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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울 서울 쪽 탄천 주로에서 만난 고라니
이정범  2022-12-31 05:24:15, H : 1,419, V : 16


  한겨울 서울 쪽 탄천 주로에서 만난 고라니

   1
이번 겨울은 초반부터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2월 들어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간 것도 꽤 여러 날이다
서울 아침 기온이 영하 13도까지 내려간 날은 할 수 없이 온방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날씨기 추워지며 실내 온방 자동조절기는 섭씨 19도에 설정해놓았었는데
바깥 날씨가 영하 13도까지 내려간 아침 기온에도 실내온도는
방이며 거실 어느 곳도 섭씨 19.5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았지만
에너지 아끼고 난방비 절약하려다가
혹시 방에 연결된 온방 장치 어디가 얼거나 동파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서

아무튼 방바닥이 아무리 냉골이어도
추우면 옷 더 껴입고
잘 때도 이불 한 겹 더 덮으면
실내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불편이 없을 만큼
요즘에 짓는 아파트들은 防寒 시설이 잘 되어 있다

창문이란 창문은 다 두꺼운 유리의 이중창이고
벽에도 스티로폼 같은 방한 소재를 두텁게 넣어
웬만한 추위는 얼씬도 못하게 중무장시켜놓았다

   2
문제는 집 바깥이다
맹추위는 바깥에서 훈련하는 러너들에게 가장 혹독한 조건이다
체감온도 영하 10도 이하에 바람까지 강하게 부는 바깥 날씨에
따듯한 방안을 뛰쳐나간다는 것은 여간한 독한 마음 없이는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머리에 쓰는 모자에서부터 발에 신는 양말에 이르기까지 겹겹이 중무장해야 한다
외부와 통하는 피부는 눈을 제외하고 최대한 두텁게 감싸야 한다

그렇게 중무장하면 몸이 무겁고 달리는 속도감도 거의 느낄 수 없지만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다. 실내에서 트레드밀 위를 달리지 않는 다음에야
그렇게 해서라도 달리는 행위를 지속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추위를 극복하며 몸의 활력을 유지해야 한다

춥다고 해서 달리는 행위를 포기하거나 게을리하면
우리의 몸은 다시 빠른 속도로 퇴화하고
무엇보다 정신적 긴장이 해이되며 생활이 내태해지기 십상이므로

실내건 실외건
이 한겨울에 달리는 행위를 어떻게 지속시키느냐 하는 것은
다가오는 봄에 내가 어떤 몸으로 주로에 서게 될지를 판가름하는
매우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3
나같이 하루 낮 시간을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하루 중 기온이 제일 높은 시간대를 골라 달릴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되어 있다

그래서 바깥에서 달릴 때는
하루 낮 시간 중 기온이 제일 높은 시간대인
정오부터 오후 3시 사이를 이용한다

그 달리는 시간에 맞춰 식사시간도 정해진다
아침식사는 오전 6시 전후에
점심식사는 오전 10시 전후에

가급적이면
체감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은
바깥 달리기를 포기하고
아파트 내 헬스센터에서 런닝머신을 이용한다

12월 중순 들어서는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여러 날 계속되어
실내에서 5일 연속 달리고
화요일인 12월 20일에는 낮 기온이 영상 1도까지 올라간다고 하여
위례에서 한강까지 30km 이상의 장거리 달리기를 하였다
이번 겨울 들어 9일 전(12월 11일) 같은 코스의 첫 평지 장거리주에 이어 두 번 째다

아무리 한겨울 서늘한 실내 기온에
짧은 마라톤 팬츠와 반 팔 티셔츠만 입어도
런닝머신에서 속도를 높여 달리면 너무 많은 땀이 흘러
15km 이상의 장거리주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그런데 우연도 그런 우연이 없다
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을 반환하여 되돌아오는데
양재교와 탄천교 사이 중간 쯤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천천히 탄천 주로를 천천히 횡단하여 하천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9일 전에도 똑같은 지점에서 고라니 한 마리를 만났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고라니를 만난 시간이
9일 전에는 위례에서 한강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던 오전 11시 무렵이었고
이번에는 한강에서 위례 방향으로 달리던 오후 3시 40분 무렵이었다
또한 9일 전에는 고라니가 하천 쪽에서 주로를 건너 서울 도심 쪽으로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도심 쪽에서 주로를 건너 하천 쪽으로 이동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였다

시간이나 움직인 방향을 봐서는
배고픈 고라니가 9일 전에는 서울 도심의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이동 중이었고
이번에는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해결했는지는 모르지만
강남 서울 도심에 들어갔다가 다시 하천 쪽으로 빠져나오는 중이었던 것 같았다

고라니는 달리는 나를 보고도
천천히 걸어서 탄천 주로를 횡단하는 걸로 보아
나를 전혀 위협적인 포식자로 인식하지 않은 모양이다

주로를 횡단하고서도
주로 옆 10m 정도의 거리에 멈춰 서서
달려 지나가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달리는 내가 신기해서 바라보고 있었는지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먹을 것 좀 달라고 애걸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5
어쨌든 추운 겨울은
달리는 나나 고라니에게도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얼마나 먹을 것이 없으면
산에 있어야 할 고라니가
도심에 출현하겠는가

나야 돌아가면
따듯한 밥과 방이 기다리는 집이 있지만
고라니에게는 이 추운 계절 어느 한 곳에도
차가운 북서풍을 피할 수 있는
따듯한 보금자리 하나 없을 것이니

밤이 되면 고라니는
차가운 북서풍 겨우 피할 수 있는 어느 곳에서
서울 도심 수많은 창문에 밝혀진 따듯한 불빛을 바라보며
어서 빨리 이 지독한 겨울이 지나가기를
뜨거운 눈물로 기도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2022년 12월 21일)







이정범
 (2022-12-31 05:26:56)

누군가 이 글을 통째로 지워 다시 올립니다


거지왕초
 (2022-12-31 06:49:21)

비번을 바꿔서 올려보세요


이정범
 (2022-12-31 06:54:21)

예 이 글은 바꿔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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