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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에서 남녀 6위의 호기록을 수립한 일본 마라톤. 선수들의 레이스 전개과정은 오르막 코스에서의 전략에 도움이 될 것같아 남녀 선수들의 레이스 전개를 소개한다. 그리고 일본 특유의 올림픽 대표 선발전인 MGC의 효과에 대한 기사도 소개한다. 우리 육상연맹에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녀 모두 빨라지는 세계와의 격차가 커서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던 파리 올림픽 마라톤. 게다가 여자는 1월에 일본 최고기록을 세웠던 마에다 호나미(덴마야)가 오른쪽 대퇴골 피로골절로 올림픽 직전에 출전포기를 하게 되어 더욱 위기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남자는 아카사키 아카츠키(쿠덴코), 여자는 스즈키 유카(다이이치생명그룹)가 각각 6위를 차지하며 대회 전의 부정적인 분위기를 말끔히 씻어내는 기쁜 결과를 얻었다. 더욱이 두 선수 모두 35km를 지나기 전까지는 메달 경쟁 그룹에 속해 있었고, 전체 고저차가 156m로 오르막길도 두 번이나 있는 어려운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신기록으로 골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예상대로 레이스를 완주한 아카사키 선수
8월 10일 남자부에서는 아카자키가 중후반에 선두로 달리는 적극적인 레이스 전개. 첫 5km는 15분 40초, 10km까지는 15분 19초로 느린 페이스로 진행된 레이스 초반, 아카자키 선수는 “15km의 오르막길부터 레이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급수대 등에서 넘어지는 것도 걱정되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하며 50~60위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전체 페이스가 15분 0초대로 올라간 다음 5km는 “거기서 뒤에 처져 있으면 레이스가 한꺼번에 움직일 때 따라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흐름에 편승해 예상대로 9위에 오르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오르막길이 이어지는 20km까지 9명 내외로 좁혀진 그룹에서 달렸고, 중간 지점에서는 5위로 올라섰다. 내리막길로 접어든 중간지점 이후부터는 “오르막은 내 리듬대로 달렸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어 그룹 페이스가 떨어졌을 때 리듬을 깨는 것보다 내 리듬대로 달리는 게 낫다고 생각해 일부러 선두로 나섰다”며 적극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모습을 보였다.
28km 이후 급격한 오르막에서 타미라트 톨라(에티오피아)가 스퍼트를 내며 그룹이 세로로 흩어지는 가운데, 30km 지점에서 2위와 8초 차이로 5위로 통과했다.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이 있는 35km까지는 14분 02초로 커버하며 2위 그룹을 따라잡았고, 38km를 지나면서 2위 그룹에 뒤처졌고 40km를 지나면서 에밀 카일레스(영국)에게 추월당했지만,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달려 6위로 골인했다.
“내가 생각했던 대로 레이스가 진행되었고, 내 페이스대로 달릴 수 있었다. 마지막에 앞에 2위 그룹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을 노리고 싶었지만, 양쪽 햄스트링(허벅지 뒤쪽 근육)이 뭉쳐서 무리하지 않고 따라잡을 수 있다면 한 번의 기회를 노리자고 생각했다. 밖에서 보면 '2시간 9분대 선수가 올림픽 대표로 나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었을 것이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지만(웃음), 아야베 켄지 총감독(쿠덴코)이 '2시간 5~6분대가 나올 수 있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해줘서 자신감을 가지고 달릴 수 있었다."(아카사키)
남자부 경기는 출발 시점의 기온이 17도, 골인 시점의 기온이 22도였다. 우승한 톨라는 처음 5km는 천천히 달리다가 5km마다 레이스의 흐름을 보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30~35km 내리막 구간에서 14분 02초를 기록했고, 그 기세를 몰아 40km까지 평탄한 코스를 14분 48초로 달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노삼엘 완질(케냐)의 올림픽 기록을 6초나 단축한 2시간 06분 26초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 개인 신기록이나 시즌 베스트 기록을 세우는 가운데, “5위 이상의 선수들과의 차이는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는 아카자키도 2시간 07분 32초로 자신의 기록을 1분 29초나 단축했다.
스즈키 유카는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훈련을 착실히 쌓아온 아카사키와 달리, 8월 11일 여자부 6위를 차지한 스즈키는 연습을 하지 못한 기간이 있었고, 경기 3일 전의 원격 기자회견에서도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녀를 지도한 야마시타 사치코 코치(다이이치생명 그룹 이그제큐티브 어드바이저 겸 특임 코치)는 이렇게 설명했다.
