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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에서 배우는 지구력(660)
번달사	2014-12-23 12:12:31, H : 3,610, V : 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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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의 자드락길이 비어 있다. 빈 나무, 빈 숲에 설경(雪景)이 하얀 수채화 물감을 풀어 놓은듯 고즈넉하다. 얼굴을 스치는 얄나한 바람이 폐부를 들락인다. 코끝의 바람이 달다.

눈(雪)즈려 밟는 아삭아삭 잔물결 파동이 발치에서 정강이를 타고 온몸으로 짜릿하다. 발바닥 아취의 물렁한 촉감과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물렁조직들이 맞물려서 피끄피끗하다. 농익은 홍시처럼 말랑말랑하고 달척지근하며 살살 녹느다. 코끝 맵도록 차고 달콤하도록 맑은 공기를 한 껏 들이 마신다.

눈위를 밟고 가는 아이젠의 금속성 숫발자국 소리가 뽀드득뽀드득 날아와 귀에 박힌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종아리의 가자미근육으로 내리막은 대퇴근의 근육을 쓰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간다. 평지에서 쓰지 않던 근육을 끄집어내기에 십상이다.

근섬유를 늘렸다 오므렸다 하면 근육이 마치 펌프와 같은 구실을 해서 혈액을 원활하게 순환시키게 된다.얼굴이 붉은 등산복 색과 흡사하게 붉으레하다. 등에오롯이 솟은 땀이 제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등골을 타고 흐르며 한기(寒氣)를 훑는다.

출발할 때는 북한산위에 걸친 낮달처럼 하얗던 얼굴이 감나무 우듬지에 까치밥으로 남은 홍시처럼 붉으레하다. 빈 나무에 아직 한잎 두잎 매달린 나뭇잎들이 초록의 윤기난 여름을 잃고 누렇고 붉게 조락한 잎들이 달렸다 떨어진다. 오롯이 찾아오는 다리의 통증도 하얀 입김에 실려 허공으로 희석되며 사뭇없다.

추위에 관절이 뻣뻣하고 경직되어 내리막에서 충격이 더하고 긴장될 수 있으나 뽀얀 입김으로 군불을 지피며 더워진 몸의 훈기로 염려의 자장(磁場)을 거둔다.내면의 집약된 염려와 근심을 뽀얀 입김에 실려 사뭇없다. 내 마음도 하얀 구름처럼 두둥실 떠 푸근하다. 겨울 산은 말을 걸어오는 이방인에게 눈길을 준다. 자연과 더불어 함께 할때 나는 자연인이 된다. 겨울 산의 소나무들과 텔레파시가 통한다. 겨울을 푸르게 푸르게.... 눈(雪)덮인 겨울 산을 서 너시간 등산하면 달림이가 산에서 실시하는 지구력훈련으로 으뜸이라 할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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