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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13개를 따낸 한국도 메달 러시를 이뤘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가 되는 나라로, 사전에 부진이 예상되었던 만큼 매우 분위기가 고조된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는 하계 올림픽에서 통산 100번째 금메달도 나왔다. 다만 의외였던 것은 이를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기사들이 한결같이 하계 올림픽 금메달 1호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이라고 쓰고 손기정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식민지 지배하 금메달
현재는 북한이 된 한반도 북서부 신의주 출신의 손기정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 대표로 출전해 일본 마라톤계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손의 평전 「손기정」(중공신서)에 의하면, 당시의 신문은 「"마라톤 일본" 세계를 정복」(요미우리 신문)이라고 전해 제국 일본의 히어로가 되었다고 했다.
물론 조선에서도 영웅이 되었지만, 그 의미는 일본과 다른 것이었다. 앞의 글에 따르면 지금도 한국에서 발행되고 있는 조선어 신문 '조선일보'는 이때 '조선남아의 의기 손기정의 장거'라는 사설을 내걸고 "민족적 일대 자신감을 얻었다"고 썼다. 본의 아니게 일본의 지배를 받는 조선에서 스포츠 승리가 민족의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된 것이다.
'손기테이'라는 일본어 읽기 이름으로 출전해야 했던 손기정이었지만 우승 후 현지에서 사인을 요청하자 '손기정'이라는 조선어 읽기 이름을 적었다고 한다. 일장기를 달 것이냐, 올림픽을 포기할 것이냐의 선택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이다.
이때 일어난 것이 또 다른 조선어지 동아일보가 사진에서 일장기를 삭제한 사건이다. 시상대에 오른 손 선수 사진을 올리면서 유니폼 가슴에 큼지막하게 그려진 일장기를 지운 것이다. 민족의식의 고취을 우려한 조선총독부는 이 신문에 발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한국에선 지금도 민족의 영웅이지만 공식 기록으로는 일본의 금메달로 꼽힌다. 과거 한국에서는 이것이 문제가 되어, 2011년에는 한국측이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에 기록을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단지 식민지 출신 선수의 국적을 사후에 변경하기 시작하면, 그 대상자가 각국에서 잇달아 나올 수도 있다. 기록 수정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금메달리스트를 소개하는 IOC 사이트에는 일본 대표로 출전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사정 등이 추가됐다.
앞의 평전 저자인 김성(金誠) 삿포로대 교수는 100번째 금메달 보도에서 손기장이 화제가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스포츠계로서는 IOC 견해를 따르는 것으로 결론이 나겠지만 언론도 다루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고 말했다.
◇'KOREA'의 글자 아래에는...
일제의 패전으로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된 후의 후일담이 있다. 손기정에게 발탁된 젊은 주자 서윤복이 1947년 보스턴마라톤에 출전해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한 것이다. 손기정은 코치로 현지에서 후배의 역주를 지켜봤다. 한국 신문에는 '태극기 아래 대관' 등의 제목이 춤을 추며 손기정이 붙인 일장기와 대비하는 형태로 '태극기'가 강조됐다.
하지만 이 사실을 바탕으로 한 한국 영화 '보스턴' 1947」(8월 30일부터 일본 전국 공개)에 관한 한국지·동아일보의 기사에 의하면, 서윤복이 레이스중에 입은 러닝복의 가슴에 붙어 있던 것은 태극기만이 아니었다. 가슴에 큼지막하게 KOREA라고 적힌 아래에는 미국기인 성조기가 태극기와 나란히 꽂혀 있었다.
해방된 조선은 북위 38선으로 남북으로 나뉘었고, 미국과 소련이 분할 진주하였다. 태극기를 국기로 하는 독립한국이 1948년 성립될 때까지 남부는 미군정 하에 있었다.
다만 시상식에 임한 서윤복의 가슴에는 태극기만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골인 후에 갈아입었을 것이다. 영화를 제작한 강제규 감독은 36년 손기정과 47년 서윤복은 같은 심정이 아니었느냐고 말한다. 손씨와 서씨가 태극기에 건 마음의 힘은 모국 사람들과도 공유되었을 것이다. 당시 신문들이 성조기는 전혀 건드리지 않고 태극기를 프레임업한 심리로도 이어질 것 같다.
◇골 사진이 가공되다
김 교수는 스포츠는 국민통합을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내셔널리즘을 높이기 쉽다. 이해하기 쉬운 상징으로 사용되는 것이 국기다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 일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대한육상연맹이 2013년 펴낸 한국육상경기 100년사에 실린 골테이프를 자르는 서윤복의 사진에서는 성조기가 보이지 않는다. 책에서는 잘 모르지만 원본 사진을 보면 가공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한다. 누가, 언제 가공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도 국기가 가지는 상징성의 원인일 것이다.
사실 영화에서는 보스턴에서의 셔츠에 관해 국기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각색이 더해졌다. 처음에는 주최측으로부터 성조기만 든 셔츠를 건네받았지만 결국 태극기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지나친' 비판도 나온 연출이지만, 이 영화 자체가 내셔널리즘을 구현하는 국기의 성격에 대해 생각하는 재료라고 생각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글쓴이 :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마이니치신문 논설위원. 1967년 사이타마현 출생. 게이오기주쿠(慶應義塾) 대학 법학부 졸업. 재학 중 연세대(서울)에서 한국어를 배운다. 1991년 마이니치 신문사 입사. 정치부 등을 거쳐 서울 특파원을 총 8년 반, 제네바 특파원을 4년 맡는다. 저서로 반일 한국이라는 환상(마이니치신문 펴냄), 한국 반일의 진상(문춘신서아시아태평양상 특별상) 등 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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