“4월 카네구라 기념대회 무렵부터 '좋지 않은' 흐름이 있었고, 5월에 왼쪽 경추염좌(경골 염증)가 생겼다. 골막에도 선명하게 영상이 찍혀 골막염과 경미한 피로골절이라고 할 수 있는 상태. 그래서 2~3주 정도 훈련을 쉬고 한 달 반 정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야 했지만, 예전 오자키 요시미와 다나카 토모미를 피곤한 상태로 올림픽에 출전시킨 것에 대한 반성도 있었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트레이너와 의사 등의 도움을 받아 피로가 쌓이지 않는 최소한의 훈련을 시켰는데, 그래서 이번에는 본인의 장점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스즈키 선수는 “대회가 임박해지자, 이제 갈 수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레이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앞을 따라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 레이스도 초반부터 서서히 페이스가 올라가는 가운데, 스즈키 선수는 초반 30위 정도에 머물렀다. 그리고 15km 전방에서 그룹이 갈라지면서 2그룹에 속하게 되었고, 오르막 코스가 시작되는 16km를 지나면서 1그룹을 따라잡았다.
28km부터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8명 그룹에 들어간 스즈키 선수는 내리막길에서 선두에 조금 밀렸지만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따라잡았고, 평지로 접어들면서 다시 5명에게 밀렸지만 35km 전방에서 다시 따라잡는 끈기를 보였다.
“6명 그룹일 때는 메달에 대한 욕심도 조금 생겨 설렘을 느끼며 달렸지만, 거기서 냉정한 판단을 해야 했기 때문에 계속 내 레이스를 하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말하는 스즈키 선수는 35km 이후부터 시작된 5명의 메달 경쟁에 대응하지 못했지만,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 2시간 24분 02초로 6위를 지켰다.
“평지에서는 아무래도 실력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오르막길에서 페이스가 느려졌을 때 천천히 따라잡으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서두르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이 입상할 수 있었던 큰 요인이었던 것 같다.”
MGC의 효과를 보여준 6위 입상
스즈키도 아카사키도 오르막 대책이 잘 되어 어려운 코스를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입상할 수 있었다. 아카자키는 “지난 3개월 동안 아야베 총감독이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오르막 연습을 시켰기 때문에 그 덕분에 입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즈키 선수도 “부상이 레이스 2개월 반 전쯤에 발생해 훈련을 할 수 없을 때는 불안했지만, 그 이후 조깅을 하면서도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긴 코스를 계속 달려왔다”고 말했고, 야마시타 코치도 “오르막은 보통으로 달릴 때와 피치로 올라갈 때가 있는데, 경사도에 따른 구분은 연습할 때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능숙하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다.
두 선수는 지난해 10월 일본 올림픽 대표 선발전인 MGC(마라톤 그랜드 챔피언십)에서 대표권을 획득했다(아카자키는 2위, 스즈키는 1위). 아카자키는 “주목받는 오야마 나오키(Honda)와 오사코 다케시(Nike)에게 맡기고 편하게 달릴 수 있었던 점”을 호기록의 요인으로 꼽았지만, 달리기 면에서도 작년 말부터 스피드 강화, 연초부터 본격적인 마라톤 연습에 들어가 오르막 대책도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즈키도 “10개월이라는 기간은 자신을 마주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자, 이제 시작이다’라는 마음으로 전환하는 데 매우 필요한 기간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 동안 느꼈던 부담감도 부상을 당한 기간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 한다.
다카오카 히사나리(일본육상연맹 중장거리-마라톤 시니어 디렉터)도 두 선수의 6위 입상에 MGC의 효과를 높이 평가한다.
“각자의 전담 코치가 컨디션에 맞는 레이스 전략을 짜준 것이 6위 입상으로 이어진 가장 큰 요인이지만, 10월에 대표팀이 결정되어 코스 답사나 언덕 대책을 일찍부터 세울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일본육상연맹 과학위원회로서도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각 선수들의 몸을 잘 파악한 뒤 이곳(파리올림픽)을 위한 지원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지난 도쿄올림픽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본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남녀 모두 파이널 챌린지에서 대표권을 획득한 오사코(6위)와 이치야마 마오(8위)가 입상한 바 있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지만, MGC에서 출전권을 획득한 남녀 총 4명이 만반의 준비를 하지 못한 것도 MGC에 대한 평가가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난이도 높은 코스에 대한 대책을 포함해 평가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한때 일본 남자 마라톤이 세계를 주도하던 1980년대에는 겨울에 열리는 3개 대회가 선발전이었는데,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뜻에 따라 사실상 12월 초에 열리는 후쿠오카 국제마라톤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 적도 있었다. 그곳이라면 가장 긴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더욱 발전시킨 MGC라는 형식은 앞으로도 본선 코스 설정 등을 고려하는 등 개선점이 있겠지만, 효과적인 선발 방식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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