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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한 집 맏아들
즐달2  2023-01-22 10:54:56, H : 705, V : 10




대방천 둑방 무허가 판잣집

모두가 잠든 한밤중에
어머니는 첫휴가를 나온 맏아들을 조용히 깨워
부엌으로 데리고 나온다.

그리고는
숨겨뒀던 라면 한 개를 끓여서 준다.

혼자서
날품팔이로 5남매의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하니...

휴가나온 아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데 다른 방법이 없다.

라면 한 그릇을 다 비우는
내내 눈물을 흘려야 했다.

훗날,
동생들에게서 들었다.

그날 밤,
동생들 넷은 이불속에서 침 삼키는 소리를 죽이느라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
*

한 달 휴가기간 내내
건설현장 일용직으로 나가서 일했다.

귀대 며칠 전,
남대문 양키시장에서 사온 양주 한 병을 들고
국회의원 비서관 집을 찾아가서

월남전 파병부대로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 당시 해군에서는
“백구부대”라는 수송함정단을 월남전에 투입하였는데..
주업무가 보급물자 수송이어서
육군이나 해병대보다는 위험이 훨씬 적었으므로..
돈을 벌기위해 너도나도 가려고 했다
그러니, 소위 “빽”이 있어야 갈 수 있었다.

마침,
그 국회의원이 국방위 소속이어서
이 정도의 청탁은 비서관의 전화 한 통이면 되는 시절이었다.

귀대를 하니,
이미 전속 명령이 나있었다.

59함(전투) -> 610함(상륙수송)


*
*

딴따라 딴~ 딴따라 딴~

부두에서는 환송 군악대의 음악이..
자식을 전장으로 보내는
부모들의 애끓는 울음소리를 덮어버리고...

뿌~욱  뿌~욱  뿌~욱  뿌~~~

*
*

열흘간의 항해 끝에 사이곤강 하구에 들어섰다.
매뉴얼에 따라
전원 전투배치!

콰콰꽝~~~~~~ 꽈광~~
머리위로 수십발의 포탄이 날아가고..
뒤이어 귀청이 찢어질 것같은 굉음을 내는
폭격기 2대가 번개처럼 지나갔다.

강 저편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휴우~
우리 배가 공격당하는 줄 알았네!

*
*

전쟁터에서도
쉬는 날은 있다.

미뤄둔 빨래도 끝내고
선임하사와 바둑을 두려는데
사주장(취사반장)이 나를 부른다.

식품보급을 받으러 미군부대에 가야하는데
영어가 백지인 사주장으로서는
브로큰이지만,
의사소통은 할 수 있는 내가 필요했던 것이다.

미리 작성한 식품청구서를
미군보급관 싸진(중사)에게 건넸다.

청구서를 훑어보던 싸진이
고개를 갸웃뚱거리며 뭐라고 중얼거린다.

야! 오수병!
저 싸진이 뭐라고 씨부렁거리냐?

너무 많다고 그러네요.

뭐시라?
그래서 결제를 못해주겠다는겨?

야! 임마!
내가 오수병 니넘을 왜 데리고 왔겠어?
무조건 싸인하도록 설득해!

사주장의 고함소리에 놀란 싸진이
왜? 그러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나는 잠시 생각 끝에...

만일, 싸인을 해주지 않으면
바로 갈겨버린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사주장은 허리에 차고있던 권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오케이!

트럭 가득히 싣고 돌아왔다.

*
*

사주장의 보고를 받은
함장이 나의 어께를 두드리며..

잘했어!
오수병이 바로 애국자야!

가져온 식품의 절반은 별도보관 창고에 모아둔다.
특히, 장기보관이 가능한
C-레이션(통조림으로 된 전투비상식량)을 위주로...

이렇게 1년간 모아둔 것을
귀국하기 전 날에
몽땅 갑판에 꺼내놓고서..

장교, 사병, 차별없이
전 대원 숫자에 맞춰서 똑같이 분배해서 나눠줬다.

각자 더플빽 두 개의 분량이다.

귀국해서..
양키물건 장사하는 아줌마에게
도매로 넘기니..
요즘 값어치로 5백만원 쯤 된 듯 했다.

*
*

그 돈을 밑천으로..
보세공장에서 나오는 불량처리된 쉐타를
수백벌 사서 전국 장날을 찾아 다니며 팔았다.

1년만에..

방1칸짜리 판자집에서
2칸짜리 브로크집으로 이사하고..

초등학교만 나와서 가발공장에 다니던 여동생을
야간 중학교에 입학시키고..

간신히 중학만 마친 남동생들과
“요꼬공장”이라 하는 조그만 쉐타공장을 차렸다.

*

몇 년간 밤낮으로
코피 흘려가면서 일했다.

*

요꼬업종이
사양길에 접어들 기미가 보이길래..
잘 돌아가는 공장이지만 미련없이 처분하였다.

처음으로 맛보는 큰돈이다.
그 돈으로..

밑에 아우에게는
을지로5가에 만두가게를 차려주고,

둘째 아우에게는
바로 그 옆에 있는 치킨가게를 인수하여 맡겼다.

막내는
중장비 학원을 마치게  한 후
포크레인 기사로 취직시켰다.

남은 돈으로
변두리에 있는 부도직전의 금속체인(목걸이) 가공공장을
헐값에 인수했다.


*

자~ 이제부터는
각자 스스로 열심히 사는거다!

*
*

그리고 몇 년 후...

동생 넷 모두
집 장만하고.. 시집,장가 가고..
중산층 언저리에 들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여보!
우리도 먹고 살만큼은 됐으니..
돈 버는 일 그만하고 조용한 시골에 가서 살면 안될까?

아내는
뜻 밖에도 흔쾌히 동의해준다.

요즘에 이슈가 되고있는
귀촌(歸村)을 했다.

*
*

잔디가 말끔히 단장된
어느 무덤 앞에
머리가 허연 한 노인이 엎드려 있다.

아버지~~~
아버지 대신 가장노릇 잘 했지요?

이제 어느때든 아버지 곁으로 가면..
수고했다고 칭찬해 주시겠지요?

아버지~~~
근데요~ 근데요~
이 맏아들...
억수로 힘들었습니데이~

엉~ 엉~ 엉~~~~~              




즐달2
 (2023-01-22 12:23:50)

설날
형제들이 모여 차례를 지낸 후
한잔씩 하면서 옛날 얘기를 하다보니
전에 써놨던 글이 새삼 생각나서 올려봤습니다.


눈물나네요
 (2023-01-23 11:22:05)

명절 날이면 새삼 장남의 의미를 되새기며
동생들보다 경제사정이 떨어지는 현실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님이 생각나는
한 편의 대하 드라마,
억수로 힘들었다는 고백에서 숙연해집니다


마운서
 (2023-01-23 11:31:32)

눈물이 난다!

그래도 인생은 살만한 거다!


참나
 (2023-01-23 12:36:28)

그 대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가 지금 이만큼 살고 있습니다.
수고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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