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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금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이정범  2024-02-05 07:40:04, H : 1,556, V : 17


내가 지금 행복할 수밖에 없는 이유

   1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빈말로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행복한 척 하는 말도 아니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행복하다는 말은 아니다
행복감을 느끼는 시간보다는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그 어느 시절보다도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의식적이고 의도적으로
나에게 “너는 지금 행복해”하고  최면을 걸어
그 최면의 효과가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젊음을 지나 나이가 들수록
하루하루 늙어가는 그만큼
행복은 줄어들 것 같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대다수 노인들의 예측이
적중되지 않는다

거듭 말하거니와
나는 젊었을 때보다도 지금이 더 행복하다
그 이유는 밥벌이를 위한 노동에서 일찌감치 해방되고
내 하루하루에는 자유시간이 폭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인가
물론 내 하루가 온통 자유인 것은 아니다
한 가정의 가장이자 구성원으로서 의무적으로 해야할 일도 여럿 있다

손수 밥도 해야 하고
혼자 밥상을 차려 먹어야 하고
설거지도 해야 하고
청소도 해야 하고
쓰레기도 버리고
빨래를 널기도 하고
마른 빨래를 개기도 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시장도 봐 와야 하고
해야될 일이 꽤 여럿이다

그 외에는 온통 자유다
새벽 네 시 반에 일어나 저녁 아홉 시 반 잠자리에 들 때까지

그 자유의 시간에
글도 쓰고
달리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감상하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때로는 여행도 하며
내 몸을 전방위적으로 사용하려 애쓴다

나이가 든 지금의 내가
젊었을 때의 나보다 행복한 이유는 그렇게
자유시간이 훨씬 넓게 확장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 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은 내 마음대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내가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주어진 이 행복의 조건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것은 지금의 내 삶을 허용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 너무 무책임한 일일 것이다

   2
물론 젊었을 때는
그때대로 행복한 것이 있었지만
행복할 수 있는 자유는
정신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지금보다 훨씬 제한적인 것이었다
왜냐하면 많은 시간이 노동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만
젊은 시절에 비해
행복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행복감의 강도는 약해진 것 같기도 하다
그 무엇을 하든 하고자 하는
열정과 열망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감정의 밀도가
젊은 날에 비해 떨어져서인지
기쁨이나 즐거움이 와도
젊은 날처럼 강렬하지 않다

기쁨이 와도,

샘물처럼
은은하게
그윽하게
고여온다

폭풍처럼
쓰나미처럼
소낙비처럼
눈보라처럼
격렬하게
격정적으로 오지 않는다

소용돌이치는 환희의 기쁨이라기 보다는
한없이 맑은 거울이 느끼는 고요한 기쁨처럼

삶의 방식의 변화
육체와 정신의 변화에 따라
행복을 느끼는 질감도 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행복이란 말은 사실 매우 추상적인 것이다
행복하면 금방 떠오르는 구체적인 무엇이 없다
행복에 感이 붙어야, 행복감이란
내 마음에 일어나는 어떤 좋은 감정이 되는 것이다
행복감은 내 五感으로 느낄 수 있는
상당히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감정이므로

이를테면
눈으로 보는 시각
코로 맡는 후각
귀로 듣는 청각
입으로 느끼는 味覺
피부로 접촉하는 촉각에 실려
행복감은 내 몸에서 전방위적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풍경을 보거나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향기로운 냄새를 맡거나
음식을 맛있게 먹거나
피부로 기분좋은 촉감을 느끼거나
그 외에도
재미있는 책을 읽거나
재미 있는 놀이에 열중할 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니
이 五感이 예민하게 살아있고
이 예민한 五感을 최대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최고로 행복한 사람이다

행복은
행복감은
권력이나 돈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민감하게 살아있는 오감에서 오는 것이다

물론 오감이 예민하게 살아 있고 기민하게 작동케 하려면
건강이 기본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한다
허약한 몸에서는 오감이 제대로 민첩하게 작동이 되지 않기 때문에

   4
나는 오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
마라톤을 하고 글을 쓴다

마라톤을 하고 글을 쓰는 것은
그때마다 내 몸 내 마음을 최대한 깨끗이
청소하고 비워내는 일인데
내 몸과 마음이 청결하게 비워 있어야
오감이 예민하게 작동되고
그 오감을 타고 행복한 것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이다

우리가 느끼는 행복의 질은
내 오감을 통해
세상에 널려 있거나 감춰진 眞善美를
내 안에 얼마나 많이
얼마나 나의 내면 깊숙이 받아들이냐에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내가 매일같이 달리고 글을 쓰는 것은
인간을 비롯하여 세상만물이 각자
존재의 절정에서 빚어낸 걸작이나 절경들이
끊임없이 나의 내면에 깊숙이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닦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1950
 (2024-02-05 10:31:10)

지금의 행복함이 쭈우욱 지속돼길 빕니다
늘 좋은말씀 감사합니다


이사오
 (2024-02-05 11:03:21)

나는 양치 안했을 때 그 찝찝함을 견디지 못해 가급적 빨리 양치질을 한다
그때 개운한 행복감을 느낀다.

어제 입춘날 비온 뒤 공기가 너무 깨끗하고 바람이 상쾌한 가운데서 시야가 확 트인
낙동강변 자전거와 보행이 가능한 주로를 달릴 때 무한한 감동과 행복감을 느낀다


달림이
 (2024-02-05 17:43:21)

완전 공감하는 말씀이네요 ㅎ
늘 건주하시길...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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