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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원의 행복-1만 원과 1만1천 원의 차이
이정범  2024-03-25 08:12:05, H : 1,358, V : 18


   천 원의 행복
    -1만 원과 1만천 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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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간만에 내 사는 아파트단지
바로 건너편에 있는 이발소에 다시 갔다
족히 3년 이상 되었을 것이다

몇 년 전에도 이곳 이발소에서 1년 가까이 이발을 했었는데
어느 날 내 사는 집과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2천원이나 싼 이발소가 눈에 띄어 그곳으로 장소를 옮긴 것이었다

그동안 몇 년은 그렇게
내 사는 아파트단지에서 1km 이상 떨어져 있는
위례신도시에서 요금이 제일 싼 이발소를 이용했다
커트만 하는데 8천 원 받았다
다른 여느 이발소보다 2천 원 이상 싼 착한 업소였다

그런데 얼마 전에 1만 원으로 2천 원을 올렸다
내가 이 위례신도시에 이사 와서 이용한 이발소들이 서너 개 되는데
이제는 거의 대부분 1만원으로 평준화되었다

그 착한 이발소가 어느날
이발료를 1만 원으로 올린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전기료도 오르고
어쩌면 임대료도 올랐을지 모르고
두 명의 중년 여자가 이발을 하는데 인건비도 올려야 겠고

그러니 1만 원으로 올렸다고 해서
욕하는 사람이나 불만을 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8천 원이란 착한 가격으로 그곳 이발소을 몇 년 동안 이용한
나 같은 고객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고 동일한 가격 1만 원이면
나 같은 경우 굳이 먼데 있는 이발소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몇 년을 이용해오던 그 이발소에는 좀 매정한 말이겠지만

서비스의 질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다 거기서 거기이니
에라 이참에 가장 가까이 있는 집 앞 이발소를
다시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생각하고
분기에 한 번씩 가던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이사 와서 8년을 살며
유목민처럼 요금이 싼 이발소를 찾아 다녔는데
이발요금의 평준화와 함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지금까지
오로지 2천 원 아끼려고
일부러 내 집에서 먼 이발소를 이용한 것만은 아니다
이발을 하는 날은 이발소 가까이에 있는 과일 채소 가계에서
내게 필요한 먹거리도 살 겸 겸사겸사해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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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년만에 다시 찾은 그 이발소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

얼마 전까지도 그 이발소 앞에
커트는 1만 원이란 내용이 담긴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기에
몇 년만에 다시 간 것인데 그 입간판이 없어진 것이다

일 년 사시사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 있던 입간판이 보이지 않아
조금쯤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지만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안에는 손님이 한 명밖에 없었다
30대로 보이는 젊은 여자 이발사 2명이 반가운 얼굴로 나를 맞이하였다
그들이 동업하는 사장인지 고용된 직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실내에는 두 여자의 젊음을 반영하듯
발랄하고 명랑하고 상큼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3월 초순 밖의 봄날씨에도 잘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전에는 부부인지는 모르지만 좀 나이가 든 남자와 여자 이발사가 있었는데
한층 분위기가 젊어지고 생기발랄해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들어가자마자 이발 의자에 앉아
내 머리를 이발사에게 맡기고 무심결에 앞 벽에 걸린 이발 요금표를 보니
웬일인가. 커트는 1만 1천원이란 문구가 큰 글씨로
내 두 눈을 압도하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헉, 1만 원인 줄 알았는데 언제 올랐지 하며
이발하는 여자에게 물어보니
3월 1일부터 1천 원 올렸다는 것이다
불과 며칠 사이에 요금이 오른 것이다

아,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왜 이발소 앞에 세워놓았던 입간판을 철수했는지

주변에 비교적 싼 요금이기는 하지만
그 1만 원보다 1천 원을 다시 더 올렸으니
조금쯤은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손님이 줄어들까 봐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일 꺼라고
내 나름대로 추측해 보았다

그렇지만 이발한 다음에 느낀 내 소감
올린 요금 천 원이 전혀 비싸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발소에 들어가서
이발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불과 20분도 걸리지 않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금까지 이용해오던 그 어느 이발소보다
젊고 날씬하고 상냥하기까지 한 여자의 서비스를 받으며
게다가 봄날씨에 잘 어울리는 생기발랄한 음악까지 선사받았으니
그 올려받은 천원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그 1만1천 원 받는 이발소는
다른 1만 원 받는 이발소보다
천 원을 더 받아도 좋을 만큼의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3
이발소 문을 열고 나오니
짧아진 머리카락만큼 상쾌한 공기가
내 머리 깊숙이 들어오며
봄은 성큼 더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 같았다

이 시간만큼은 나 역시
다시 청춘으로 되돌아간 느낌이었다
입에서 휘파람이 저절로 나왔다

계절이 봄이라서일지도 모르겠다
이발소 안 생기발랄한 여자들과 음악 때문이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은 변화에도
나는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온몸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3월 초순
화창한 어느 봄날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일이다

부러워요
 (2024-03-25 09:42:22)

일상생활의 삶을 글로 이렇게 잘 표현하니 읽을 때마다 부럽습니다
저도 마라톤 일기를 써보는데 그냥 낙서 수준
감사합니다


이사오
 (2024-03-27 08:11:49)

이정범님께서는 참 행복한 곳에 사시는군요. 그러한 미용실이 있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이발할 때마다 내키지 않아 이발이 제게는 스트레스입니다.

한 미용실은 자매가 운영하는데, 언니라는 사람은 손님이 들어올 때 손님에게는 관심이 없고, 그 머리카락이 어떤 상태인지 체크해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머리부터 감으라고 시킵니다.
참! 어이가 없지요. 그래서 다른 곳으로 바꿨습니다.

그런데 이 오십대 아줌마는 혼자 운영하는데, 이발할 때마다 제가 뒷머리는 어떻게 하고 옆머리는 어떻게 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한 두번 겪으면 이 손님의 성향이 어떤지 알법도 하건만 1년이 지나도 2년이 자나도 일일이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를 해야하고, 이발을 하고난 후에도 만족스러울 때가 1번 정도 있을까 입니다.

그래서 다른 곳으로 갈까 하다가 맨 처음 미용실로 다시 돌아 갔습니다.. 요금은 1만 2천원

이발 솜씨는 그럭 저럭 괜찮은데, 역시 서비스 마인드는 많이 아쉽습니다.

이정범님의 이발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 일으켜, 자신의 경험을 담은 댓글이 여러 수십개 달릴만도 한데 그러한 댓글이 없다는 것 역시 아쉽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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