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대전 일대 무박 이틀 장거리 종주 산행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1년 매출이 1,000억이나 된다는 유명한 빵을 사 왔다
내 손바닥 반보다 조금 큰 것 하나에
3천 원이 넘을 정도로 비싼 빵이다
얼마나 맛이 있길래 그토록 비쌀까 하고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하나를 먹어보았다
맛이 있기는 했지만
비싼 가격만큼
내가 먹고 있는 다른 싸구려 빵보다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아들한테는 말하지 않았다
아니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했다가는
다시는 아들이 맛있는 아무것도 사 오지 않을 것 같아서
기대한 것만큼 맛은 있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아들의 마음이 대견하고 고마웠다
평소에 싼 것만 찾는 나나 아내가
얼마나 측은하고 불쌍하게 보였으면
그 힘든 산행 뒤에 그 유명 빵집에 들러
그 비싼 빵을 사 왔을까 하고
아내는 그 빵을 먹어보기도 전에
빵이 담겨진 박스에 적혀 있는 가격표를 보고
나를 향해 아들녀석이 미쳤나 보다고 말했으나
나는 그래도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하지 않느냐고
맛있게 먹으라고 말하며
어디 갔다가 돌아올 때 아무 것도 사 가지고 오지 않는 나보다
훨씬 낫지 않느냐고 했더니
아내는 그 말은 맞다고 씩 웃었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운동 직후에
거의 내 손바닥만 한 크기의 방이 열 개 들어있는
한 봉지에 이천삼백 원이 조금 넘는 빵을
에어 플라이기에 살짝 데워서는
꿀을 발라 우유와 함께 먹는다
늘 얼마나 맛있게 먹고 있는지
아들이 사 온 그 유명한 빵이
내가 평소에 먹고 있는 빵보다
특별히 더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는 무척 다행하고 고마운 일이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는 고물가 시대에
가장 싼 빵으로 거의 최대치에 가까운 맛을 누리고 있으니
빵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의 맛은
음식 자체에 함유된 고유의 맛도 있지만
그 음식을 받아들이는 내 몸의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사뭇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얼마나 배고픈 상태에 있느냐에 따라
내 몸이 얼마나 건강하느냐에 따라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의 고유한 맛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내가 요즘 먹고 있는 음식들은
아주 특별히 맵거나 짜거나 싱겁지 않다면
그 음식에 붙여진 가격과 관계없이
맛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다 맛있다
나에 관한 한
내가 먹는 음식들은
비싸다고 비싼 만큼 더 맛있는 것이 결코 아닌 것이다
내가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얼마큼 내 몸이 맛을 낼 수 있는지
얼마나 잘 준비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 음식은 준비된 만큼 나에게 맛을 내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