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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열리는 하코네 역전대회는 대회의 성적만큼이나 선수들의 신발착용에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는 선수들의 러닝화 착용 추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일본 각 언론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오야마학원대학이 2연패를 달성하며 8번째 종합 우승을 차지한 제 101회 하코네 역전경주. 오랫동안 선수들의 발밑을 체크해온 역전 마니아 집단 'EKIDEN NEWS'(@EKIDEN_News)은 이번 대회도 예선전부터 전 선수의 신발을 꼼꼼히 체크했다. 그 결과, 러닝화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코네 역전 마라톤을 통해 알아보는 최신 신발 사정을 살펴본다.
'일인자'의 자리에 군림하던 나이키가 갑자기 무너졌다!
아디다스의 활약이 돋보였던 올해 하코네 역전
이번 대회에서 가장 먼저 특기할 만한 사항은 지난 몇 년간 1위였던 나이키가 하코네 역전 착용률 3위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지난 대회의 나이키 착용률은 예선이 62.7%였다. 본선은 42.6%였다.
그리고 이번 대회 예선의 나이키 착용률은 46%. 그래서 '너무나 세세한 하코네 역전 가이드 2025'에서 본선에서는 나이키가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는데,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23%의 착용률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하코네 역전에서는 96%의 선수가 나이키를 착용했기 때문에, 지난 대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1위는 지난 대회 18.3%로 3위였던 아디다스가 차지했다. 작년 착용자 수 42명에서 올해는 76명, 36%로 점유율이 크게 증가해 1위와 3위가 뒤바뀌는 결과를 낳았다.
제 101회 하코네 역전 마라톤 착용자 신발 내역
아디다스 76명(36.2%)
아식스 54명(25.7%)
나이키 49명(23.3%)
푸마 25명(11.9%)
On 3명(1.4%)
뉴발란스 1명(0.5%)
브룩스 1명 (0.5%)
미즈노 1명 (0.5%)
제100회(2024년) 하코네 역전 마라톤 착용 신발내역.
나이키 98명(42.6%)
아식스 57명(24.8%)
아디다스 42명(18.3%)
푸마 20명(8.7%)
미즈노 5명(2.2%)
On 3명(1.3%)
HOKA 2명(0.9%)
뉴발란스 1명(0.4%)
언더아머 1명(0.4%)
브룩스 1명 (0.4%)
이는 일본 육상계에는 수치 이상의 충격이 있다. 왜냐하면 일본 러너들은 매우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러닝화에 혁신을 가져온 나이키의 베이퍼 플라이조차도 선수들에게 보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1년 만에 갑자기 점유율이 역전되는 것은 보통의 경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3구간에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펼치며 주목받았던 아디다스
이러한 약진을 이끈 1등 공신은 지난 하코네 역전 마라톤 3구간일 것이다. 아오야마학원대학의 오타 소우오 선수와 코마자와대학의 사토 케이타 선수의 치열한 선두 다툼. 경기 실적에서 한 수 위인 사토 선수를 꺾은 오타 선수가 신었던 신발은 아디다스의 '아디제로 아디다스 프로 에보 1'이었다.
이 신발은 나이키에 압도적으로 뒤쳐져 있던 아디다스가 '아디다스 역사상 가장 가벼운 신발'을 표방하며 개발한 신발이다. 출시 직후인 2023년 9월에 열린 베를린 마라톤에서 이 신발을 신은 에티오피아의 티기스트 아세파 선수가 여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2분 이상 단축한 2시간 11분대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에보1의 기능성을 계승한 아디다스 프로의 최신 모델
그런데 이 신발은 기능성은 뛰어나지만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가격은 한 켤레에 50만원이 넘는다. 내구성도 없고, 가성비도 좋지 않은 신발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디다스가 '많은 사람들이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들자'며 2024년 가을에 발표한 것이 바로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4'이다. 이 제품은 아디다스 프로의 최신 모델이지만, 사실 에보1의 기능성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에보1의 혁신은 밑창의 각도에 있다. 아디다스는 독일 본사에 세계 정상급 러너들을 초청해 레이스를 개최했다. 거기서 얻은 동작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케이던스(발 회전)가 올라가는 밑창 각도를 발견했다. 이를 탑재한 것이 바로 에보1이고, 프로4인 것이다.
그런데 아디다스는 개발뿐만 아니라 성장 가능성이 있는 대학에 접근하는 전략도 취했다. 기존에 유니폼을 제공하던 아오야마학원대학, 고쿠가쿠인대학, 소가대학은 물론 여자 육상부까지 커버했다. 타깃은 나이키이기 때문에 나이키 스쿨인 메이조대를 이기기 위해 리츠메이칸대, 대동문화대에도 접근을 했다.
그리고 아디다스를 신은 대학들이 2024년에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여자 역전계에서는 2018년부터 6시즌 연속 대학역전 2관왕을 달성한 메이조대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었지만, 리츠메이칸대가 그 아성을 무너뜨리고 전일본 대학 여자 역전에서도 후지산 여자 역전에서도 우승했다.
이번 하코네 역전에서도 2구간에서 구간 신기록을 세운 3명의 선수 모두 에보1, 6구간에서 56분대를 기록한 아오가쿠대학의 노무라 아키유메 선수가 프로4를 착용했다.
나이키 일인자 시대에서 벗어나 이제는 '나이키로는 이길 수 없다'는 분위기마저 감돌고 있는 것이다.
