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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가을비 속을 그리 오래 달리시다니 |
| 이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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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04:27:02, H : 5,533, V : 1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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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을비 속을 그리 오래 달리시다니
입동 다음날 일이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날은 10km 이상 지속주 훈련을 해야 하는 중요한(?) 날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 그 다음날로 훈련을 미룰 수도 있지만, 그 다음날인 금요일은 아우와 함께 누님 댁에 가서 감을 따기로 약속이 잡혀 있었다.
할 수 없이 오랜만에 우중주를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을 단단히 무장하고 오전 9시쯤 집을 나선다. 체온이 많이 빠져나가는 상체를 최대한 내리는 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우의를 입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빠른 지속주를 하는데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 평소대로 상의는 반 팔 티에 토시를 착용하고 하의는 짧은 팬티만 걸친다. 물론 머리에는 비를 막기 위해 모자를 쓴다.
아파트 현관문을 나서니 빗줄기는 예상처럼 굵지는 않다. 훈련이 끝날 때까지 그 상태가 유지된다면 물에 빠진 생쥐 꼴은 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섭씨 10도가 겨우 넘는 날씨에 우중주는 불안하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젖은 옷 속의 몸은 격렬한 운동을 마치자마자 금방 체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것이다.
2km 정도의 웜업도 없이 훈련 초반부터 조금 속도를 내어 달린다. 빨리 몸을 달궈 서늘한 가을비의 냉기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한 6km쯤 달리고 있는데, 맞은편에서 우산을 쓰고 걸어오는 노인 한 분이 “비가 오시는데도 달리느냐”고 한 말씀을 건넨다. 순간적으로 휙 지나가며 들은 말이라 맨 처음에는 누군가 하였다.
생각해보니-이틀 후 아침 일찍 만나서 확인된 사실이지만-지난봄부터 얼마 전까지 대원사 밑 체육공원이나 주로에서 거의 아침마다 만났던 올해 75세의 연극인이다. 대한민국 권위 있는 연극상도 받고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극계에서는 꽤 알려진 원로 연극인이다.
무대에서 주연 배우로 2시간 이상 연기하려면 강한 체력과 함께 암기력 같은 정신력도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매일 아침 체육공원에 나와 근력강화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때는 부인도 같이 나올 때가 있다. 이 연극인 부부 외에도 이른 아침 체육공원에는 80이 넘은 노인도 몇 분 나오신다. 하나같이 노년을 활기차게 사시는 분들이다.
내리는 빗줄기는 점점 굵어져 신발도 젖고 옷도 흠뻑 적신다. 창곡천 상류는 금방 물이 불어나 하천 바닥에 빽빽하게 자란 키 큰 풀들을 쓰러뜨리고 그 풀 위를 사나운 기세로 흐르고 있다. 가을비 치고는 상당히 많은 강우량이다. 그렇지만 달리기에 열중하니 가을비의 냉기가 내 몸에 파고들 틈이 없다.
어쩌면 달리기 전 가을비가 두려운 것은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 때문인지도 모른다. 가을비를 바라보거나 생각하는 주체적인 나와 가을비란 객체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막상 빗속에 서서 힘차게 달리며 내 몸에 몰입하고 내리는 비와 혼연일체가 되면 그 시간만큼은 그 어떤 두려운 적도 나를 공략할 틈이 없는 것이다.
제법 거센 가을비 속에서도 이곳 신도시에 이사와 같은 코스에서 달렸던 지속주 최고기록을 세우고 마무리 운동을 한다. 1시간 17분에 걸쳐 가벼운 조깅을 포함 16.4km를 달리고, 달리기 전 후에 1시간 10분 정도 이런저런 보조운동을 했으니, 야외에서 가을비를 맞으며 2시간 30분 동안 운동을 한 셈이다. 달리기 후에 보조운동을 하며 운동 강도를 낮추니 달궈졌던 몸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따듯한 물로 몸을 씻어내니 날아갈 듯이 가볍다. 점심식사를 하고 컴퓨터를 켠 다음 지난 10월 28일에 있었던 춘천 조선일보 마라톤 소식을 검색한다. 내 주 관심사는 내 바로 앞 세대인 70대와 80대의 러너들이 얼마나 참가해 어떻게 달렸는가 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나이이긴 하지만 내 몸이 미구에 당도할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춘천 조일 마라톤은 오늘처럼 날씨가 좋지 않았다. 나는 참가하지 않았지만 몇몇 참가자의 후기를 보면 경기 시작부터 비가 내려 후반까지도 계속된 것으로 알고 있다. 중간에 잠시 그치기도 했지만…. 검색해보니 70대는 남자 146명, 여자 3명, 149명이나 완주하셨다. 80대에도 놀랍게 7명의 남자 노인이 완주를 하셨다.
그들 완주자 중에는 기록이 7시간이 훨씬 넘은 분도 여럿 있다. 80대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5시간 22분대에 완주한 분도 대단하시지만, 그 빗속을 7시간 넘게 달려 완주하신 분들도 그 못지않게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든다. 그 뜨거운 열정과 단단한 의지, 강인한 인내 앞에서는 가을비도 냉기 탱탱한 꼬리를 내렸으니….
이번 가을에는 실로 오래간만에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메이저 풀코스대회에 참가를 하지 않았는데, 그 험악한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오랜 인내 끝에 완주하신 선배들을 떠올리니 내가 너무 안이하게 마라톤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라도 가 일층 분발하여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나은 주력으로 대회 출발선에 서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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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 (2018-11-12 1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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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령아! 어찌 심성이 그리 꼬였느냐?
너도 마라톤하는 인간이라면 풀코스 마라톤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고 있쩨?
70대가 풀코스를 뛰었다면 그 의지와 인내력에 대한 경외심을 품어야하거늘 어찌 그리 말이 그러냐.
시궁창에서 빨은 걸레를 물고 자냐?ㅉ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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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2018-11-13 01: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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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겁니다.
기록을 떠나 최선을 달리기가
의미가 있는 것이죠.
그러니 숭고하게 최선을 다해
서브3에 도전하는 분들을
본인이 근접 못한다고 품격떨어지게
깍아 내리지 마셨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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