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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하시네요"
이정범	2025-03-13 05:25:58, H : 1,541, V : 64

“여전하시네요”

오늘 오전 달리기를 하며
어느 중년의 사내로부터 인사를 받았다
“여전하시네요”

미소와 함께 받은 인사말이지만
애매모호한 인사말이다
말 그대로 받아들이자면
전과 같다(如前)는 말이니

그 전(前)이라는 시기가
몇 년 전의 쾌속 질주였다면
그때처럼 힘차게 달리고 있다는 상찬의 말이겠지만
어제의 느린 달리기였다면
아직도 그렇게 맥없이 달리시냐고
발전 없는 내 달리기를 다소 폄하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으니

물론 그렇게 인사를 하는
얼굴의 환한 표정과
말의 따듯한 온기를 감안할 때
오늘의 내 달리기를 칭찬하고 격려해주는 말이라
받아들이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게 좋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일은
잠시 후에 벌어졌다

첫 인사를 받은 후 얼마를 더 달리니
이번에는 40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느닷없이
엄지척을 하며 “너무 멋지십니다”인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두 번의 인사말을 떠올리며
“여전하시네요”란 의미를 다시 생각해봤다

여전히 걷고 있는 두 사내에게
여전히 달리고 있는 나는
달리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부러움의 대상이었기에
그런 인사말이 그들 자신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그런 인사말을 앞으로 언제까지
얼마나 오래 많이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설사 그런 인사말을 듣지 못 한다 하여도
내 달리기는 나 자신에 충실하기 위해
최대한 오래 중단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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