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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이정범  2023-01-09 07:03:25, H : 1,583, V : 17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1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이면
아침 따듯한 방 안을 빠져나오는 것이
차마고도처럼 험난하다

그런데 일단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러닝화를 신은 다음 현관문을 나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몸은 달리기 모드로 전환된다

신기한 일이다
나를 달리게 하는 힘은
내 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복과 러닝화에 있는 것 같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한 두 시간 전에 봤단 소변이
다시 갑자기 마려워지고
작업복을 보면
일하고 싶은 욕망이 갑자기 불쑥 생기듯이

일종의 조건반사 현상이고
지금까지 반복되어 온 관성의 힘이기도 할 것이다

   2
어쨌든 아무리 추운 한겨울이라도
날씨에 맞게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주로에 서면
속도는 달리기 복장의 무게와 추위의 강도만큼 느려지는 게 사실이지만
그럭저럭 꾸역꾸역 달리게 된다

속도가 느려진다고 해서
속도가 느려지는 것 만큼
운동효과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날씨가 좋을 때의 달리기에 비교하여
같은 힘을 들여도 속도는 느려지겠지만
운동효과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운동효과는
속도보다 얼마나 힘들게 달리냐에
달려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내 몸에 힘을 들인 만큼
내 몸에 힘이 생기는
운동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러니까 한겨울 달리기는
속도가 느려진다고 실망할 필요가 전혀 없으며
속도에 지나치게 연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추위에 굽히지 않고
달리며 흘리는 땀으로
한겨울 추위를 극복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땅도 그렇고
나무도 그렇고
내 몸도 그렇고
한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수십 번은 되풀이해야
몸에 탄력이 붙기 때문에

내가 달리는 속도는
내 몸의 탄력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탄력의 힘으로
겨울 지나 봄이 되면
나무는 새싹을 틔우고 꽃도 피우고
나는 깃털처럼 가볍게 달릴 수 있기 때문에

   3
어쨌든 그렇게 한겨울에도
달리기 복장을 하고 신발을 신은 다음
밖으로 나서면

달리는 것은
달리기 복장과 신발은 물론이거니와
走路까지 합세하여
앞에서는 끌어주고
뒤에서는 밀어주며
거의 다 해결해준다

달리는 것은 그렇게
나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달리는 습관만 내 의지로 유지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내 몸 밖에 있는 모든 것들이 어울려
다 해결해준다

즐탁동시란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면
병아리가 알 안에서 알을 깨고 나가려는 행위와
알 밖에서 어미닭이 그를 눈치채고 부리로 쪼는 행위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즐탁동시는
至誠이면 感天이란 말과 비슷한 사자성어일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지극한 정성이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나 개인으로 치자면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 벌판에 서는 것은
지극한 정성인 至誠에 해당되는 행위이고

내 밖의 일로 치자면
한겨울 주로를 달리게 하는 것은
어쩌면 하늘이 感應하는 感天에 해당되는 작용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달리는 습관과 함께
치열한 열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즐달2
 (2023-01-09 11:30:55)

나는
따듯한 이불속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 다음은
글쓴님과 대체로 비슷하다.

그리고
나는 매번 달릴 때마다
이렇게 튼튼 무릎관절 유전자를 물려주신 부모님, 조상님을
고맙게 생각하게 된다.

오늘도 아침 먹자마자
10km 거리에 있는 부모님 산소에 7분 페이스로 천천히 달려가서
설중성묘를 하고왔다.

왕복 20Km이니 하프 숙제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샤워하고
개운한 기분으로 막걸리 한 잔 들이키니
무릉도원 천국이 따로 있겠는가?

어~ 취한다!


갑장님!
 (2023-01-10 10:02:56)

나를 달리게 하는 것은 습관+열정+목표?
좋은 글입니다
저는 대구알몸 마라톤대회10km완주하고,,80대, 90대 목표를 세웠어요


이정범
 (2023-01-10 11:34:44)

즐달2님은 나와 취향이 비슷하면서도 다르네요
나는 달리기 직후에는 삶은 계란 2개+유유 한 잔+식빵 두 조각+큰사과 4분의1쪽+ 견과류
막걸리 한 잔은 대개 저녁 식사하면서 반주로 마시지요^^


이정범
 (2023-01-10 11:39:07)

갑장님!
님의 몸은 아직 시퍼런 청춘이네요
한겨울 알몸마라톤대회에도 참석하시고

나는 마라톤하며 지난 20여 년 동안
단 한 번도 알몸마라톤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알몸마라톤대회는
생각만 해도 몸이 덜덜 떨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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