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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릴 때 걱정을 해결해주는 곳?
이정범  2022-01-10 06:47:11, H : 1,009, V : 21


     화장실에 관한 명상

러너에게 화장실은 매우 필요한 곳이다
달리다가 배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하면 급히 들어가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走路 옆이나 아주 가까운 곳에 화장실이 없으면
큰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달리는 주로가 사람이 많이 다니는 도심이면
그 생리적 돌발사태의 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그래서 주로 도시 내에서 달리고 있는 나는
도시 내 새로운 주로를 달릴 때는
달리고자 하는 주로 가까이 어디에 화장실이 있는지
미리 정찰하여 알아두고 실행에 옮긴다

도심을 피하여 산을 달릴 때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화장지만 휴대하고 달리면 어떤 비상상황이 발생해도
은밀히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처음 어느 곳에서 제법 긴 거리를 달릴 때는
돌발적인 생리현상이 일어날 때 어디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은근히 걱정도 된다

그래서 내 경우 도심에서의 좋은 주로는
중간중간에 화장실이 필요할 때 이용하기 편하게
얼마나 적절하게 확보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
평가기준의 중요한 항목이 될 수밖에 없다

이곳 신도시에 처음 이사와서는 한동안
주로에 화장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래서 화장실이 없는 주로에 나서기 전에
미리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을 달리며 말끔히 뱃속을 비운 다음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해야 했다

내가 주로 달리고 있는 주로는 창곡천 일대인데
지금은 화장실이 곳곳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설치되었다
달리다가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가까이는 500m 정도, 멀게는 2km 정도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다

그중에는 주로에서 직선거리로 50m 가량 떨어져 있는
주민센터와 도서관이 함께 들어있는 공공 건물도 있는데
그곳 화장실은 여느 곳과 좀 특이한 구석이 있다

화장실 출입구 문에 文句가 붙어있는데
볼 일 보러 들어갈 때는 “걱정을 미세요”
볼 일 보고 나올 때는 “꿈을 당기세요” 라고 적혀 있다

나는 그 문구를 볼 때마다 저절로 미소를 머금게 된다
누구의 착상이고 아이디어인지, 기발하고 신선하고 귀엽다
어느 공무원의 발상이라면
그는 무슨 일을 하든지 창의적으로 잘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잠시 이용하는 화장실이지만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사는 도시가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누군가의 창의적인 발상과 배려가
삭막한 도시를 얼마나 부드럽고 따듯하고 훈훈하게 만드는지 모른다

깊은 산 속 사찰에 있는 화장실을
오죽하면 解憂所라 했겠는가
해우소는 말 뜻 그대로 걱정(근심)을 해소하는 곳이다

우리나라 공용화장실은 돈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깨끗하다고 세계적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내가 이용했던 화장실 중에는
클래식 음악이 나지막하고 감미롭게 흘러 나오는 곳도 여러 곳 있었다
화장실은 단순히 생리적 걱정 근심만 해결하는 곳이 아니다
잠시나마 빈곤하고 삭막한 정서를 보충하고 풍요롭게 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다지만
사회 어느 분야보다도 가장 먼저 선진화된 것이
우리의 화장실이 아닐까 한다

그런 나라에 살며
달리기를 즐기고 있는 내가
오늘따라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참고로
우리나라 화장실 문화 개선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고속도로 화장실부터 대대적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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