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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계획에 없던 휴일이 주어져 뭘 할까 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거제 남쪽 바다라도 다녀오자 싶어 국군의 날 아침에 김해에서 거제도를 향해 출발했다.
남해고속도로 가락IC 부근을 좀 지나서 가다보면 우측에 부산경마장이 있다. 9년 전 10월 10일 부산경마장 개장 10주년 기념 렛츠런 파크 달리기 대회에서 나는 아무도 예상 못한 1등을 했다. 1.8KM 모래 사장 경마 주로를 한 바퀴 도는 경기였다.
출발하면서 먼저 고수들이 치고 나갔고 나는 5등 정도 하겠구나 생각하며 레이스를 했는데, 모래바닥이라 발이 푹푹 빠져 속도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먼저 간 고수들의 발자국을 밟으며 뒤따라갔다. 달리기가 훨씬 수월하였다. 아니 재미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선두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3코너를 돌 때 쯤이면 다 따라 잡겠다 싶었다. 3코너를 돌아서 얼마가지 않아 앞서 있는 2위 그룹을 따라잡았다. 1등으로 가는 주자는 10KM 34 분대의 선수급이었다. 그러나 그도 이미 힘이 빠져 속도가 현저히 줄어 있었다. 나는 그도 따돌리며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내가 추월한 주자는 풀 239주자, 하프 1시간 12분 주자, 10KM 34분대, 100M 11초의 선수급 주자들이었다. 평지라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주자들이었다. 모래가 두텁게 깔린 경마장 주로라는 특수한 환경을 어떻게 유효하게 이용할 것인가를 모색한 결과 뜻밖의 성과를 거두었던 것이다.
여자부는 긴 생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인 부산 경남의 최 고수 이민주 선수였다. 경마장을 지날 때면 나는 그 추억을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 짓곤 한다.
경마장을 지나 부산 녹산공단의 지루한 대로 끝에 가덕대교와 눌차대교가 있는데 그 우측으로 거대한 부산 신 항만이 보인다. 끝도 없이 횡으로 늘어선 컨테이너 크레인,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열과 행을 지어서 쌓아 올려진 수출입 컨테이너들을 보면서 여기가 바로 대한민국의 산업의 심장이며 그 맥박이 힘차게 고동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온 몸의 피가 심장으로 들어와 다시 나가듯,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의 상당량이 이곳을 통하여 들고나기 때문에 심장과 같은 곳이다 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부산 신항의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은 전체의 70%가량 된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신 항만을 거쳐 두개의 터널을 지나면 거가대교 톨게이트가 보인다. 거가대교는 침매터널 구간 약 3.4KM와 해상부의 섬과 섬 사이의 2개의 웅장한 사장교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길이는 약 8.2KM이다. 침매터널은 그 위로 대형 컨테이너선들이 통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만든 구간이다. 우뚝 솟은 사장교 주기둥의 웅장한 위용을 보면 승용차 기준 편도 1만원의 통행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8천원이 결제되었다. 공휴일에는 20% 할인이 되는 모양이다.
거가대교를 지나 접속도로 끝 송정IC에서 거제 시청이 있는 중심도시 고현 시내를 거쳐 구천저수지, 노자산 케이블카 방향도로를 경유하여 학동몽돌해수욕장을 지나 해금강 함목 삼거리에 도착했다.
장승포, 구조라 해수욕장, 지세포, 망치해수욕장,,학동해수욕장 코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은 이전에 낚시 다닐 때, 구불구불한 해안도로가 너무 지겨웠던 기억 때문이다.
해금강 삼거리 근처에 주차를 해놓고 다대 방향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 코스는 해금강 삼거리에서 다대마을 2.7KM, 저구 삼거리 2KM, 명사해수욕장, 대포마을 입구, 홍포 무지개길을 경유하여 홍포마을까지 4.3KM, 홍포에서 여차전망대, 여차해수욕장 4.5KM, 여차해수욕장에서 여차고개, 다대마을 까지 4.3KM, 다대마을에서 해금강 삼거리 2.7KM, 합이 20.5KM다.
옷을 갈아입고 오전 9시 20분경 출발을 하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가슴속까지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이었다. 도로 옆에는 수국이 심겨져 있다. 거제 수국 꽃 무리는 그 크기 우리가 산이나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크다. 마치 중간 크기의 조롱박의 오목한 부분을 잘라내고 엎어 놓은 형태에 조그마한 싸리 잎 모양의 연두색 꽃잎을 마주보게 촘촘히 붙여 놓은 것 같은 모습이다.
