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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몸이 말을 듣지 않네
이정범	2025-05-02 16:52:57, H : 1,308, V : 27

  갈수록 몸이 말을 듣지 않네
    -어느 늙은이의 푸념

           이 정 범

몸이 늙어가면 저절로 알게 된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논다는 것을
뇌가 지시하는 말을 몸이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몸이 뇌의 지시를 안 듣는 것이 아니다
몸이 뇌의 지시를 따르고 싶어도
몸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어
몸이 뇌의 지시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마음만 저만치 앞서갈 뿐
마음만 점점 간격이 벌어지는 몸을
어서 빨리 오라 뒤돌아보며 재촉할 뿐
몸은 갈수록 마음과 멀어져 간다

몸이 더 이상 따라올 수 없으면
마음은 몸을 이승에 내버려두고
저승 저쪽으로 혼자 가버리는 것이다

늙어가는 지금 내 몸은
젊은 한 때 내 마음을 앞서가던 몸이 아니다
마음이 시키지 않아도
제 스스로 알아서
제 스스로 흥이 겨워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연애도 하던
한창 잘 나갈 때의 몸이 아니다
마음보다 앞서서
왜 그렇게 늦냐고
뒤따라오는 마음을 채근하던 몸이 아니다

잘 나가던 때의 몸은 의욕도 왕성하여
마음이 몸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켜도 척척 시키는 대로 했는데
몸이 늙은 지금은 마음만 아직 젊어
마음이 몸의 눈치를 보며 무엇을 몸에 시켜도
몸은 마음의 눈치도 보지 않으며 제멋대로 논다

몸이 늙은 지금은
늙으면 늙을수록 안 좋은데도 점점 늘어나
여기저기 아픈 몸이 마음에 대고
왜 그동안 자기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느냐고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자식들이 어릴  때는
자식들이 힘센 부모 눈치를 봤는데
부모가 늙으면 그런 것도 못 하느냐고
자식들이 부모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것처럼

어찌어찌 살다 보니
벌써 자식들의 눈치 보고
자식들의 잔소리나 듣는
해지기 직전 황혼의 시간이 되었다

이곳 삶의 눈치보다는
이 삶 저쪽 앞에 있는
죽음의 눈치를 많이 보는 시간이 되었다


이정범 (2025-05-02 17:34:39) 물론 이 글의 내용은 본인의 경우가 아님을 밝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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