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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마라톤은 죽비다
이정범  2021-01-18 07:02:35, H : 680, V : 15


   나에게 마라톤은 죽비다

마라톤은 그 자체가 치열한 수행이다
내가 나태해지려는 내 자신에게 가하는 죽비다.

40대가 끝날 무렵부터 시작한 마라톤이
70대가 시작되는 지금까지도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습관처럼 慣性化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라톤이 관성화되어 있다고 해서
한여름 무더위나 한겨울 혹한에도 내 몸이 저절로
시원하거나 따듯한 방에서 무덥거나 추운 밖으로 나가지는 것은 아니다.

밖이 춥고 더울 때는
달리러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특히 영하 10도가 넘는 한겨울 아침에
따듯한 이불을 벗어나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기 까지의 길은
좀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茶馬高道처럼 높고 멀고 험하다.

아무리 여러 겹의 옷과 두터운 벙어리 장갑으로 중무장을 해도
매서운 한파는 뼛속까지 차갑게 스며든다.
손도 시리고 발도 시리다. 어떤 때는 너무 시려
손과 발이 내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것 같다.
허연 입김 날리며 몇십분은 달려야
손과 발이 얼얼해지며 견딜만해지고 몸에서는 열이 나기 시작한다.

한겨울의 혹독한 추위는 러너에게 은산철벽銀山鐵壁이다
그래도 넘어야 할 산이고 뚫어야 할 벽이다
처음 넘고 뚫는 것이 지독하게 힘들지
한 번 넘어서고 뚫고 나면 회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수월해진다.

한 번 넘어서고 뚫을 때마다
내 몸과 마음이 변하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밖의 추위에 얼었다가 따듯한 방안에서 녹은 몸은
한결 탄력이 생기거나 가벼워지고
마음은 더욱 텅 비워지고 깊어지고 맑아진다.

겨울을 견딘 나목이 봄이 되어
수없이 많은 연두빛 새싹을 내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지난 겨울 추위에 수없이 얼었다 녹으며
몸에 탄성을 키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혹독한 동안거를 거쳐야 나목은
수없이 많은 형형색색의 꽃이 되었다가 낙화하며
흐르는 물과 부는 바람에 몸을 싣고 漫行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러너 또한 겨울 곳곳에 도사란 은산철벽을 넘어야
더욱 단련된 몸과 정신으로
萬化方暢의 봄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한겨울의 야외 달리기야말로
그 어느 계절의 죽비보다도
나태해지고 안이해지려는 나를
용맹정진의 한복판으로 내모는 가열찬 채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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