약 15분 후에 다대마을 지나 저구 삼거리를 향해 올라갔다. 두번째 오르막은 약 700M의 은근한 오르막이라 심장과 다리에 부하가 상당히 걸리며 땀이 삐질삐질 흘러나와 목 부위를 적신다. 반면 승용차들은 쌩쌩 잘도 올라간다.
저구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직진하면 매물도가는 여객선 선착장이 나오고, 서남쪽으로 돌아 가면 명사 해수욕장, 홍포 해안도로가 나온다.
저구 삼거리에서 서남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이제부터 명사 해수욕장까지는 경사도가 약한 내리막이다. 거기를 지나 평지 길 약 200M를 가면 다시 상구 완만한 오르막이 홍포 무지개길 입구까지 계속된다. 간간히 자전거 라이더들도 지나간다. 홍포 해안도로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이리라.
약 2KM 이상의 계속되는 오르막에 갈증이 생긴다. 오르막이 끝나고 홍포 무지개 길은 평지로 시작되어 내리막이 이어진다. 홍포 마을에 도착하여 간이 화장실에서 얼굴,목,팔에 묻은 땀도 닦아내고 수돗물도 한 모금 마셨다.
이 마을의 원주민은 몇 안되고 대부분은 팬션을 지어 임대수익으로 먹고사는 외지인들이다. 마을 공터에 주차장을 만들고 있는 것을 보니 뭔가 관광지로 개발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변치 않는 모습이 좋은데 어떻게 변할지 걱정이 앞선다.
홍포 마을에서 동쪽으로 약 1KM 정도 가면 이제부터는 울퉁불퉁한 비포장 흙길이 이어지다 콘크리트 포장길도 나오곤 한다. 그런데 비포장길 초입에서 도로포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이게 뭔 일인가? 싶어 걱정스런 마음에 공사 인부들에게 전면 도로포장을 하나?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이 호젓하고 아름다운 길에 차가 쌩쌩 달린다고 생각하니 도로포장공사를 추진하는 거제 공무원들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슬며시 올라온다.
그러한 마음을 접고 비포장 길을 달려 오르막 끝지점에 있는 돌산 무더기에 올라 광활하게 펼쳐진 남해 바다의 전경을 조망한다. 올망졸망한 섬 무리로 이루어진 소병대도, 대병대도 매물도, 국도 등의 섬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언제 봐도 아름답고 멋진 풍광이다.
홍포 비포장길 첫번째 오르막을 내려가 두번째 오르막 정상이 홍포 전망대다. 주차된 차량이 몇 대 있고, 아까 전에 태평양을 향해 광활하게 펼쳐진 남해 바다를 보았으므로 패스하고 다시 긴 내리막을 내려간다. BMW SUV 한 대가 나를 지나치지 못하고 차 바퀴가 자갈 튕기는 소리를 내며 따라온다. 지나갈 수 있도록 도로가 측에 붙어 뛰는데도 지나가지 않는다.
상당히 양심적인 사람이라 생각되어 내리막을 1/5 남겨둔 지점에서 속도를 줄이며 옆으로 살짝 비켜주었다. 내리막을 다 내려오면 여차해수욕장으로 가는 마지막 오름 길이 시작된다 그 정상에 대마도가 보이는 여차 전망대가 있다.
여자 전망대에서 대마도를 바라보는 풍경 역시 장관이다. 오늘은 동쪽 하늘 수평선 머리에 옅은 구름이 깔려 있어 대마도가 잘 보이지는 않았다. 잠시 동쪽 바다와 남쪽 바다를 눈에 담은 후에 여차 해수욕장으로 가는 내리막 길을 내려간다, 경사가 심한 곳은 콘크리트 포장이 되어 있고, 반은 비포장길이다.
경사길에서는 이제 힘이 빠져 심한 중력감이 들어 소나무 낙엽 무더기가 있는 곳을 골라 밟으며 착지 충격을 줄였다.
잠시 후에 여차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자갈이 깔린 몽돌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 테트라포트 근처에서 대여섯의 사람들이 뜰채로 무엇을 뜨는 것이 보였다. 무언가? 싶어 가까이 가서 보니 파도에 떠밀려온 큰 사이즈 멸치를 퍼 담는 것이었다.
주민들 같지는 않고 팬션에 놀러 온 사람들 같았다. 저 멸치를 나무 꼬치에 꿰어소금을 뿌려 구워 먹는다면 참 맛있겠다 싶었다.
