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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이정범	2019-08-21 12:20:28, H : 9,904, V : 277

      자조自嘲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이 정 범

시를 아무리 써도 돈이 되지 않는다.
마라톤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별로 돈이 되지 않는 것처럼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한다고 마누라는 매일매일 핀잔이다

시 아무리 많이 써봐야 원고료 주면서 내 시를 실어줄 문예지 거의 없다. 요즘 도서관에 가보면 한창 경기 좋을 때 꽉 찼던 정기간행물실 잡지 진열대가 지금은 반쯤 비어있다. 그중 문예지는 반의반으로 줄어 두서너 개밖에 없다.돈 받고 시집 출판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문학은 언제부터인가 세상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마라톤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하면 할수록, 많이 달리면 달릴수록 값 비싼 신발과 더불어 애꿎은 무릎 연골만 빨리 단다. 자칫하면 부상이나 당하고, 잘해보았자 건질 수 있는 것은 건강밖에 없다. 마라톤대회와 마라톤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대회참가비는 점점 올라간다. 참가비가 오른다고 해서 서비스가 특별히 나아지는 것도 없다.

어쩌다가 내 좋아하는 문학과 마라톤이 이 지경이 됐나
내가 이 꼴 보려고 마라톤과 문학을 했나

(위와 같은 말이 내 허락도 없이 금방이라도 목구멍에서 뛰쳐나올까 봐
요즘 내 가슴이 두 근 반 세 근 반이다^^)


50대아줌 (2019-08-21 13:49:00) 최근 법무부장관후보검증사태를 보면서, 저는 "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란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정범님은 제목은 같으나, 내용은 저와는 아주 다르네요.... 저는 마라톤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우리나라 마스터스마라톤의 역사가 채 30년도 되지않았으니, 향후 30년을 지켜보고 어떻게 되는지 판단해도 되지않나 싶습니다. 현대 문명의 진행방향으로 보아 달리기라는 운동은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만.... 건질 수 있는 게 건강밖에 없다니요, 건강보다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시도 잘 쓰시고 달리기도 잘하시는 이정범님이야말로 문무를 겸하신 분 같아 본받고 싶습니다....


마라토너 (2019-08-21 16:29:59) 저도 한편으로는 동감하는 글입니다.마라톤을 근 이십년해오면서 대회도 숱하게 참가했고 지금도 참가하고 있지만, 회의감이 들 때도 많이 있습니다. 매일 훈련을 마칠 때는 뿌듯하지만, 시작할 때는 마지못해 나서기도 하고, 남들은 파크골프장에서 유유히 걸으며 동료들과 웃고 즐기고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힘들게 달려야하는 나의 처지가 스스로 처절해 보이기도 합니다. 말씀하신대로 그렇다고 대회 참가때마다 수입은 십원 한장 없고 참가비에다가 교통비를 생각하면 가족들에게도 부질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당장 마라톤을 때려치우고 내일부터는 편안하게 걷기나 파크골프장으로 전향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서 그런지 전과 달라 요즘은 한동안 훈련에 좀 열중하면 양 다리에 부상도 자주 오고요.....그나마 무슨 운동보다도 건강 하나 만큼은 최고로 확실하게 보장되니 그 위로와 위안으로 마라톤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고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새벽마다 주로로 나서게 됩니다.


런너 (2019-08-21 22:08:01) 저는 시에 대해선 통 문외한이라 패스하고, 글은 쓰는 그 자체로 나름 재미를 느끼니 후회나 혹은 회의를 느끼진 않습니다. 돈이 되진 않지만 그에 못잖은 재미를 줘요.^^ 마라톤으로 돈을 번다? 아주 쬐끔 번 적은 있어요. 그건 시상을 통해서가 아닌 자잘한 경품당첨을 통해선데, 사실은, 대회 끝나고 먹는 뒷풀이 막걸리가 더 나을 정도니 경품이랄 것도 없더군요.ㅎㅎ 허나, 이 나이나 이 처지(?)에 마라톤이 아니라면 무얼로 어데가서 똥폼을 잡을거며 무엇으로 타의 부러운 시선을 잠시나마 안아 볼 수 있겠습니까? 사실, 연습주로를 혼자서 달리는 재미와, 대회의 주로에서 주자들과 함께 어울려 뛰는 그 맛은 제 소견으론 물냉과 비냉의 각기 다른 감칠 맛 아니던가 싶네요. 한 달후, 신청해 둔 대회가 다가옵니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개인기록이 단축된다면 크게 기뻐할텐데 말입니다. ㅎㅎㅎ


ck (2019-08-22 09:42:30) 원글을 비롯한 댓글들 전부 가슴에 와닿고... 왠지 센티멘털해지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18년차 마라톤돈범 (2019-08-22 10:42:07) 마눌한테 운동갈때는 "오늘 돈벌러 갈께" 하는데요... 10키로 달리면 10만원 벌었어.. 5키로 달리면 5만원 벌었어 울트라 완주하면 산삼 사먹었어. 하는데요.. 병원에 줄돈 벌었으니 마라톤은 돈버는 거 아닐까요.. 어제 돈벌었으니 오늘은 쉬고 내일 돈벌러 가야지...


즐거운 런너 (2019-08-22 12:14:11) 오랜만에 훈훈한 댓글을 보니 제마음이다 즐겁네요 15년차 입니다만 년식은 어쩔수가 없나보내요 이제는 10키로 위주로(2달에한번정도 하프)주4회정도 하고있습니다 그냥 이렇게 뛸수 있다는데 감사하고 바로윗분처럼 달려서 건강하고 이게 바로 돈버는것이 아닐까요?


달리미 (2019-08-22 18:27:42) 오늘 13만원 벌었습니다. 체력이 국력입니다. 달리기는 체력을 키우는 가장 좋은 운동입니다. 마라토너님들 화이팅입니다.


ㅎㅎ (2019-08-24 10:24:28) 난 오늘 14만원 벌었습니당...ㅎ


뻐꾹뻐꾹 (2019-08-26 16:50:41) 지금 달릴 수 있음이 감사합니다


끝까지 달리자 (2019-08-27 13:51:24) 짐 6학년5반 언제까지 달릴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냥 달릴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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