착용률 2위를 지킨 아식스의 변화
작년과 동일하게 2위를 차지한 것은 아식스였다. 지난해 착용률 24.8%에서 거의 변동 없이 25.7%를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한 아식스 관계자가 2021년 '신발로 보는 하코네 역전, 나이키의 독주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리고 마침내 아식스가 하코네 도로에서 사라졌다!”라는 기사가 아침 조회에서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아식스는 달라졌다. 톱 선수들의 의견을 반영해 새로운 신발을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메타스피드를 개발했다. 그리고 2024년 10월 시카고 마라톤에서 메타스피드(프로토타입)를 신은 케냐의 존 코릴이 2시간 2분 44초로 세계 역대 6번째로 우승했다. 6대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고속 레이스인 시카고에서 우승한 것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메타스피드에는 보폭을 넓혀 달릴 수 있는 스카이와 피치를 올려 달릴 수 있는 엣지 두 가지 모델이 있다. 출시 초기에는 나이키의 베이퍼 플라이에 가까운 스카이가 압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엣지가 역전되었다. 아디다스의 에보1과 같이 발의 회전수를 높여주는 케이던스 슈즈의 착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대회에서 6명의 선수가 아식스의 프로토타입을 착용했다. 이 신발은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메타스피드이지만, 실제로 손에 쥐고 보면 놀라울 정도로 가볍다. 그리고 쿠션은 '거의 에보1'을 연상케 하는 푹신푹신한 촉감. 어떤 하코네 러너가 트랙에서 신어 보았는데, 속도가 너무 빨라서 트랙을 돌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웃음). 그만큼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신발이라고 한다.
나이키는 밑창에 대한 수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메이커들은 이를 침해하지 않는 방법을 계속 모색해 왔다. 그 속에서 아디다스와 아식스는 나이키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공격하다가 같은 해답에 도달해 같은 방향의 신발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반전을 노리는 나이키의 원점 회귀!
그렇다면 단숨에 제 3자로 전락한 나이키의 반격은 가능할까?
나이키의 패배 원인 중 하나는 혁신을 계속해야 하는 사내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베이퍼 플라이도 알파 플라이도 새로운 모델이 너무 급격하게 바뀌면서 선수들이 원하는 것과 미스매치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바로 파리 올림픽이었습니다.
원래 베이퍼 플라이는 마라톤 전 세계 기록 보유자인 엘리우드 킵초게의 마라톤 2시간 벽깨기를 목표로 개발된 신발이다. 하지만 그를 위해 개발된 신발임에도 불구하고 파리 올림픽에서 킵초게는 최신 모델인 베이퍼 플라이3가 아닌, 한 세대 전 모델인 2를 최신 모델처럼 디자인한 신발을 신고 달렸다. 요컨대 '베이퍼플라이 2가 좋았'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이키는 올해 신년 역전대회에서 새로운 모델('베이퍼 플라이 4'로 표기되어 있다)을 선보였다. 상위권 선수들만 신었던 이 모델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디자인도 대히트 모델인 베이퍼 플라이2를 답습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나이키가 원점으로 회귀한 것이죠. 착용 선수들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신발로 반전을 꾀하는 것 같다.
착용률을 높인 푸마, 유수 선수가 착용한 On
4위는 지난 대회와 같은 푸마로, 착용률은 8.7%에서 11.9%로 상승했다. 착용 선수 중 조사이대 사쿠라이 유우가 9구간에서 구간상을 수상했고, 3명이 구간 3위 안에 들었다.
푸마의 신발은 밑창이 앞뒤로 나뉘어져 있거나 발가락이 앞으로 튀어나오는 등 다소 기발한 디자인이지만, 이는 속도에 대한 집념이 담긴 디자인이다. 조사이대, 리츠쿄대 등 유니폼 계약을 맺은 대학 선수들을 미국으로 불러 치수를 재는 등 일본 러너들의 성향을 본사에서 파악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러한 노력이 착용률의 확대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5위로 올라온 것이 On이다. 착용자 수는 지난번과 동일하게 3명이지만, 7구간에서 구간 신기록을 세운 고마자와 대학의 사토 케이타 선수가 착용했다는 실적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토 선수는 On의 최고 선수팀인 OAC의 합숙훈련에 참가하는 등 신발뿐만 아니라 세계를 겨냥한 연습 지원도 받고 있으며, 전일본 대학 역전대회 전에는 개발 책임자가 부상 후 막 연습을 재개한 그와 시노하라 코타로 선수의 달리기를 체크하기 위해 일부러 일본을 방문했을 정도였다.
소카대학의 요시다 료시 선수가 신고 있던 신발은 온이 파리 올림픽에서 출시한 끈이 없는 신발 '클라우드 붐 스트라이크 LS'이다. 이 신발은 할로윈 등의 장식에 사용되는 거미줄 모양의 스프레이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된 신발이다. 꿰매고 붙이는 기존의 신발 제작 방식과 달리, 밑창을 장착한 발 모양에 실을 뿌려서 성형하는 방식이다. 새로운 느낌의 착화감과 더불어 이 신발을 신은 선수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단숨에 주목받게 되었다. 앞으로 역전계에 어떻게 침투해 나갈지 기대를 모은다.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은 일본 역전
글로벌 업체들이 일본의 역전에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아시아에서 일본의 역전이 인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태국, 중국, 한국, 대만의 역전 팬들은 일본의 정보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으며, 열광적인 역전 팬도 많다.
그래서 각 제조사들은 신작을 공개하는 장소로 하코네 역전을 선택하고 있다. 새해 역전에 출시된 나이키의 최신 모델도 글로벌 첫 선을 보였고, 일본의 역전이 각 스포츠 메이커의 프레젠테이션의 장이 될 기회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1년 만에 점유율이 이렇게나 급변하는 운동화 세계. 내년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군웅할거의 신발 전선은 여기서부터 더욱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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