나는 신발을 벗고 바닷물에 발을 담구고, 다리에 묻은 소금기도 씻어냈다. 파도가 제법 친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에 발 밑 모래가 쓸려 나간다. 물이 그다지 차갑지는 않았지만 작년보다는 확실히 온도가 낮은 느낌이다. 작년 이맘 때는 물이 미지근하였다. 기상청에서 올해부터 라니냐가 시작된다고 했는데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다리와 발에 묻은 바닷물을 씻어내기 위해 해수욕장 화장실에 들렀다. 2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남쪽으로 트여진 공간으로 어차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처럼 풍경이 끝내주는 화장실이 또 있을까 싶다. 여차해수욕장 가는 분들은 반드시 이 화장실의 풍경을 감상하기 바란다. 보너스를 받는 기분이다.
세족을 마치고 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로 올라가는 아주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가는데, 쿵쿵쿵하는 요란한 기계음이 들린다. 뭐하나 봤더니 숙박시설을 철거하는 소리였다. 그래서 둘러보니 닭장처럼 지어진 숙박시설의 페인트 색도 바랬고 이용객도 없는 듯했다. 그런 건물이 많아 보였다. 단기간에 돈 벌어 보겠다고 욕심이 앞을 가린 결과인 것 같았다.
여차는 공간이 협소해서 시가를 이룰 만한 공간이 전혀 없다, 노래방, 치킨점, 호텔은 물론이고 식당도 없고 커피 카페도 잘 보이지 않았다 여름 한 철 잠시 반짝하다 3계절을 쉬어야 한다. 코로나 오기전까지는 그나마 숙박시설이 유지되었는데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듯했다.
여차를 뒤로 하고 여차 고개를 항하여 가파른 오르막을 천천히 올라간다. 약 2~300M를 인내심으로 버텃더니 경사가 다소 완만해진다. 좌측에 울타리가 처진 흑염소 농장이 보인다. 이 천혜의 풍광에서 흑염소를 키운다? 와! 괜찮은데! 그 머리가 벗겨진 목부의 삶도 자연의 일부라 느껴진다.
흑염소 농장의 정상부가 여차 고개다. 상공 100M 이상의 바다를 거쳐온 바람이너무 시원하다. 잠시 멈추어 땀을 식힌다. 갈려고 하니 너무 아쉽다. 조금 더 머무르다 다대마을을 향하여 상구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약 2KM의 내리막 길을 내려와 평지를 달리는데 햇볕이 따갑다. 나무 그늘이 있는 곳을 골라서 간다. 다대마을 도로는 갓길이 없다시피 하여 나무 데크 위를 가는데 나무가 너무 꿀렁거린다. 부실공사가 아닌가 싶다. 드디어 다대마을 삼거리에 도착. 이제 2.7KM만 더 가면 오늘 달리기 여정이 끝난다.
다대마을에서 해금강 삼거리까지 2/3가 오르막이다. 힘이 빠진 상태에서 오르막이 힘에 부친다.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거리를 줄여 나간다. 도로 거리 간이 표지판에 새겨진 1KM, 1KM가 멀게 만 느껴진다. 드디어 오르막이 끝나고 평지길이다. 저만치에 주차된 내차가 보인다. 차를 지나쳐 해금강 삼거리를 돌아 다시 차가 주차된 곳으로 돌아왔다. 시각은 12시 20분, 약 3시간이 소요된 것 같았다
수건으로 땀을 닦아내고, 미리 준배해간 도너츠, 단팥빵, 라떼 커피, 생수로 간단하게 에너지를 보급한 다음, 집을 항해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 전혀 피로하지 않고 오히려 몸이 가뿐한 것 같았다..
나는 해금강 삼거리에서 홍포 무지개길, 여차전망대까지의 길을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달리면 기분이 좋고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 홍포 전망대에 올라서면 거제 섬과 작은 섬들 사이의 검푸른 물결이 동에서 서로, 또는 서에서 동으로 아래, 윗물이 서로 뒤집어지며, 소용돌이치면서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을 보고 있노라면 뭔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역동성이 느껴진다.
거제 남쪽 바닷가의 따가운 햇볕, 가끔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광활하게 펼쳐진코발트 빛 바다, 나지막한 산 위로 흰구름 흘러가는 푸른 하늘을 보며 달리는 기분은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 곳에서의 러닝은 나에게 주는 최고의 포상 이자 선물이다.
덴마크의 세계적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관리제 위고비가 10월말 국내에 출시된다고 한다. 위고비는 GLP-1(Glucagon like Peptide-1)이라는 호르몬을 주사하여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함으로서 혈당을 적절하게 유지하여 당뇨 증세를 치료하고, 식욕을 억제시켜 체중을 감소시킨다.
글루카곤은 혈당이 부족하면 분비되어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이다. 이 위고비 한달 주사비가 80만원 가량 된다고 한다. 우리 러너들은 달리기를 생활화 함으로서 위고비 주사 없이도 탄탄한 몸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매달 80만원의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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