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한 두잔 하다보면 발동이 걸리면 다음날 대회가 있거나 장거리 훈련이 있어도 전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다음날 아침 머리가 아프거나 컨디션이 안좋아도 "할 수 있다! 나가 달리면 나아질 것이며 기분도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경우도 흔치 않다.
어떤 달림이들은 알콜의 잔해를 땀을 흘려 나쁜 컨디션을 돌파해가는 테크닉을 구사하기도 한다. 800m 미국 올림픽대표였던 닉 사이몬즈(Nick Symmonds) 선수는 "운동이 최고의 회복책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며 대학때 술냄새를 풍기는 땀을 쏟으며 트랙에서 달리기 훈련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런 경우는 허다하다. 달림이는 술을 좋아한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다. 작년 정신의학 전문지인 [Frontiers in Psychiatry]에 따르면 운동과 알콜소비는 서로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그 발표를 요약해서 소개하면 달림이들은 도너츠를 먹거나 흡연을 하는 등 건강에 좋지 않은 대부분의 행동에서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는 관여도가 떨어지지만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상호관계의 한 예이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즉, 달리기가 술을 마시게 하는 것도 아니고 술이 달리기를 고무시키는 것도 아니다는 것이다. 물론 술만 먹으면 옷벗고 달리는 스트릭쇼를 즐기는 사람은 예외의 경우(^^)이지만 과학자들도 이와 같은 외견상 반직관적인 연관성(counterintuitive connection)에 의외라는 반응이다.
한 이론에 따르면 달리기와 알콜 모두 몸에 보상 기분을 일으키는 뇌의 중뇌피변연계로(mesocorticolimbic pathway)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힘든 인터벌훈련을 통해 '고통의 희열'을 즐기는 사람은 또한 위스키 한 모금이 주는 그 보상을 더 갈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술이 아니고 피클주스 한 잔일 수도 있다.
이는 여러분 또한 회식후 가끔 숙취가 찾아오기 마련이고 또 운동으로 이를 해소하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기분에 편승하여 "2차 가자!"고 소리치는 것은 간단하지만 후에 이를 땀배출로 해결하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닌 듯하다.
미국 뉴저지의 '대서양 건강 시스템(Atlantic Health System)'에서 정형의학과 스포츠의학 전문의이자 수석 소장인 대미언 마틴스(Damion Martins, M.D.) 박사는 "인간들은 땀을 배출해서 숙취를 해소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렇게 시도하면 몸에 탈수증세는 더 심화되고 부작용만 발생하게 된다"고 덧붙혔다.
알콜은 이뇨작용을 한다. 이른 저녁에 여러분의 몸은 혈액 우리 몸은 혈장으로부터 수분을 빼낸다. 하지만 밤이 깊어감에 따라 탈수는 더욱 진행된다. 이 시점에서 우리 몸은 다른 장기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뇌로부터도 수분을 빼내 공급하게 된다. "우리 뇌가 충분한 수분을 함유하고 있지 않으면 뇌의 세포막이 당겨지게 되면서 두통을 야기하는 데 이게 우리에게 알려진 숙취"라고 마약과 알콜 재활센터인 클리프사이드 말리부(Cliffside Malibu)의 데이몬 래스킨(Damon Raskin) 박사는 설명한다.
따라서 우리 몸에 더 많은 더 많은 수분과 전해질을 소비하도록 만드는 것은 좋지 않다.
엄밀히 말해서 술먹은 다음날 피부에서 술냄새를 풍기는 것은 일종의 술이 우리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알콜이 우리몸에서 분해되면 아세트산(초산)이 된다. 나머지는 독소가 되어 소변, 호흡 그리고 땀을 통해 배설된다. 따라서 여러분이 땀을 흘리면 독소는 몸에서 빠져나간다. 탈수가 많이 될 수록 독소는 땀속에서 더 농축된다"고 마틴스 박사는 지적한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탈수의 위험이 있으므로 마틴스 박사는 알콜을 땀구멍을 통해 배출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숙취가 있는 상황에서 달리면 근육결림, 경련, 근육당김이나 전해질 불균형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경고한다. "알콜은 여러분의 정상적인 생리에도 영향을 미쳐 크레아틴 키나아제(근육 활동시에 ATP 생성 반응을 촉매하는 효소)나 혈중 젖산치도 높아지게 되고 이는 다른 장기에 손상을 초래하고 근육통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밖에 나가 한바탕 뜀박질을 하고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일까? 우선 알콜을 어떻게 분해시키는지를 결정하는 유전적이나 육체적인 요소가 다르기때문에 사람들이 숙취도 다르게 느끼게 된다. 지난밤 여러분과 똑 같이 술잔을 주고 받았던 친구는 다음날 멀쩡한데 반해 여러분은 머리가 깨지는 듯한 숙취를 느끼는 것은 그것 때문이다. 알콜을 상대적으로 잘 분해하는 운좋은 사람들의 경우 가볍게 달림으로써 얻는 엔돌핀으로 인해 잠시나마 기분이 좋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래스킨 박사는 설명한다.
사이몬즈 선수도 스스로 이를 느꼈다. 아침에 정말 숙취로 무너졌을 때 그는 달리기를 건너뛰고 수영장으로 향했다. "머리가 이미 흔들리는 느낌이었는데 달리기로 더 흔들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32세인 그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좀 더 주의하게 되었다. 이제 프로선수가 되다 보니 마시더라도 만취상태까지는 가지 않는다. 결국 달리더라도 몇 km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강도있는 훈련 자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술을 마셨다면 충분히 급수한 다음 달려야
술을 먹고서라도 꼭 달려야 한다면 부작용을 줄이기위해서 몇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충분히 급수를 한 다음 달리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것은 무엇보다 숙취가 없도록 마시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마시는 것이다"고 래스킨 박사는 지적한다. 그래도 꼭 마셔야 한다면 첨가물이 적은 보드카나 백포도주 같은 맑은 술(청주)를 마시는 것이 좋다. 물론 그것도 적당히 마셔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과음하면 숙취는 나타나기 마련이다"고 그는 지적한다.
계속해서 물을 마셔라
사이몬즈는 술을 마실 때도 술과 함께 번갈아가며 계속 물을 마셨으며 다음날 아침 달리기전에도 다시 물을 충분히 마셨다.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술과 물을 번갈아 가면서 마셨다. 그리고 러닝화를 신기 전에 다시 물을 마셔둔다. 이때 전해질을 보충하기위해 스포츠 드링크를 마셔주는 것도 좋다.
커피 한잔을 마셔라
2010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쥐 실험에서 카페인이 에탄올로 인한 두통(숙취와 비슷)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사람의 경우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물론 결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마틴스 박사는 이미 커피를 마신 사람의 경우 나쁠 것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카페인도 이뇨작용을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급수를 해야한다"고 덧붙혔다. 그는 또 저녁에는 카페인은 삼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수면의 질이 좋을 수록 아침에 컨디션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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