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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몸과 동반주
번달사  2015-12-22 07:35:48, H : 8,063, V :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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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모임이 있어 인천에갔다. 송년회는 한 해 를 매듭 지우려는 욕구를 충족시킨다. 삭막한 현실에서 아득히 밀려나 있던 서로 돕고 의지하는 공동체를 향한 꿈이 되살아나는 곳이다. 내밀하고도 보편적인 욕구와 맞닿아 있다. 내가 공동체에 속해 있음을 확인하는 반면 나와 끈을 맺고 있는 단체에 속해 있음을 확인하고 때로는 진심으로 때로는 타산적으로 다시 한 번 그 관계 맺음에 희망을 살려 보려는 것이 송년모임이다.

마라톤은 42.195km를 달려 골인하면 한 대회를 매듭짓는다. 마라톤을 매듭지운 횟수가 해를 매듭지운 년수보다 훨씬많다. 매듭짓기에 이골이나 능통하다는듯이 한 해를 매듭짓는 날이 오늘만 있는것처럼 생수대신 이슬이를 깐다. 탄수화물이 많이 든 튀긴 고구마와 소래뻘밭에서 방금 잡아온듯한 모로기는 게에 글리코사민성분이 관절에 효험이 있다며 안주삼는다. 소주병마개 하나 둘 비틀어 방바닥에 떨어질 때 내 기억도 나뒹군다.

자빠진김에 쉬어가고, 떡본김에 제사지내듯 소래포구에서 가까운 만수동으로 갔다. 다음 날 아침이다. 어제 마신 술에 취기가 남아있어 운동복으로 밖으로 나오긴했으나 달릴만한 몸상태는 아니다. 체조와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철봉에 매달려 등척성운동을 했다. 몸에서 약간의 훈기가 생겨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콘크리트길로 나섰다. 저발치서 한사람이 달려오고 있다. 힐끔볼 때는 눈을 의심했다. 상의가 훤칠했다. 내앞으로 다가서는 그의 모습에서 나의 눈은 휘둥굴하고 입을 벌린채 멍하니 다물지못했다. 일기예보상으로 영하 6℃의 기온으로 바람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내려갔다.

상반신은 다 내놓고 하의는 반바지다. 귀가리개로 귀를 가리고 장갑과 팔토시를 착용했다. "알몸 마라톤 복장이다" 나는 놀란 토끼처럼 알몸의 뒤를 따른다.

안녕하세요! 네

알몸마라톤 복장과 같은데 알몸마라톤대회에 참가해 보셨나요?

아니요!

입도 얼고, 성대도 얼었는지 성대음이 어눌하긴하나 까치가 물고가던 삭정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듯이 고요하고 적막하여 알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알몸과 같이 가고 싶어도 나보다 빠르다. 말을 나눌 수 있는 사정권에서 멀어졌다. 소래생태공원 외곽코스로 들어서 황토흙길을 지날 즈음 터진 바지솔기에서 핸폰을 손에 쥐고 통화를 한다. 그사이 나는 알몸을 지나 앞선다.

옷을 몇 겹씩 껴입은 안에 사과 알 같은 심장 풀무질하여 뽀얀 입김을 토해내자 알몸이 따라와 같이 달린다.

달리기한지 오래되셨어요?

네! 20년이상 됐습니다.

마라톤대회에 나가보셨어요?

아니요! 달리기가 좋아서 혼자 달립니다.

이러한 복장으로 얼마나 달리셔요?

한.... 1시간 30분정도 달립니다.

소래포구생태공원을 지나 인천대공원으로 갑니다.

네! 대단하시네요!

나는 올 겨울들어 민소매를 입고 달려보았지 웃 옷을 벗고 달려보지 못했다는 말로 알몸에게 위안이 될 수 있으려나 싶어 너스레를 떤다.

알몸과 동반주로 달리면서 중년의 부부인듯한 사람을 스치며 지나간다. 여성의 목소리가 생경맞다. "아직도 더우신가봐요" 알몸의 대답은 간단 명료하다 "네!"

이렇게 달리면서 뭇사람들이 왜(?) 벗고 달리냐고 물어오면 답례를 하나요?

그냥 좋아서.....

옷을 벗고 달리면 벗은 부위로 햇볕이 들어와 비타민D를 만들 수 있으므로 지금 "비타민D 생산공장 가동중"이라고 하셔요 라고 귀뜸했다.

그 말에 알몸은 입이 귀에 걸리고, 입을 허벌레 벌린체 3분정도 다물지 못했다.

"깔깔깔 가르르르 까가갈 갈갈갈가 깔깔깔 가르르르 까가갈 깔깔깔"거렸다.

나도 때에따라선 벗고 달려보았지만 알몸이 좀 데면데면해 보인다.
바닷바람까지 부는 매서운 추위에 알몸으로 장시간 달리면 저체온증이 올수도 있고, 몸의 체온은 곧은창자의 온도가 떨어지는 것이 치명적이라한다. 그러나 저 알몸의 영하의 기온에서 달릴 수 있는 용기, 벗을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냉한 가슴에 뽀얀 입김을 토해내며 온기와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옷을 벗어 던지고 알몸으로 달리기를 통해 위선과 가식의 허물을 벗어 던지는 순간에 이르러서야 알몸은 자신감을 찾으려는듯 보인다. 알몸이 추위에 주눅들거나 되돌아서고 포기할 수 있는 확률은  소래생태공원 염전바닥 사금파리에서 생산된 하얀 소금으로 찰기흐르는 뽀얀 밥이 될수 없는 확률만큼이나 낮았다.

빈 주로를 빈 자로 달린 후 옷을 한 겹만 걸쳐도 온 몸에 느끼는 따스함은 알몸이 벗은만큼의 댓가이며 빈자에서 양털옷을 입은 부자로 변화하는 쾌감을 느끼겠죠. 뻘밭에 밖힌 사금파리가 햇볕에 반짝이듯 그의 어깨는 유난히 번들거렸다.  
    

    

      

상의탈의
 (2015-12-26 10:15:41)

비타민D 생산공장 가동중.. 아주 스마트한 표현 입니다!!
나역시 한번쯤은 웃통까고 달릴때 주변 시선때문에 더 열심히 달릴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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