Jeptoo              KEN     1   London            21 APR
2:20:48   Jemima Jelegat              KEN     2   Chicago           13 OCT
2:21:05   Feyse Tadesse               ETH     1   Paris             07 APR
2:21:13   Florence Kiplagat           KEN     1   Berlin            29 SEP
2:21:32   Edna Kiplagat               KEN     2   London            21 APR
2:22:34   Caroline Kilel              KEN     1   Frankfurt         27 OCT
2:22:46   Maria Konovalova            RUS     3   Chicago           13 OCT
2:23:00   Flomena Chepchirchir        KEN     2   Frankfurt         27 OCT
2:23:01   Birhane Dibaba              ETH     3   Frankfurt         27 O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