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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너의 가을
번달사  2021-08-25 05:47:45, H : 4,992, V :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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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화들짝이며 오지 않는다. 마스크사이 바람새듯 여름은 빠져나가고 가을은 은근슬쩍 다가온다. 강변 주로의 마른 바람 몇 줌에도 온몸을 살랑거리는 분홍 하양 코스모스 꽃길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가냘픈 몸매지만 등근곡선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여름을 견디고 소슬한 가을 바람에 동두렷이 다가와 환한 웃음 띄우며 러너에게 손사래 친다. 긴 목 빼 주억거리며 희어질지언정 꺽이지 않는 유연성을 러너의 두 발에 꿰차며 간다.

저발치 고추잠자리가 짝을 지어 저공비행으로 날며 러너를 엄호해 준다. 안장이 두개 달린 자전거가 하나되어 가듯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잠자리의 날개가 파~르~르~르 하다. 잠자리 날갯짓같은 삽상한 바람이 있어 덩달어서 공중부양 한다. 포쇄의 풍습이 땀을 말려 러너의 팬티를 사각거리게 해 준다.

하늘색 형광 펜을 칠해 놓은 듯 선명한 하늘아래 하늘하늘 코스모스 꽃길따라 가면 눈이 휘둥굴해지는 화사한 향연(饗宴)에 동참한다. 반환점을 돌아 올 때 하얀 피부가 붉게 물들면 코스모스 여덟장 꽃잎과 흡사하게 분홍 하양으로 닮았다며 빵끗거린다. 코스모스 길에 우뚝 서있는 해바라기꽃을 닮은 샤워기 물은 여름을 훑는다. 몇 일 전까지 찬 물이 시원했는데 이제는미지근함 물이 좋은 때가 왔다. 아! 가을은 러너의 사각거리는 러닝팬티에서 오나보다.  
번달사
 (2021-08-26 06:05:01)

비온 뒤 주로에 가을 햇살이 깨어진 유리 조각처럼 박살이 나 있었다.
그만큼 하늘이 높고 공기가 맑아 인적이 드문 곳에선 마스크가 턱밑으로 내려온다
살살이 꽃이라부르는 코스모스가 맑은 하늘아래 라서 더 화사하게 다가오고
만추가경으로 늦게 피는 꽃이 아름답다. 매미가 이구동성으로 질러 대는
트럼벳소리에 발 장단 맞춘다. 이 가을을 달려 가을 꽃처럼 꺽이지 않고 화사하자고
두 발을 흩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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