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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을 달리며
이정범	2014-12-22 07:38:45, H : 4,029, V : 168

          冬安居(4)
             -겨울 산

                  이 정 범

멀리서 바라보면, 추워서
잔뜩 웅크리고 있는 한 마리 짐승 같지만
햇볕 따듯한 날
완만한 능선을 달리면 금방 알 수 있다

산은 한겨울에도 동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오히려 땀 뻘뻘 흘리며
더욱 치열하게 운동한다는 것을

영하의 기온에는 몸을 탱탱 얼리고
영상의 기온에는 몸을 녹이는 등
그렇게 긴장과 이완을 격렬하게 반복하며
몸의 근육
몸의 탄력을 키운다는 것을

봄 산에 저리 꽃이 가득 피는 것도
봄 산 위 하늘로 저리 새들이 높이 나는 것도
저 겨울 산의 치열한 수행
탱탱한 근육과 탄력 때문이라는 것을

수십억 년 저 수행을 되풀이하면서도
단 한 번도 귀찮다는 생각 없이,

저 뼈를 도려내는 것 같은 겨울바람 앞에서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기침 한 번 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번뇌와 고통과 슬픔 다 끌어안은 채
오늘도 늠름하게 묵언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이정범 (2014-12-22 10:08:02) 눈에는 밖에 보이지 않지요.


시를읽고서 (2014-12-22 10:29:19) 위와 같이 쏘아붙이는 것 보다는 '그리봐 주시니 고맙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 보다 넉넉해 보일것 입니다. 처음에는 지나친 의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은 산은 사계절 내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시심이 통한것도 같습니다.


ㅊㅈㅅ (2014-12-22 11:00:36) 미끄러울 것이라는 예단으로 산 뛰기 멈춤지 꾀나 되었습니다. 새벽훈련을 위주로 달리지만 오늘 오후쯤엔 늠름하게 늘름한 산을 좀 달려보고 싶어집니다. 갑자기 겨울산이 그립게 만드시니... 댓글에 답글을 보면 이선생님 피는 아직도 피끓는 20대! 그 열정과 혈기의 원천이 늘 부럽습니다. 개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발끗하시는 성격 또한 보기 괜찮습니다^^~


초보와 중수사이 (2014-12-22 11:19:00) 이정범선생님 동지입니다.팥죽드시어 액운타파하시고 내년에도 건강하시어 좋은글 많이 남겨주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이정범 (2014-12-22 11:22:31) 저 위에 '시를 읽고서'님 같은 답글을 보낼 정도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지요.제 성품 상 죽을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하여 수행한다 하더라도 아마 금생에서는 이룰 수 없는 경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한 답글이 가식적이 아니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 거의 성인의 경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


이정범 (2014-12-22 11:28:27) ㅊㅈㅅ님! "피끓는 20대"란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그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혈기와 열정때문에 스스로 힘들 때도 많지만....


방랑자 (2014-12-22 11:32:36) 젊은이보다 시를 읽고서가 더 찌질이다에 한표겁니다


이정범 (2014-12-22 11:34:20) 초보와 중수 사이님! 고맙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올 한 해 즐겁게 마무리하시고, 더욱 활기차고 풍요로운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이정범 (2014-12-22 11:46:00) 방랑자님! 오늘따라 방랑자란 이름만 봐도 어디론가 휑하니 따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군요. 한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쓸쓸한 시간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를읽고서 (2014-12-22 12:05:48) 실명으로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는 사람은 알려져 있으므로 다소 냉소적인 댓글일지라도 좀 여유있게 대처하는 것이 보기에 좋지않냐는 뜻인데 이것을 "방랑자"가 찌질하다라고 하니 참 뭐라고 내지르고 싶지만 그리하자니 꼴 사나워보일거고참 거시기 하구만!!!


서호 소나무 (2014-12-22 12:21:33) 님의 글에서 항상 자극과 위안을 동시에 받아갑니다.오늘 동지팥죽 맛잇게 드시고 계속 건주와 건필을 남기 시기를 빕니다.


이정범 (2014-12-22 20:41:51) 서호 소나무님! 저야말로 님의 댓글에서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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