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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사람이면 얼마든지 존경할 수 있다
이정범  2023-09-11 09:28:39, H : 2,255, V : 17


     이런 사람이면 얼마든지 존경할 수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콧노래를 부르며 일하는 환경미화원 아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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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달리러 나가야 하는 이른 아침 시간
비가 내려 할 수 없이 아침 식사를 일찍 하고 두어 시간 뒤인
오전 아홉시쯤 달리기 복장을 갖추고 현관문을 나선다

이미 바깥 기온은 섭씨 27도를 넘어섰다
오늘도 달리려면 평소보다 많은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
그래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덥다는 것을 핑계로 하루 쉬거나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서 트레드밀 위를 달리는 것보다는
야외에서 달려주는 것이 그나마 내 하루를 더 상쾌하게 하는 일이기 때문에

내가 사는 아파트 동이 14층 건물이라
같은 승강기를 이용하는 세대가 28 가구밖에 되지 않아
학생들 등교시간이나 직장인들 출근 시간이 아니면
좀체 승강기 안에서 주민을 만나기 어려운데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니 환경미화원 아주머니가 타고 있다

서로 인사를 나눈 다음 1층에서 함께 내리는데
아주머니가 간략한 달리기 복장으로 드러난 내 몸을
등 뒤에서 훔쳐(?) 보았는지 몸이 탄탄하다고 칭찬의 말을 건넨다

내 등 뒤에서 다른 어떤 부위보다도
발달한 내 종아리 근육을 유심히 본 모양이다
그냥 씩 웃고 수고하시라며 헤어지고는
아파트 현관에서 서쪽 편으로 20m쯤 떨어진
탁자 한 개와 의자 네 개가 놓여 있는 곳에서 몇 가지 스트레칭을 하고
다시 현관문 앞을 지나 동쪽 편으로 걸어가는데
현관 바로 옆 설치된 조형물을
아주머니가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걸레질을 하고 있다
아직도 더위가 물러가지 않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존경스럽고 경이롭고 부럽다
저렇게 땀 흘리는 몸에서 콧노래가 흘러나올 수 있다니

오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날씬한 몸매의 환경미화원 아주머니
나는 오늘부터 저 아주머니를 존경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 대한민국 살아 있는 사람 중에서 존경하는 인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몇 되지 않지만
앞으로 저 아주머니를 만나면
아주머니가 나에게 먼저 인사하기 전에 내가 먼저 쏜살같이
지금보다 더 깊이 머리 숙여 인사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나와 아주머니가 만나면 동시에 서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2
물론 내가 대한민국에서 존경할만한 사람이 적다고 하는 것은
내 경험 내가 아는 정보의 범위 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내가 만나지 못하고 내가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지
실제 대한민국 사회 구석구석을 다 살펴본다면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은 부지기수로 엄청 많을 것이다

정치.문화예술인 같이
대한민국에서 널리 드러난 사람은
대충 언론이나 방송이나 책을 통해 알 수 있지만
매스콤이나 책에 드러나지 않아 내가 만나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보통사람 중에서도 존경할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많을 수도 있으니

더군다나 존경할만한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도 아니고 오히려 불행한 일일 것이다
존경한다는 것은 우러러보는 일에 가깝고
우러러볼 수 있는 사람이 나의 내면에 많을수록
내 마음은 풍요롭고 환하게 빛나는 것이니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돈이 많다고
잘 살거나
성공한 사람이거나
존경할만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남들이 업신여기거나
남들이 내려다보거나
남들이 귀찮아 하거나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청소 같은 궂은일을 하면서도
저토록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올 수 있도록
즐겁게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충분히 존경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3
아무튼
이 위례신도시에 와서
7년 가까이 살며
결코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처음으로 존경해도 될만한 사람을 만났다

땅속에서 보물을 캐낸 것처럼 반가운 일이었다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비지땀을 흘리면서 달리는 일이
오늘따라 평소보다 더 즐겁게 느껴졌다

비록 달리기 중에는 물론이거니와
달리고 난 후에도
내 몸에서 아주머니처럼 콧노래는 나오지는 않았지만
한바탕 땀을 쫙 흘리고 난 후
평소보다 더 상쾌한 기분까지는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마라탕
 (2023-09-11 16:51:35)

이상 칭찬에 기분좋은 할배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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