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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농담-얼른 들어가세요
이정범	2024-03-04 07:13:55, H : 2,584, V : 32

    유쾌한 농담
    -“얼른 들어가세요”라는 말

                  이 정 범

오후 9시 30분
잠을 자러 침실로 가기 위해
서재를 나와 거실을 지나는데
아들 녀석이 식탁에 앉아서 TV를 보며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거실과 주방 양쪽에 다 불을 켜 놓은 채

그래서
“뭐 하러 양쪽에 다 불을 켜놓았느냐”
핀잔을 주며 거실의 불을 끄니
아들 녀석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버지 또 잔소리하신다며
얼른 들어가시라 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침대에 누워 가만 생각해보니 괘씸하다
빨리 무덤으로 들어가라는 말처럼 들린다

물론 아들 녀석이
웃으면서 한 말이니
추호도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닐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왠지 갑자기 늙어가는 것이 서러워지며
지금 환하게 불 켜져 있는 침실이
캄캄한 무덤으로 바뀔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말 한 마디에도
이토록 마음이 흔들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서둘러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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